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치슨, BPA에 자성대 임대 연장 신청
BPA “연장 필요하나 신중한 검토 필요”

부산 북항 자성대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허치슨터미널㈜이 임대계약 만료를 15개월 앞두고 부산항만공사에 임대 연장 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함에 따라 그동안 수면아래 가라 앉아 있던 자성대부두 존속 문제가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3월 14일 한국허치슨터미널㈜가 자성대부두 임대기간을 20년 연장하는 신청서를 제출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BPA가 허치슨이 체결한 자성대부두 임대계약서상 허치슨의 임대 만료일은 2019년 6월 30일로 앞으로 15개월 정도 남아있다.

부산북항 재개발사업 2단계사업에 포함돼 있는 자성대부두의 임대 만료일이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연 자성대부두를 재개발사업지구로 편입시켜 부두기능을 종료시킬 것인지 아니면 허치슨의 요구대로 임대연장 계약을 새로 체결해 부두기능을 유지시킬 것인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BPA와 정부가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자성대부두의 폐쇄를 결정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붉어진다. 민간기업이 정부가 계약서로 약속한 임대기간을 근거로 수천억원을 투자했는데 국가 계획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임대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이 법률적, 도덕적으로 타당한가라는 문제다.

과거 컨테이너부두공단이 보유하고 있던 자성대부두 소유권을 BPA가 승계하면서 체결된 계약서에는 임대인이 허치슨이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계약 위반, 법령 위반 등 중대한 위반사실이 없는 한 임대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한 임대기간은 10년 단위로 연장해 주도록 돼있고 임대기간은 컨테이너부두공단이 2003년 허치슨측에 전달한 공문에 따라 최대 30년(20+10년)까지 연장해주도록 돼 있으며 임대만료 6개월전에 연장을 요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러한 계약내용을 근거로 허치슨은 현대상선에서 운영권을 매입하는 데 3천억원 가까운 거액을 지불했고 이후 자성대부두에 1천억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허치슨은 임대만료기간이 아직 15개월이나 남아있는 이 시점에서 왜 임대 연장 신청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허치슨측은 선사 영업적인 측면에서 임대 연장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져 BPA측에 조속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장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내년 하반기에도 과연 자성대를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선사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고 실제로 일부 선사들이 이탈하는 문제가 벌어지자 임대 연장 문제에 대해 조속하고도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BPA에 정식으로 임대료 연장신청서를 제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BPA는 자성대 임대 연장 문제에 대해 BPA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해수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북항 일원 통합개발 기본구상, 북항터미널 운영사 2단계 통합 협의, 항운노조원의 고용문제 등 복잡한 사안들과 연계에서 풀어내야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성대부두의 임대기간 연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BPA 우예종 사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항이 연간 700만teu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는데 부산항에 신규 터미널이 공급되려면 최소 4~5년은 필요하다며 자성대의 부두 기능 연장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2단계 사업을 조기에 시작할 필요는 없고 부산항에 새로운 터미널이 공급되는 시점이 신항 2-5단계가 2022년, 2-6단계가 2024년 이후로 5~6년 뒤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자성대의 부두기능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BPA는 재정적인 측면에서 자성대 부두의 기능을 당분간이라도 유지하는 게 이익이기는 하다. 허치슨은 매년 자성대 전대료로 200억~250억원 가량을 십수년간 단한번의 연체 없이 납부해왔다. 또한 상용화를 통해 인수한 530여명의 항운노조원을 비롯한 약 800여명에 달하는 고용을 창출하고 있어 부두기능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BPA가 허치슨이 요구하는 대로 최장 30년까지 자성대 부두의 임대기간을 무작정 늘려줄 수는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항재개발이 늦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북항 터미널 운영사 통합 2단계 협의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BPA는 1단계로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를 통합해 BPT를 출범시켰으며 2단계로 BPT와 신감만부두, 자성대부두까지 통합시키기 위한 협의를 최근에 시작했다. 우예종 사장은 올해안으로 자성대는 어려워도 BPT와 신감만부두는 통합해 근해선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두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BPA 관계자는 “자성대 부두 임대 기간연장 문제는 성급하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좀 더 심도 있고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부산항에 물동량 수급전망을 충분히 고려해 부두의 기능전환이나 폐쇄를 결정해야하며 특히 일자리를 중심에 두고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BPA의 주장에 허치슨측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부두 연장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임대 만료일이 15개월 남아 있다고 하지만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BPA, 해수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명확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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