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 추진하고 있기 때문”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32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업체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대형3사를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5일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1973개사 중 602개 세부평가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하고, 32개사(C등급 13, D등급 19)를 구조조정 대상업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업체 32개사에는 조선업종이 6개사(C등급 1, D등급 5개)가 포함됐다. 지난해 정기평가 결과보다 전체적으로 3개 업체가 감소했지만, 조선업종은 지난해 3개사(C등급 1, D등급 1)에서 두 배로 늘어났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 중 C등급은 개정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3개월 안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금융제재를 받게 된다. D등급은 채권단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법정관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청산에 들어갈 수 있다.

금감원은 구조조정 대상업체 자산과 신용공여액이 24.4조원, 19.5조원으로 전년대비 130.2%, 174.6% 증가했다면서, 이는 대형 조선사와 해운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업종 대형3사는 B등급을 받으며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대형3사는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고, 주채권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선정돼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데다, 채권단이 정상화 가능 업체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월 총선 이후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금감원 발표가 정부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적자와 시황 침체로 조선사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구조조정 대상업체로 선정하지 못한 것은 ‘대마불사’를 자인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조선사 대부분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것과 달리 대형3사가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것은 신용공여액이 많은 국책은행들의 부실을 막겠다는 의미이다”며 “결국 국책은행 돈을 많이 빌린 기업은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형3사가 구조조정 대상업체로 선정될 경우 국책은행의 피해는 막대해진다. 대우조선해양만 하더라도 금융권 익스포저가 22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산업은행(6조8880억원)과 수출입은행(12조9740억원)에만 20조원이 몰려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설정한 것과 달리 두 국책은행은 여전히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돼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될 경우 국책은행은 20조원 가까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금감원 발표가 대형3사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정부가 앞장서 강조해 왔던 조선업 위기론이 대형3사에 집중됐으면서도 대형3사는 대상이 아니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주도하면서도 외형적으로 채권단 중심의 자율 구조조정을 외치며 ‘직접 개입’은 없다고 밝혀온 것이 모순을 스스로 키운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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