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없어도 수주목표 달성 가능”
최진명 연구원 “상선 10% 초과수주로 일감부족 만회”

4월 5일 문재인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7월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의 투자·보증 등을 통해 벌크선 140척, 컨테이너선 60척 등 총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 투자에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11일 케이프투자증권 최진명 연구원은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최근 조선업계의 신조수주 소식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상선 발주 계획에 따라 연간 4조원의 초과수주 및 매출부양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진명 연구원은 상반기에 발주된 해양 프로젝트 중 단 한건도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하지 못했으나, 해양플랜트 부문이 연간수주목표 비중에 10% 수준에 불과하고 정부의 신조선 발주 프로젝트로 상선을 10% 초과 수주하면 해양플랜트 물량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문)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최진명 연구원은 올해 수주일감에서 LNG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가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일감확보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정책으로 연간 4조원 추가수주 전망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족한 일감을 상선수주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주요 조선업체의 수주목표 합계는 312억달러이며, 해양플랜트 관련 일감은 3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모두 각각 10억달러 내외로 즉, 282억달러가 상선 부문의 수주목표였기 때문에, 상선에서 10%만 초과하면, 연간 수주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따르면, 향후 5년간 55만cgt로, 기존 수주전망 대비 연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정부의 지원정책이 발효되면, 해양플랜트 일감의 부족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정부의 지원이 늦더라도 올해 수주목표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조선업체가 기대치를 충족하는 수주실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조선업체의 지난해 수주실적은 200억달러인데,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84억달러를 초과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우수한 수주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현재까지 39.3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33%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실적의 50%에 달하는 물량으로 빠르게 잔고를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수주실적 대비 80% 수준인 23.6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32%를 달성했다. 현재 속도가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올해 수주목표인 312억달러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최 연구원의 의견이다.

한국 조선 기술력으로 중국 자본력 넘어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신조수주 성적이 좋은 것은 경쟁국보다 기술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금융지원 공세에도 국내 조선업체가 버티는 이유를 납기 준수, 품질 우수에 있다고 설명했다.

선주들은 통상 높은 부채를 부담하고 선박을 발주하기 때문에 납기가 늦어질수록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 특히 선박의 고장 등으로 운항에 차질이 생기거나, 연비에 큰 차이가 발생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에 큰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선주들은 재정적 여건이 허락되는 경우, 납기를 지키고 품질이 우수한 국내 조선업체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그리스 선주사인 Safe Bulker의 Polys Hajiannou CEO는 “중국산 선박은 품질 문제로 한국, 일본산 선박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품질 차이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선박 브로커사인 Vessels Value의 William Bennett 애널리스트는 “중국산 선박은 선령이 높아질수록 할인율이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오래된 선박은 일본 선박 대비 20~40% 추가 할인을 해서 거래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연구원은 “수주한 배를 약속한 기간에 약속한 품질로 납품하는 것이 왜 어려운 일이냐고 의심할지 모르지만, 중국 선박의 부실한 품질은 전 세계적으로도 알려졌다”며 국내 업체들이 납기와 품질을 지킨 덕분에 높은 선가에 수주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 선박 금융지원 축소시사

중국 조선업의 무기인 가격과 자본력도 기술력 앞에서 한계가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수주와 수주잔량 순위에서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선주들은 중국 조선업체의 품질과 납기 문제를 알고 있으나, 파격적인 선가와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여전히 중국 조선업체를 찾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선박금융지원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중국 조선업체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없을 전망이다. 중국수출입은행 Gao Zeofeng 선박금융부문장은 대체 투자자산 비중 중 선박금융 비중을 축소할 예정이며, 투기성 발주는 가급적 지양하라고 말했고, 중국교통은행 Fang Xiuzhi 금융리스부문장도 용선처가 분명한 선박만 금융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 넘게 조선업계 꾸준히 자금지원을 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면서 공산당의 인내심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영향인지 2017년 하반기부터는 중국 은행 관계자들이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 고부가가치 선종 지배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의 높은 기술력은 곧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경쟁국과의 기술력 격차로 벌크선 물량은 중국 조선업체로, 고부가가치선박인 가스선은 한국 조선업체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 1년간 글로벌 선박 발주 물량을 살펴보면, 탱커가 14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벌크선이 120억달러, 컨테이너선 70억달러, 가스선 60억달러 순이었다. 총 400억달러의 발주물량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각각 43%의 수주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이 수주한 170억달러의 수주물량 가운데 85억달러가 벌크선 물량이었다.

반면, 한국은 170억달러 가운데 26%인 44억달러가 가스선이었으며, 벌크선은 9%에 불과한 10억달러를 기록했다. 벌크선 시장은 중국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한국은 가스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중국은 기술과 품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국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가스선,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크선 순으로 수익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 위한 첨단기술 개발 중요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경쟁국에 비해 기술 우위에 있지만, 자동화와 더불어 첨단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는 자동화 비율이 매우 낮은 산업에 속하고 선박은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선주들이 있는 유럽으로 옮겨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임금 측면에서 중국에 뒤쳐진 상태이고, 노동 생산성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좁혀질 수밖에 없다.

그는 “조선업이 자동화 비율이 낮은 사업이지만, 한국 조선업이 노동 집약 산업의 형태로 안주하고 있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여유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자동화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설계 생산성 개선을 추구하거나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선박의 이중 곡 성형 작업에 ‘곡 성형 로봇시스템’을 투입해 검증작업을 완료한 바 있다.

이 로봇시스템은 선박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곡 성형 생산성을 기존보다 3배 이상 높여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품질 향상도 이뤄냈다. 특히 장기적으로 10~20년 장비 수명을 고려할 때 1천억~2천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LNG선을 수주할 때 국내 조선업계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화물창(KC-1)을 기반으로 설계하도록 합의하면, 설계과정에서 비용지출은 큰 차이가 없지만, 기술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설계비용은 전체 선박 건조비용의 10% 미만으로 예산이 책정되지만, 설계 품질이 잔여 90% 공정에 대한 비용을 절대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첨단기술의 개발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컨선 45척 이상 발주 전망

올해 LNG선 발주시장은 당초 기대를 부흥하고 있고 컨테이너선에서도 대규모 발주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LNG선 시장에서 50척 이상이 발주될 전망이며 이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40척 이상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1분기에 18척이 발주됐고 옵션까지 포함하면, 20척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기대 이상의 수주실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은 25척을 수주한 상태이다. 이 가운데 정부주도 발주물량인 20척을 포함하면, 향후 45척 이상이 발주될 전망이다.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신조선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신조수주와 더불어 선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향후 4~5년간 꾸준히 진행될 것이란 판단이다. 또한 가스선 시장도 하반기 이후에는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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