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kit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최근 인수합병이나 파산을 통해 8개 주요 선사들이 문을 닫으며 재편된 컨테이너선 업계가 매년 휴가철 이후 찾아오는 비수기를 맞아 첫 중요한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

해운업계 재편으로 맞이하는 첫해인 2017년, 그 출발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올 상반기 운임과 매출이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고, 특히 심각한 수준의 항만시설 제약이 있었던 유럽-아시아 항로에서조차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후 성장 둔화의 조짐을 보이며 선사와 고객 모두를 시험대에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2017년은 2010년 상황의 축소판인 듯 보인다. 2010년 당시 선사들은 이전 1년 동안 수입 억 달러의 손실을 본 후 반등에 성공해서 그 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익 증가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일괄운임인상(GRI)은 이뤄지지 않았고 스팟 운임은 떨어지는 등 해운업계는 성장 둔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한 대형 선사가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메가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계는 이전과 같은 일들을 반복할 것인가?

선사들은 과잉공급을 우려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인가? 스팟 시장에서 낮은 요율로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빨리 고객들이 기존의 약정 운임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인가?

약 10년 동안 선사들은 감속 운항, 고객 서비스 축소, 정보 기술 투자, 저숙련 노동자 고용 등을 통해 비용을 줄임으로써 수익을 내왔다. 이제 해운업은 미래의 성장가치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건실한 선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물류 및 운송 분야에서는 기술 및 효율화 혁신이 진행 중이지만, 선사들은 그 혁신의 행로에서 벗어나 있다. 해운업에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선사들의 투자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해운업계 전반을 향상하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특히 BCO(beneficial cargo owners)와 포워더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JOC 주최로 열린 컨테이너 무역 유럽회의(Container Trade Europe Conference)에서 도미니크 폰 오렐리(Dominique von Orelli) DHL 글로벌 포워딩(DHL Global Forwarding) 해상운임 글로벌 대표는 "시장에 선사의 수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가격과 전체 조달 운임에 대한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는 더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하파그로이드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사장은 “합병을 통해 선사들이 다시 투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선사간 인수합병이 결국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드러나기 바란다. 합병을 통해 선사들이 미래에 투자해서 고객에게 더 개선된 서비스 및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고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벤 얀센 사장은 해운업계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CMA CGM이 2019년 인도 예정으로 2만 2천teu급 메가컨선 9척을 발주했다고 최근 발표하자 업계가 보인 반응은 자동 반사식 우려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MSC도 대우조선해양에 2만 2천teu급 메가컨선 11척을 발주했다. 그러나 이번 발주는 1만 3천~1만 4천teu급 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MSC의 선복량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벤 얀센 사장은 또한 최근 한 투자자 회의에서 "지금까지 50여 명의 투자자를 만났는데 다들 ‘CMA CGM의 메가컨선 9척 발주가 엄청난 과잉공급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2년 동안 메가컨선 발주가 없었던 터라 누군가 언제라도 발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향후 10년간 메가컨선 발주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재 상황을 좀 더 폭넓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폐선량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면서 선복량 증가도 거의 멈춰진 상태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랜만에 조금이나마 안정기로 접어들 수도 있다. 2017년뿐만 아니라 2018년, 2019년 전망도 낙관적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일부 수익을 창출한 뒤에 고객이나 BCO, NVOCC 등을 위한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재투자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기술 향상으로 인한 비용 인하 및 엄청난 증대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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