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카텍 정신종 대표·정균식 박사

▲ 메카텍 정신종 대표(왼쪽)와 정균식 박사

선박 엔진 연소 분석 장비 ‘i-MEP’ 개발
i-MEP 통해 연비 최대 7~10% 절감 가능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넘지 못하고 쓰러졌던 중형 벌크선사인 티피씨코리아의 정신종 사장과 20여년간 선박용 엔진을 연구해온 정균식 박사가 의기투합해 선박용 엔진 연소 분석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메카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정신종 사장과 정균식 박사는 한국해양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해양대 미식축구부와 사회인 미식축구팀인 바이킹스에서 함께 땀 흘리면서 운동을 해왔던 동료이기도 하다. 티피씨코리아가 파산한 이후 재기를 모색해왔던 정신종 사장은 과거부터 관계가 돈독했던 뉴질랜드 원목 화주의 해운대리점인 제이쉽마린을 지난해 초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신종 사장은 해양대 실습선 1등 기관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균식 박사가 개발한 i-MEP이라는 선박 연소 분석 장비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메카텍 설립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여년간 선박용 엔진만 연구해온 엔진전문가와 한때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해운회사를 경영했던 해운전문 경영인이 만나 ㈜메카텍을 탄생시킨 것이다.

정신종 사장은 메가텍의 국내외 영업 및 관리 부문을, 정균식 박사는 연구개발, 진단 및 솔루션 제공 등 기술적인 부문을 각각 맡아 선박용 엔진 최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메카텍은 이미 SK해운, 고려해운, 팬스타라인, 장금상선, 해양환경공단(KOEM) 등의 선박에 i-MEP을 적용, 엔진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했고 에이치라인해운, 동아탱커, 씨월드페리, 국제선박, STX 마린서비스 등 10여개 선사가 진단 일정을 대기하고 있다.

정신종 사장과 정균식 박사는 "엔진은 선박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오래 사용하는 부품임에도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비조차 없었다. 엔진의 상태를 점검하고 최적화를 시켜준다면 연료비용은 7% 이상, 엔진 수리비용은 연간 10% 이상 절감이 가능하다. i-MEP을 통해 국적선사들에게 엔진 최적화 기술을 제공, 연비 개선과 엔진 관련 수리비 절감이 가능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신종 사장과 정균식 박사는 i-MEP을 국내 해운업계에 보급해 선대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는 한편 i-MEP에 빅데이터·AI기술을 접목해 향후 2년내 엔진 고장예방진단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다음은 정신종 사장, 정균식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

-i-MEP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한국해양대학교 기관학과를 졸업하고 모교 실습선 13년을 포함하여 16여년간 기관사로 승선생활을 했다. 엔진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서 배에서 내려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는 원인 모를 엔진 트러블을 자주 일으켰는데 제가 지속적으로 모니티링하고 관리하면서 정상화시켜 놨다.

한나라호 엔진을 정비하면서 느꼈던 좌절감 같은 것은 엔진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장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기관사는 선박 엔진을 관리하고 정비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기관사들은 MRI, CT, X레이 등 병을 진단하는 장비 하나 없이 엔진을 관리해왔던 것이다.

한나라호 엔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리하는 과정의 경험을 살려 선박 엔진의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분석할 수 있는 엔진 연소 계측 분석 장비를 개발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i-MEP이다.

-i-MEP을 상품화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해양대 실습선에서 10여년간 엔진 최적화 연구를 해왔고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이론적인 토대도 완성했기 때문에 상품화를 위한 준비는 거의 끝난 상태였다. 계측장비를 개발하고 상품화하는데 1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상품화를 추진하면서 우리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들이 나와 있는지 시장조사를 해봤지만 i-MEP처럼 연소 분석을 통해 엔진을 최적화하는 제품은 아직 보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엔진 최적화 제품들은 저처럼 엔진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IT나 신호처리 등을 전공한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것으로 엔진의 상태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

i-MEP은 엔진 전공자와 제어계측 전공자가 함께 개발했고 계속해서 엔진 최적화 기술을 수정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들이 좀 더 쉽게 i-MEP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i-MEP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상선용 주엔진으로 사용되는 2행정 엔진은 실린더 연소 최고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Pmax 게이지를 비롯한 센서 등이 장착돼 있다. 최근에 개발돼 신조선에 장착되고 있는 일명 에코 엔진이라고도 불리는 ME엔진은 모니터링 시스템이 장착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Pmax 게이지 등을 통해 현재 엔진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상선에서 발전용이나 연안선박의 주엔진으로 사용되는 4행정 엔진은 그나마 모니터링 시스템조차 없다.

i-MEP은 Pmax 게이지 외에 별도로 크랭크 사프트 각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지그를 제작해 엔진에 장착하고 여기서 수집되는 데이터들을 분석해 엔진의 연소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엔진 메이커들이 제공하는 각종 센서와 게이지들은 엔진 상태를 점검하는 청진기 수준이라면 i-MEP은 CT나 MRI라고 보면 된다.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듯이 i-MEP으로 선박 엔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연료분사 시기 및 분사량 조정, 터보차저와의 매칭 등을 통해 엔진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i-MEP을 통해 엔진 최적화 작업이 진행되면 엔진 출력 증대는 물론 7~10% 정도의 연비 절감효과, CO2 배출 최소화 등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엔진 최적화로 배기가스 온도가 안정화되므로 배기 벨브, 실린더 헤드, 터보차저 등 엔진 부품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정비 주기도 길어지는 등 엔진 수리 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다.

