사업자들 “생존권은 보장해야” 각계에 호소
당국, 한정면허 일반면허로 전환 논란 불러
전문가들 “시행규칙 개정시 반드시 보완을”

해운법 개정으로 일반 내항여객항로에 특정 농협이 신규면허를 얻어 취항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들 농협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존 사업자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6일자로 개정된 해운법에 의해 해운법이 발효되는 7월 7일 이후에 목포지역의 한정면허 사업자인 4개 농협이 자동적으로 일반면허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이들과 힘들게 경쟁하고 있던 (주)해광운수, (합)목포대흥상사가 최대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공기업인 농협과 경쟁을 한다면 승패는 불을 보듯 훤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보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각계에 호소하고 있다.

1월 6일자로 개정된 해운법은 세월호 사고를 교훈 삼아 내항여객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운법 개정 과정에서 기존의 내항여객선 업체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내항여객선의 사고의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일부 무리가 따르는 내용이 그대로 입법화됐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해운법 부칙을 개정해 자금력이 풍부한 공기업(목포지역 농협들)의 한정면허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일반면허로 전환시켜 줌으로써 기존 여객선사업자와 경쟁하도록 유도한 것은 기존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고 사실상 통보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업계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정면허를 받은 공기업이 연안여객선항로를 개설해 사업을 하고 있는 항로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관할의 근거리항로인 땅끝마을-산양((노화도/보길도)항로와 목포-비금항로, 목포-도초항로, 목포-안좌항로 등 전국적으로 4개항로 뿐이다.

당초 이들 4개 항로에서 지역농협에게 한정면허를 허락했던 이유는 농어민들의 생산한 농수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농어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정면허 사업자가 투입한 여객선(차도선)은 농협의 경우 그 조합원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수송하는 차량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재 비조합원들까지 한정면허 사업자의 차도선을 거의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일반면허 사업자와 첨예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개정 해운법이 실행되는 7월 7일 이후에는 한정면허가 일반면허로 전환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경쟁 체제로 변모할 것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 해광운수가 땅끝-산양항로에 투입한 뉴장보고호.

한정면허 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는 일반 면허사업자들은 현재 상태로도 심각한 경쟁으로 인해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땅끝마을에서 산양(노화도)항로의 경우를 예로 들면, 기존 사업자인 (주)해광운수가 3척의 여객선(차도선)을 투입해 1일 편도 28회를 운항하고 있고, 한정면허 사업자인 노화 농협은 차도선 2척을 투입해 1일 편도 20회를 운항하고 있다. 이는 운항시간 30분 거리의 단거리 항로에서 1일 48회 운항하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많은 운항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해광운수의 경우 현재 서비스에 투입한 여객선 1척당 평균적으로 차량 10대 미만, 승객 25명 미만을 싣고 운항하고 있다. 해광운수가 운영하는 선박은 621톤급 여객선(여객정원 442명, 차량 70대 선적가능), 351톤급 여객선(여객 315명, 차량 62대), 225톤급 여객선(여객 295명, 차량 37대) 3척이며, 모두 땅끝마을-산양항로에서 운항하고 있다. 승선률이 10%도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사업을 이어가기 조차 어려운 수준이지만, 각종 경비 및 인건비 절감 등으로 겨우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성수기에는 여객수요가 많지만 1년에 몇차례, 그것도 며칠씩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경영여건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경쟁상태에 있는 노화농협에서 땅끝마을 -산양항로에 투입한 여객선 2척(100톤급 1척, 99톤급 1척)은 작은 선박이어서 승선률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조합원을 싣고, 나머지는 일반인들을 수송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로도 지나친 경쟁으로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7월 7일 이후 개정 해운법이 발효되면 일반 여객선사업자가 된 농협이 서비스를 크게 증강할 것이 불보듯 뻔하고, 결국 기존업자인 (주) 해광운수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 노화농협이 땅끝마을-산양항로에 투입해 운항중인 노화카훼리1호.

목포에서 안좌-비금-도초간항로을 운항하고 있는 목포 대흥상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흥상사는 목포-안좌-비금-도초항로를 여객선 4척으로 운항하고 있는데, 안좌농협, 비금농협, 도초농협은 각각 1척씩의 차도선을 투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목포 인근 도서지역 농협들은 목포와 각각 직항로를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둘러둘러 가는 대흥상사의 서비스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이 항로를 이용하는 승객 가운데 농협의 조합원 비중은 60%를 차지하고 있어서 농협은 더욱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한정면허를 가졌던 안좌, 비금, 도초 농협이 일반면허를 가지고 사업을 하게 되었으므로, 오는 7월 7일 개정 해운법 시행 이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도초농협의 경우는 이미 60억원을 투입해 건조한 신조선을 항로에 투입했으며, 비금농협도 새로운 차도선을 건조하기 위해 50억원을 조성해 조만간 건조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기존 여객선 사업자가 계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지원을 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서, 기존사업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길조차 없는 실정이다. 해운법을 개정한 국회도, 개정 해운법의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하고 있는 해양수산부도, 내항여객항로의 안정성 확보와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하에 기존사업자들을 가능하면 퇴출시키자는 방향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해운법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위탁수임한 연구기관에서도 “기존사업자들이 항로를 독점해 문제가 많다”는 시각에서 기존사업자에 대한 일종의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해운법 개정을 기화로 특정 목적으로만 허용된 한정면허를 일반면허로 자동 전환하게 한 정부당국의 조치에 대해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저기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거대한 기업조직인 농협이 아무런 제한없이 일반면허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신규면허를 받으려면 면허조건을 충족시켜야 함에도 그러한 사전적인 조치 없이 한정면허 사업자에게 무조건 일반면허를 부여한 다음에 그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한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는 것이다.

공기업이, 중소기업인 일반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는 항로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농협의 경우는 최근 택배업과 유통업 진출을 시도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영세업자들이 서비스하는 내항여객항로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현정부의 정책과도 배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대한 공기업이 자기가 생산한 화물을 자기가 나르는 것은 일종의 내부 거래로서 공정거래법에도 위반된다는 견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공적인 기업조직과 기존의 여객선업자들을 경쟁을 시키겠다는 생각은 세월호 사고의 책임 소재를 엉뚱하게 기존 사업자들에게 뒤집어씌우는 행위라고 업계에서는 비판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는 제도나 법령이 잘못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도나 법령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당국의 관리소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항여객선 업자들은 해운법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시에 신규 면허시 사업자 공모제도로 인한 지나친 과당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줄 것과 함께 한정면허를 일반 면허로 전환함으로써 기존 사업자가 폐업을 해야 하는 위기로 몰리는 것을 구제하기 위한 보완대책을 반드시 강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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