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컨 터미널 운영사 통합 추진”

▲ 인천항과 중국 연태항을 오가는 한중훼리의 향설란호.
사과와 포도의 도시 연태

10여분을 달려도 자동차를 두어대 볼 수 일을 정도로 텅빈 고속도로를 나와 연태시 봉래구까지 이어지는 국도로 접어들었다. 국도 주변은 온통 사과밭이다. 연태 사과가 유명하다는 말을 들어봤지만 이렇게 광활한 사과밭이 있을 줄이야! 연태는 사과뿐만 아니라 포도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태의 장유포도주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우리나라는 보통 9월은 돼야 햇사과가 나오는데 연태는 8월말 이미 붉은 사과로 출하되기 시작했다. 일행중 한분이 중국은 일부러 사과를 붉게 보이려고 인공적으로 색소를 묻히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껍질을 벗기고 먹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연태 사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일순 사라져 버렸다.

국도와 인접한 작은 마을마다 주변 사과밭에서 수확해온 사과로 가득 차 있었다. 밭에서 수확한 사과를 가득 실은 삼륜차는 마을로 계속 모여들고 대형 마대 자루에 짐짝처럼 사과가 쌓여있다. 어디서 왔는지 관광버스 서너대가 2차선 좁디 좁은 길에 대충 주차를 해놔서 도로가 난장판이다. 관광차에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과 사과장사들간 흥정으로 작은 마을이 들썩인다.

사과로 하나로 시끌벅적한 연태의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해 여름 휴가 때 들렀던 영주가 오버랩됐다. 지난해 포항 호미곳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울진까지 올라왔다가 즉흥적으로 부석사 무량수전을 한번 보겠다고 태백산맥을 넘어 영주로 들어갔다. 울진에서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불영사 계곡을 지나 부석사에 올랐다. 부석사에서 저녁노을에 물드는 푸근한 사과밭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영주와 연태 모두 사과로 너무나 유명한 곳들이지만 영주의 사과밭은 번잡스럽지 않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면 연태의 사과밭은 끝없는 광활함과 시끄러움이 공존하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 중국의 4대 명루 봉래각 전경

도교와 수군의 콜라보 ‘봉래각’

광활한 사과밭을 가로질러 청도를 출발한지 3시간여만에 드디어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이자 이번 여행의 유일한 관광코스인 봉래구에 도착했다. 봉래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동해의 속초와 비슷한 관광지라고 한다. 봉래각, 팔선과해 풍경구 같은 A급 관광지가 많고 그리 아름답진 않은 해수욕장과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놀이공원도 있다. 덕분에 봉래구의 물가와 숙박비는 여느 관광지가 그렇듯 대단히 비싼 편이라고 한다.

배에서 내려 처음으로 맛보는 중국 요리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봉래각으로 항했다. 중국의 4대 명루중 하나라는 봉래각은 특이하게 팔신선을 모신 도교의 성지라고 한다. 북송시대부터 짓기 시작했다는 봉래각은 산동성 가장 북단인 단애산 정상에 봉래각, 천후궁, 오룡궁, 여청전, 삼청전, 미타 등 6개의 전각과 부속건물들로 구성돼 있다. 단애산의 가파른 절벽을 따라 올려쌓아 절벽은 봉래각 안쪽으로 들어온 물길을 막아놓은 수성으로 연결돼 있다. 해안과 절벽, 누각과 성벽이 어울어지는 봉래각의 풍광은 흡사 유럽의 느낌도 조금 묻어난다. 물론 봉래각 6개 누각 사이를 누비다보면 전혀 유럽스럽지 않지만...

봉래각은 5A 최상급 관광지로 입장료만 140위안, 우리돈으로 2만 5천원쯤 한다. 멋진 풍광이긴하지만 입장료가 조금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며 성벽을 통과해 수성안으로 들어오니 모터보트, 요트 등이 가득하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요트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 봉래각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여러 누각들을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2층짜리 누각인 봉래각에 오르니 팔신선이 술이 마시며 놀고 있다는 ‘팔선취주’ 조각과 마주할 수 있었다. 조악하게 표현된 조각이지만 봉래의 풍광이 신선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즐길만한다는 점은 자연스레 인정하게 됐다.

봉래각 뒤쪽으로 나가 서쪽을 바라보니 바다 건너 전횡산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도 설치돼 있었다.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를 타보고 싶었으나 역시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케이블카를 뒤로하고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아래 바닷가에서 봤던 높은 누각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보조루라는 망루였다.

▲ 팔선각 2층 누각의 8선취주 조각상. 

보조루를 보니 봉래각이 도교 성지임과 동시에 수나라 때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수군기지였다는 사실을 세삼 깨닫게 됐다. 봉래는 수나라가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한 290만 수군의 전초기였다고 한다. 지금도 봉래 인근에 해군기지가 있다고 한다. 봉래각에는 포대도 있는데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을 막기 위한 포대 주둔지였다. 이래저래 봉래각은 오랫동안 군사적으로 요충지였던 모양이다.

