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확대→원가절감→이익확대→점유율 확대’ 사이클 필요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이 정체되면서 포워더들은 한정된 화물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미국과 유럽 메가 포워더들은 손쉬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포워더들은 성장정체를 넘어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발주자를 따라가는 ‘사다리 올라타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물류기술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 포워더가 안고 있는 과제와 개혁방안’ 보고서를 통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포워딩 업계에서 일본 포워더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포워더 상위 20개사 중에서 3개사가 포함돼 있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무라연구소는 일본 포워더들이 미국ㆍ유럽의 메가 포워더와 달리 성장이 정체된 원인이 매출 증가를 영업이익 향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포워더들이 해외진출에 집중하며 매출확대만을 중시했다는 지적이다. 원가절감을 위한 구매 프로세스 개선, 콘솔 기능 강화와 같은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물동량 정체기에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메가 포워더들은 취급량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영업원가를 절감시켰고, 이를 토대로 고객의 수송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점유율 확대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취급량과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일본 포워더들은 취급량과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이것이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온 것이다. 노무라연구소는 취급량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는 문제, 조달가격과 영업원가를 줄이지 못하는 문제, 고객의 수송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을 늘리지 못하면서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고, 점유율 하락은 영업원가 증가로 이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무라연구소는 미국ㆍ유럽의 메가 포워더들이 걸었던 길이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취급량ㆍ시장점유율 확대→조달가격, 영업원가 절감→고객 물류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후발국가들이 영국을 추격하기 위해 영국 따라하기를 한 것처럼, 포워더 후발주자들도 새로운 방식보다 선발주자들이 행했던 일들을 따라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우선 취급량ㆍ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신흥국 시장 등에 대한 마케팅 강화, 비즈니스 모델 확장, 솔루션 강화가 필요하다. 세계 2위 포워더인 스위스 퀴네엔드나겔(Kuehne+Nagel)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력 영역을 14개 산업군으로 압축하고, 조달ㆍ생산ㆍ판매 프로세스를 포함한 종합 물류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으며, 콘솔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화물주선을 넘는 다양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조달가격 및 영업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구매전략 및 콘솔기능 강화, 업무표준화, IT 활용 등이 필요하다. 세계 1위 포워더인 DHL Global Forwarding은 원가절감을 위한 구매전략으로 운송매니지먼트, 운송 평가 및 선정기준, 물류창고매니지먼트 등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며, M&A를 통한 비용절감에도 적극적이다.

마지막으로 고객 내 물류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고객 중심의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 SCM 수준을 높이고 고객의 의사결정구조를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연구소는 포워더들이 경영자원 제한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성장 사이클에 내재된 3가지 과제에 대해 각자가 어느 단계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집중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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