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관계장관회의 열어 조선업 재도약 기반 마련 평가

올 한해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광풍을 야기하며 업계 대혼란을 야기한 정부가 “자구노력과 손실부담이라는 원칙을 적용하며 구조조정 규율을 정립했다”며 자화자찬을 펼쳤다. 업계의 시각과는 괴리가 있는 반응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26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8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기업구조조정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점검 및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10월 31일 6차 회의에서 확정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조선사들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지원하는 한편, 조선사 일감확보를 위해 11조원을 투입해 250척 이상 선박을 발주하고, 5년간 민관공동 R&D로 7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구조조정은 확고한 사명감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추진력이 요구된다”면서 “2016년은 구조조정의 규율을 정립했던 한 해로, ‘철저한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부담’이라는 원칙을 예외 없이 지켜왔다”고 자평했다. 해운ㆍ조선 대표기업들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고, 기업활력법이 선제적 사업재편의 틀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유 부총리는 “내년에도 구조조정 모멘텀을 이어 나가겠다”며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일관되게 가동하고, 잠재 리스크 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 4개 업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이행계획을 보다 구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상시 구조조정 방안 이행과정에 대한 점검과 함께 주요 현안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을 점검했다. 조선업계에 대해서는 과감한 다운사이징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당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3.5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11월 말 기준으로 1.9조원을 이행했다. 올해 230억 달러 규모의 185척을 정상 인도했으며, 44.2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내년 4월부터는 현대중공업을 6개사로 분리하는 사업재편 방안이 시행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1.5조원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6천억원을 이행했다. 36억 달러 규모의 27척을 인도했으며, 수주는 5.2억 달러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1.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5.3조원 자구계획 중 1.5조원을 이행했다. 179억 달러 규모의 선박 64척을 인도했으며, 15.5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리며 유동성 확보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산은과 수은이 총 2.8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마무리해 완전자본잠식이 해소됐다. 내년에 142억 달러 규모의 58척 인도가 예정돼 있어 정상 인도를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조선사들을 살펴보면, 성동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과 선종특화 전략을 통한 수주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SPP조선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사천조선소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선조선은 피더컨선을 비롯한 소형선 건조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은 자산매각이 추진 중이다.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과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책은행 중심의 정상화 노력이 국가 경제적 충격을 상당부분 완화하는 등 연착륙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구조조정 원칙 하에 채권단의 자율 결정에 따라 이뤄졌음을 강조하며, 원칙에 따른 자율 구조조정이 기업 정상화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 현안과 함께 정부가 마련한 지원방안 점검도 이뤄졌다. 대표적인 조선업 지원방안인 공공선 발주는 2016년 추경으로 총 58척이 발주됐고, 군함은 3.2조원 규모의 발주가 이뤄졌다. 군함은 2018년까지 총 6.7조원 규모로 발주된다. 조선업 기자재 및 유관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추경 편성된 1400억원 중 1017억원이 지원됐고, 특례보증 4000억원은 2387억원이 지원됐다. 2000억원 규모의 조선업 구조개선 펀드는 운용사가 선정돼 내년부터 운용될 예정이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는 관계장관회의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특혜 지적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살리기가 조선업에 대한 근본적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유 부총리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으며,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일관된 원칙에 입각해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 부총리는 유동성 문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자구노력을 이행하고 있는데다, 환경규제 강화로 수주확대가 기대돼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처리과정에서 형평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구조조정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반박했다. 유 부총리는 직접고용 인원만 4만8000여명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을 법정관리로 보낼 경우 파급효과가 한진해운에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소유구조, 경쟁력 확보 여부, 채권구조 등 자금 지원여건이 상이해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가능했던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한진해운은 그렇지 못했고, 주주(혹은 채권단)가 유동성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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