보조루를 지나 동쪽 해안을 바라보니 팔선과해 풍경구가 펼쳐졌다. 팔선과해 풍경구는 봉래각과 더불어 5A급 관광지로 바다위에 만들어져 있었다. 팔선중 하나인 철괴리 손의 보물인 마술호리병을 형성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봉래각과 지척이라 팔선과해 풍경구까지 돌아보면 더없이 좋으련만 시간이 부족하니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오늘 묵을 호텔은 연태 즈푸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봉래에서 1시간 거리이지만 일요일 오후 시내로 되돌아오는 차량들이 몰리면서 거의 2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지어진지 얼마 안돼 깔끔한 Brigh Radiance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오늘 아침 청도에서 시작해 봉래를 거쳐 연태까지 5시간 이상 차량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다. 맛있는 저녁과 그 유명한 연태고량 한잔을 마시고 침대에 누우니 피곤함이 사라진다.

연태항 터미널 최대 1만teu 컨선도 처리

연태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연태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 견학이다. 새벽부터 짙은 안개가 연태항을 둘러싸더니 장대 같은 비를 뿌리고 있다. 남중국해를 타고 북상중인 태풍의 영향 때문이라는데 과연 오늘 출항해 무사히 인천항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아예 체크아웃까지 하고 연태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로 이동했다.

한중훼리의 협조를 얻어 연태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ICTSI Yantai)을 둘러봤다. ICTSI Yantai는 현재 연태항에 기항하는 국제 컨테이너 정기선을 모두 처리하고 있다. 연태항에 기항하는 국제카페리선인 한중훼리의 향설란호(인천-연태)와 연태훼리의 하이란징호(평택-연태)도 ICTSI를 이용하고 있다.

연태항 국제여객터미널과 ICTSI까지는 약 4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향설란호와 하이란징호를 이용하는 여객들은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입출국 수속을 밟고 ICTSI까지 10~15분정도를 셔틀버스로 이동해야한다. 참 불편한 시스템이다. 한중훼리 관계자는 국제여객터미널에도 부두가 있지만 연안카페리선들이 이용하고 있는데다가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야드가 아예 없어 부득이 ICTSI에서 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해줬다. ICTSI에 국제여객터미널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ICTSI가 보세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어 국제여객터미널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예 제3의 장소에 국제여객부두와 여객터미널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는 없는 형편이다.

ICTSI는 ㄷ모양의 1.3km의 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서측부두는 벌크 화물과 연태와 대련을 연결하는 열차페리를 처리하고 있고 중앙부두와 동측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을 처리하고 있다. 전체 터미널 규모는 약 23만평(77만㎡) 규모이며 컨테이너 크레인 7기와 23기의 야드크레인의 장비를 갖추고 연간 약 50만teu정도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수심은 14~17m로 최대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까지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ICTSI에는 현재 한중훼리와 연태훼리를 비롯해 범주해운, 동영해운, 코흥라인 등의 카페리선과 근해선사들이 기항하고 있을 뿐 원양선사는 기항하지 않고 있다. 현재 ICTSI에는 한중간 주당 13항차, 중일간 주당 6항차 등 주당 총26항차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ICTSI측은 향후 동남아항로나 원양항로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 교통부 주도로 각지역항만간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운영사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동남아나 원양항로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ICTSI의 Belle Zhu 마케팅 팀장은 “산동성에는 연태항을 비롯해 청도, 위해, 일조에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이 있다. 그동안 서로 경쟁을 해왔지만 교통부 방침에 따라 운영사 통합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항만별로 역할을 정립시켜 나가고 있다. 산동성에서 원양컨테이너 화물은 청도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 일본을 연결하는 피더네트워크와 중국 연안 피더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elle Zhu 팀장은 또한 “우리는 연안피더선박을 이용해 청도항과 대련항에서 원양화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한중항로를 통해 부산항에서도 원양화물을 처리하고 있어 원양 수출입 화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연태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대해 ICTSI와 한중훼리가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ICTSI와 Belle Zhu 팀장, 중한윤도 장영남 부총경리, 한중훼리 곽인섭 사장, 한중훼리 오동훈 상무

향설란호 타고 다시 인천항으로

ICTSI 견학을 마치고 연태항 인근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중국음식을 몇 끼 먹었다고 김치찌개 한술 뭉쳤던 속이 확 풀린다. 땀을 쏟아내며 김치찌개로 허기를 채우고 나니 어느덧 비는 그쳐 있었다. 점심식사후 발마사지를 받은 후 연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향설란호에 승선했다.

향설란호는 1996년 독일에서 건조된 1만 6천톤급 카페리선으로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릿지5호와 달리 Ro-Ro 방식이 아니라 Lo-Lo 방식이다. 현재 한중카페리항로 취항중인 15척의 카페리선중 5척이 Lo-Lo타입의 선박들이다.

향설란호는 여객들의 승선을 완료한 이후에도 2시간여 가까이 화물선작업을 마치고서야 연태항을 출항했다. 향설란호에는 컨테이너 290teu를 적재할 수 있는데 이날 150여개의 컨테이너 선적됐다. 사드사태이후 중국 단체여행객 승선이 중단되면서 여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컨테이너 화물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중훼리측은 “사드사태로 중국 세관이 통관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일시적으로 화물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산동성 지역 화물은 물론 연태에서 1천km 이상 떨어져 있는 저장성 이우시 화물도 향설란호에 선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중훼리측은 2019년 하반기에 개장예정인 인천 남항의 신국제여객터미널에 대비하고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인도받는 조건으로 선박 신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선박 설계가 거의 마무리된 단계이며 주주사 협의와 동사회 결정이 완료되는데로 조선소와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2년후 멋진 새 배를 타고 여유있게 연태를 다시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짧았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 연태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 견학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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