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외항선사부문 SM상선 김칠봉 사장

내년 상반기 미주항로 2개 추가 개설
국내외 선사들과 적극적인 협력 추진

세계 해운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한국해운에서 두 번씩이나 벌어졌다. 한 국가의 대표적인 원양정기선사가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파산한 일이 첫 번째요, 출범한 지 4개월된 신생 선사가 원양정기선항로를 취항시킨 일이 두 번째다. 한진해운과 SM상선의 이야기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SM상선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나갔다. 지난해 하반기 한진해운 파산이 몰고 왔던 엄청난 충격파는 SM상선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SM상선은 설립 3개월만에 첫 정기선 항로 개설, 4개월만에 원양항로 개설, 1년만에 컨테이너 사선 21척 확보 등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일을 뚝딱해냈다.

지난해말 SM그룹이 한진해운의 인력과 북미항로 부문을 인수해 신설 회사인 SM상선을 설립할 때만하더라도 SM상선이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메워나갈 것이라고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었다.

SM상선이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백전노장의 선장이 키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SM상선 선장인 김칠봉 사장은 대한해운에서 30여년간 일하면서 재무팀장,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한 경영관리의 전문가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한해운을 2013년 인수한 SM그룹은 당시 경영본부장이었던 김칠봉 전무를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마라톤, 테니스, 등산, 골프 등 열정적인 운동 매니아로 대단한 승부욕의 소유자인 김칠봉 사장은 그의 전공인 경영관리는 물론 용선영업까지 직접 챙겼고 대한해운은 완전히 초우량선사로 돌아섰다. 김칠봉 사장의 놀라운 경영수완을 인정한 SM그룹은 2016년 11월 인수한 대한상선(구삼선로직스)과 2016년 12월 설립한 SM상선 대표이사를 동시에 그에게 맡겨 버렸다. 업계에서는 의외의 인선이라며 갸우뚱 했지만 김칠봉 사장은 그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SM상선이 설립되고 올해 상반기에 단한번도 주말에 쉬어 본적이 없다는 김칠봉 사장은 어이없이 무너졌던 한진해운을 SM상선으로 되살려 놨다. 김칠봉 사장은 내년 상반기 미서안북부노선과 미동안노선을 취항시킴으로써 SM상선을 미주전문선사로 키워내 무너진 한국원양정기선해운을 복원시키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해운신문이 ‘2017 올해의 인물’ 외항선사 부문 수상자로 SM상선 김칠봉 사장을 선정한 이유다.

