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전 최소 6개월 소요 법 위반 불가피”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노동시간을 1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세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고용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 중 59%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변화될 생산현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도 이러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준수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산업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의 위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4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조선업계는 각 조선소별로 대책반을 구성했다.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체계를 개편하는 등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생산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법정 근로시간 준수 자체가 불가능한 직종이 있다. 예를 들어 시운전이 대표적이다. 건조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위해서는 건조 계약서에 따라 각종 성능과 기능을 검증해야 한다. 건조된 선박이 운항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비와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통합 및 운영되어야하기 때문에 선박 건조과정의 최종 단계인 시운전은 필수적이다.

시운전은 안벽 시운전과 해상 시운전으로 구분되는데, 안벽 시운전은 평균 6~8개월 동안 직종별로 동시에 성능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업무가 폭증하게 된다. 이어 해상 시운전은 건조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선박을 이동시켜 상선은 최대 3주 동안 해상에서 실제 운항조건으로 검사를 수행한다.

특히 군함이나 잠수함 등 특수선은 6개월에서 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 장기간 해상에서 시운전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해상에서 수행하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협회 관계자는 “조선사 등은 협회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어려움을 알렸다. 고용노동부에 현재 업계의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했으나, 현재로써 별다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시운전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인력이 증가할 경우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요소도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가 선박 성능을 테스트하고 안벽·해상 시운전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려면 고기량의 근로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4년 이상이 소요돼 대체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며, 안전·해난사고, 거주구역 협소문제 등으로 위험요소가 증가할 수 있어 당장 승선 근로자를 증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선협회는 “기상악화 시에는 근로자 안전과 선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하고 피항, 비상대기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해상 시운전은 선주와 계약한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법정근로시간 외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이상 알면서도 법 위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산업별, 직종별 특수성을 법 제도에 반영해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실질적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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