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조인 전병진 대표

▲ 전병진 사장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제20회 COA(Container Owners Association) 정기총회에 다녀왔다.

COA는 컨테이너 박스를 보유하고 있는 선사와 리스회사 등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컨테이너 제작공장, 터미널, 운송사 등 컨테이너 박스와 관련된 다양한 단체와 조직들이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국제기관으로 현재 세계 69개국, 170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용중인 컨테이너 3200만teu중 약 90%인 2800여teu가 COA 회원사 소유일 정도로 컨테이너 박스 시장에서 COA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COA는 컨테이너 관련 산업의 표준화와 안전화, 보안, 기술혁신, 환경문제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국제로비 활동, 회원사의 공동이익과 협력에도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COA가 지난 2004년 3월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제1차 창립총회에 창립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COA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 왔다. 창립운영위원으로서 당시 아시아선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2차 창립준비회의를 주도했고 이후 COA 한국대표로 활동하면서 2009년 COA 서울 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국제물류컨퍼런스인 인터모달에 즈음해 개최되는 COA 정기총회에도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한진해운을 퇴직하고 한실흥산에서 일할 때도, 컨테이너 박스 전문 회사인 박스조인을 설립하고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도 반드시 COA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필자가 매년 COA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는 세계 컨테이너 박스 시장에서 한국해운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총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선진기술을 국내에 알려 조금이나마 한국해운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의무감에서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COA 총회에 참석하는 게 참 곤혹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됐던 COA 총회에서 하루 종일 '한진해운 파산(Hanjin Bankruptcy)'이란 말에 시달렸고 올해도 COA 총회의 첫 발표인 '세계해운시장전망'이란 주제에서 또 한진해운 파산이란 단어를 들어야 했다.

더욱 자괴감이 드는 것은 이번 회의 참가자 명단에 거의 매년 필자와 함께 참석했던 한진해운 참가자들이 빠져 있다는 점과 회의에 참석한 한국인이 고작 4명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COA 참석자는 필자를 포함해 박스조인에서 2명, KCC중국법인에서 2명 등 4명이 전부였다.

지난해 COA 회의에는 컨테이너 위치추적시스템이 주요 주제였지만 한진해운 파산사태를 때문인지 올해는 컨테이너 파이낸싱과 보험이 핵심 관심사였다. 또한 지난해 제기됐던 Leasing Company Recovery Group을 만들어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손해보상문제 제발 방지대책을 만들자는 논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논의가 당사국인 한국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왜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라고 자문하면서 심하게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계 해운 역사상 단 한번도 월드와이드 해운서비스망을 갖춘 원양정기선사가 파산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던 세계 해운인들에게 한진해운 파산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한국 해운인으로서 부끄러웠던 것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한진해운의 파산 원인을 분석하고 방지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해운 선진국이 아니라 해운 후진국임이 자명하다.

이번 COA 총회에 참가하면서 어렵더라도 내년에 한국에서 COA 회의를 개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혼돈 속에서 한국해운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고 있는 지 세계 해운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에서다.

COA 사무국 Mr. Patrick 국장과 2018년 6월로 예정된 싱가포르 총회에 앞서 3~4월 중에 한국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일정의 협의하다가 귀국길에 올랐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COA 사무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내년에 반드시 COA 한국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

우리 해운업계도 이제 세계 해운업계와 보다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에 개최될 예정인 COA 한국회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컨테이너 박스 관련 최신 기술 정보를 습득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한진해운 파산사태로 무너진 한국해운의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11월 27일 암스테르담에서 제20회 COA 총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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