-i-MEP을 통한 엔진 최적화 작업은 얼마나 걸리나?
=엔진 상태 진단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수리는 조금 시간이 소요된다. 엔진 진단은 센서를 장착하고 데이터를 받기까지 1~2일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각도 센서가 없는 2행정 엔진과 4행정 기관은 프랭크 샤프트에 장착할 각도 센서 지그를 제작해 장착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각도 센서 지그는 PCD 스케치를 해서 제작해야 하므로 1주일 이상 소요되는데 엔진 도면이 있으면 미리 지그를 제작할 수 있어 제작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센서 장착후 수집되는 데이터들을 통해 엔진 연소 상태를 분석한 이후 엔진을 수리해야하는데 수리 기간은 엔진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연료 분사량이나 분사 타이밍 조정은 곧바로 조치가 가능하지만 터보차저 매칭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엔진 연소 진단 결과 공연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타보차저를 수리해야한다. 공연비가 낮으면 터보차저 노즐링이나 가이들링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수리가 필요하다. 터보차저 개방수리를 위해서는 통째로 엔진에서 분리해 공장에 가져다가 수리를 해야 하므로 최소 2일 이상 소요된다. 타보차저 수리는 미리 스케쥴을 조정해 정기 드라이 도크 때 진행하면 수리 시간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i-MEP 종류와 서비스 방식은?
=i-MEP은 총 3가지 상품으로 구성했다. 2행정 엔진용, 4행정 엔진용, 2·4행정 엔진 겸용 등 3가지 타입이 있는데 장비는 판매와 임대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i-MEP의 특징은 계측 장비 설치와 함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i-MEP 서비스는 언제라도 국내 기항이 가능한 연안선박과 장기간 해외에서 운항하는 원양선박을 차별화해서 제공하려고 한다. 원양선박의 경우 i-MEP을 장착(판매 또는 임대)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전송받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연안선박들은 주기적으로 우리가 직접 배에 방문해 계측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컨설팅을 해려고 한다.

-컨설팅은 반드시 필요한가?
=i-MEP은 엔진 연소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계측기일 뿐 엔진 최적화를 시키려면 반드시 컨설팅 서비스를 받아야한다. 엔지니어들은 엔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P-V선도나 P-θ 선도를 통해 엔진상태를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엔진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관리하려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i-MEP이 기타 유사한 제품들과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것이 엔진 상태를 분석하고 조정이 가능하게 하는 컨설팅 서비스다.

우리는 i-MEP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기적으로 엔진의 상태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리포트를 발행해주고 있다. 사람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를 받아야 건강을 유지하듯이 엔진도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연비도 개선되고 수명도 연장된다."

-i-MEP 이용 요금을 얼마로 책정했나?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우선 제품당 i-MEP 장착비용은 2만 달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주기관 한 셋트에 2만 달러인데 발전기까지 하고 싶다면 발전기용 프로그램 5천 달러를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 이후 2년차부터 진행되는 컨설팅은 횟수와 비용 등을 선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연안선박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i-MEP을 장착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안선은 기본적으로 진단과 조정, 확인을 위해 3번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6개월마다 본선에 방문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i-MEP으로 특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선종이나 엔진이 있나?
=i-MEP은 엔진 연소 상태 분석을 통해 엔진 최적화를 제공하는 기술로 모든 선박용 엔진에 적용할 수 있다. 굳이 효과가 큰 선종을 꼽으라면 여객선과 예인선이다. 엔진을 최적화시키면 연비가 개선되고 진동도 줄어들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이 많고 승객을 태우는 여객선들에게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인선은 높은 엔진 출력이 요구되지만 4행정 엔진이 주기관이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i-MEP으로 관리를 받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엔진 타입중에서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어 사실상 관리가 되지 않았던 4행정 엔진이 특히 효과를 볼 수 있다. 2행정 엔진은 압력 센서 등을 갖추고 있어 어느 정도 모니터링되지만 4행정 엔진은 아예 센서 자체가 없다.

-신조선에도 적용 가능한가?
=물론이다.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이 신조선일 때 엔진 상태가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조선일 때 엔진 상태가 대부분 좋기는 하지만 선박의 운항 상태나 관리 여부에 따라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신조선에 i-MEP을 장착하면 우선 무상 AS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엔진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엔진 메이커에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다. 이후 지속적으로 엔진 상태를 모니티링하면서 관리를 해주면 그 선박이 폐선될 때까지 최소한 엔진 만큼은 신조선 당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i-MEP은 비용 문제 때문에 포터블로 개발했지만 앞으로 픽스드 타입으로 개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엔진 메이커들이 제공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기는 있지만 가격이 수억원대에 달하고 기능은 i-MEP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선주와 협의를 통해 신조 발주 단계부터 i-MEP을 엔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장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엔진 고장예방진단시스템이다. i-MEP을 통해 빅데이터들을 축적하고 AI기술을 접목해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스스로 엔진의 상태를 진단하는 엔진 고장예방진단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 공장, 공정 자동화를 구현하는 기업인 위즈코어㈜와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하여 엔진고장예방진단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엔진 고장예방진단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 엔지니어가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필요 없어진다. i-MEP과 엔진 고장예방진단시스템을 신조선에 장착하면 폐선할때까지 엔진을 항상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2년내 AI기능을 탑재한 엔진 고장예방진단시스템시스템 개발과 출시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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