김칠봉 사장을 직접 만나 SM상선이 국적원양정기선사로서 다시 태동하기까지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경영 성과를 정리하면?
=신생선사로서 안정적인 서비스 시작과 정착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단시간에 조직과 영업망을 구축하고 출범 4개월 만에 미주노선을 취항시켰는데 임직원들이 온 힘을 함께 모아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취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주노선이 만선을 기록했다는 점과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23위에 랭크된 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선사’라는 외신 평가를 받은 점도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 국내외 선사들과 중동서비스인 CMX노선을 처음으로 공동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SM상선이 타선사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과 서비스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켜냈고 해외로 유출될 위기에 놓였던 선박과 화물도 무사히 지켜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를 믿고 지원해주신 한국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한 정부당국과 금융 관계자분들, 그리고 고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조금 아쉬웠던 것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국적선사들과 공동운항, 선복교환 등 서비스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비록 첫 공동서비스인 CMX노선을 개설하기는 했습니다만 협력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의 부족한 점이라 생각하고 내년에는 국적선사간 협력에 더욱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보유선대 및 서비스 현황과 향후 계획은?
=먼저 용선포함 총 28척의 선대를 운항하고 있습니다. 사선대는 8600teu급 4척, 6500teu급 10척, 4300teu급 3척, 1700teu급 4척 등 21척이고 용선대는 1천teu급 내외 7척입니다. 내년 서비스 확충계획에 따라 6500teu급 내외 10여척을 사선과 용선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서비스 노선은 북미서안 1개와 아주 10개 등 총 11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접 선박을 투입하는 노선은 7개이고 나머지 4개 노선은 선복교환이나 구매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타선사 선복을 이용하는 4개 노선은 기존 선사와 협의를 통해 공동운항하거나 직접 선박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캐나다를 연결하는 미서안북부노선과 미동안노선 등 원양항로 2개를 추가로 개설하고 마닐라 등 아주항로 4개도 추가하는 등 총 6개 이상의 노선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미주항로 2개는 언제쯤 취항할 계획인가?
=미서안북부노선은 3월말이나 4월초, 미동안노선은 5월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주요화주들과의 연간계약(SC)이 진행되는데 이 물량들이 6월부터는 선적돼야하기 때문에 그전에 서비스 개설 준비를 마치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직접 미국 동안과 서안 주요 항만을 방문해 우리 선박들이 기항하게 될 터미널 운영사들과 선석 이용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미서안북부노선은 CPX노선과 마찬가지로 43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투입해 독자 운영할 계획이며 미동안노선은 6500teu급 10척 정도가 필요해 공동운항을 위한 파트너선사를 찾고 있습니다. 미동안노선 개설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무너진 한국원양항로를 재건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에 근해항로 국적선사 협력모델인 KSP처럼 우리와 현대상선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M과의 계약 때문에 현대상선이 우리와 협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양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 나가다 보면 묘수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원양항로 추가 개설보다 CPX노선 수익성 개선이 먼저 아닌가?
=CPX노선은 아웃바운드의 경우 매항차 소석률이 90%를 넘어갈 정도로 수익성이 올라와 있습니다. 반면 인바운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음에도 CPX 개설이 4월에야 이뤄지면서 SC 계약 시점을 놓쳐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으로 피해를 입은 월마트 등 미국 대형 화주들은 아예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8개월여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마케팅도 실시한 덕분에 등 돌렸던 미국 주요화주들이 조금씩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수준으로 내년 SC 계약 물량이 확보된다면 CPX노선의 수익성 개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에 추가 개설되는 2개 원양항로에 대한 SC도 함께 진행하면서 화주들의 다양한 운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 원양항로의 수익성 개선은 확실히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시장 상황이 고무적이어서 국내외 선사들과의 협력관계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추가 항로의 수익성도 기대 이상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2개 항로중 미주동안노선은 결코 쉽지 않은 항로입니다. 최근 미동안은 선복량 과잉으로 눈에 띄게 운임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임이 하락하면 당연히 선복을 줄여야 하는데 반대로 우리가 추가로 선복을 투입하기 때문에 그만큼 과잉선복이 커지게 됩니다. 기존선사들이 자기 선복을 줄이지 않으면서 과잉선복을 막는 방법은 우리와 손을 잡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우리 영업본부에서 계속해서 미동안 기존선사와 접촉하고 있고 의미 있는 제안도 오가는 것으로 보고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3대 선사가 내년 4월부터 ONE이라는 브랜드로 통합되기 때문에 화주들의 선택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서비스를 개시하는 SM상선이 일본선사들의 대체 선사로서 화주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 한해 SM상선이 고객들께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드렸기 때문에 내년은 기대를 가져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사업목표와 턴어라운드 시점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내년 상반기중으로 추가 개설하는 미주항로 2개 서비스를 안정화시키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명실상부한 미주전문 국적원양선사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턴어라운드 시점은 해운시장 변수가 워낙 많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최대한 턴어라운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시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원가구조를 절감하고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상품을 출시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선사들과 어떻게 경쟁해 나갈 계획인가?
=SM상선이 신생선사이기 때문에 대형 글로벌 원양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글로벌 선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는 우리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공동운항, 선복교환 등 선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는 전략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유럽항로는 언제쯤 복원할 수 있나?
=사실 유럽항로는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 한진해운이 잘 나가던 시절조차 유럽항로에서는 고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SM상선이 미주항로와 아시아 역내항로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까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SM상선이 국적원양선사로서 유럽항로를 반드시 개설해야 합니다. 다만 그 일을 제가 할 수는 없고 후배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해내리라 믿습니다.

-우방건설산업과의 합병작업은? 대한상선과 향후 추가 합병 가능성은?
=양사 합병은 올해말 합병 완료를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합병후 해운 사업부문과 건설 사업부문으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며 대한상선과 추가 합병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우방건설산업과 합병이 완료되면 재무건전성 면에서 SM상선의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외 신뢰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평소 강조하시는 경영 철학은?
=외부에서는 저를 ‘현장형 리더’라고 부르고 직원들은 저를 ‘SM상선 세일즈맨 1호’라고 부릅니다. 영업 현장에서 고객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국내외 어디라도 제가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남들과 같이 고객을 대해서는 절대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세일즈맨들의 신조입니다. 회사 설립후 단독운항임에도 미주노선 만선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영업 정신이 결실을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미주노선 등 서비스를 추가로 개설하는 만큼 국내외 고객들에게 지금보다 더욱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저는 항상 임직원들에게 SM상선이 잘 되는 것이 대한민국 해운을 부활시키는 것이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라고 강조합니다. 해운은 국가기간산업입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해양강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SM상선은 국적원양선사로서 대한민국 수출입 최전선에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다시 도약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우리 SM상선의 사명이라는 점을 임직원들과 함께 다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정부와 해운업계, 화주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국원양정기선해운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운업계는 서비스 질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정부는 국적선사간 협업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공동운항, 선복교환 등 서비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해야 합니다.

해외 글로벌 선사들은 M&A를 통해 외형적인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공동운항을 통한 서비스 노선 확대로 영업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들과 서비스 경쟁을 하려면 국적선사 단독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국적선사간 협업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고 서비스 노선을 합리화 시켜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국해운의 대외 신뢰도를 제고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원양정기선해운을 살리려면 국적선 적취율 제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역시 정부, 해운업계, 화주간 실효성있는 제도와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적취율 제고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 해운업계, 화주 모두 공통적인 이익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상호 이해와 협조,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한국해운원양정기선해운의 부활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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