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명 연구원 “수주절벽 상황은 탈출”

상반기 준수한 성적을 낸 국내 조선업계가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영업활동으로 연말까지 일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1분기 LNG선 위주로 신조발주가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조선업 지원 의지가 확인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다만, 4월과 5월은 신조발주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났고, 현대중공업이 2분기를 끝으로 해양플랜트 부문 일감고갈, 국내 조선 3사의 노사관계 등으로 시장에서는 업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상선 수주량은 시장의 연간 전망치대로 향하고 있다. LNG선은 여전히 국내 조선업계가 높은 수주점유율을 기록하는 선종으로, 5월 중순 기준 LNG 운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조선 빅3는 최근 현대상선으로부터 총 20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목표액 달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최진명 연구원은 11일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실적을 ‘준수한 성적’이라고 평가하며 2016년 직면했던 수주절벽 상황은 확실히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본지는 최진명 연구원이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밝힌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 성적과 하반기 조선업 전망을 정리해 봤다.

1월 세계 수주잔고 2위 탈환

금융위기 이후 감소한 상선 부문의 수주잔고 감소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됐다. 한국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고, 최근 2개월간은 수주잔고가 증가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올해 1월부터 전 세계 수주잔고 2위를 탈환하면서 수주잔고의 추세적 턴어라운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최진명 연구원은 평가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실적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1억달러를 수주한 한국은 올해 67억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했고, 지난해 5억달러를 수주한 일본은 올해 15억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수주실적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수주절벽에서 탈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시장 점유율 변화도 의미가 있다. 2015년 한국, 중국, 일본 조선업계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7%, 26%, 26%로 큰 차이 없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부터 국내 업계는 중국보다 많은 수주액을 확보했고, 올해 1분기에는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중국은 30%, 일본은 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2015년과 달리 국내 조선업계로 신조발주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내 조선업계가 주력으로 건조하는 탱커, 가스선, 컨테이너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반기에 선종별 수주 점유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가스선 시장에서 90.8%,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60.9%, 탱커 시장에서 74.7%로, 벌크선 시장을 제외한 모든 선종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살아남은 조선사로 일감 몰려

일감부족으로 지난 1년 동안 20.4%의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2007년 1척 이상의 선박을 수주한 조선사는 706곳에 달했으나, 올해 수주실적이 있는 조선업체는 전 세계 42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930곳에 달하는 조선업체 가운데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354곳으로, 38%만이 생존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 문은 닫은 조선소가 20.4%라는 것을 보면, 조선업계가 얼마나 혹독한 시간을 견뎌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시황은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인 가운데, 생존한 조선사는 크게 줄어든 상태로, 경쟁업체 감소로 살아남은 조선업체들의 경영환경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경쟁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선주들은 통상 높은 부채를 부담하고 선박을 발주하기 때문에 인도가 지연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 또한 선박의 고장 등으로 운항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연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품질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재정적 여건이 허락하는 경우 여전히 국내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이던 인건비도 상승하고 있다. 2000년 중국과 미국 제조업 평균시급은 무려 33배의 격차가 났다. 그러나 중국 조선소의 인건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양국 제조업 평균시급 격차는 2008년 13배로 대폭 줄었고 올해는 4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중국 통계당국은 10년 사이 조선업계 임금이 10배가량 증가했고, 이제는 싱가포르 조선소보다 인건비가 높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양자강조선 대표도 도시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낮아 인상을 막을 수 없다며 원가비중에서 노동력이 차지하는 부분이 5% 증가할 정도라고 토로했으며, 짜오샨조선 대표는 건설업 호황으로 임금인상 요구를 맞춰줄 수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발주 추세 하반기로 이어질 듯

올해 신조발주 시장은 LNG선에서 컨테이너선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 연구원은 “당초 국내 조선사가 발주된 LNG선 가운데 40척 이상을 수주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 상반기에만 옵션 포함 25척을 확보했다. 최근 들어 컨테이너선 운임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대상선으로부터 총 20척이 컨테이너선을 수주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해양플랜트 신조발주도 기대된다. Rosebank 프로젝트의 FPSO, King’s Landing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FPU, MJ 프로젝트의 FPSO, Block B 프로젝트의 Fixed Platform 등이 연내 발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록 적지만 일부 프로젝트의 신조발주가 기대되는 해양플랜트와 달리 시추선의 발주 가능성은 적다. 최근 시추선 가동률이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65%에 못 미치는 수준이고 일일사용료(Dayrate) 시세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신조수주보단 성공적인 인도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시추선 수주잔고 대부분이 정상적인 시점에 인도되지 않고 있다. 신규 수주보다는 수주잔고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일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형 조선사도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조발주는 대형선 위주로, 특히 컨테이너선과 가스선은 대형선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그는 “국내 빅3는 유리한 환경이 지속돼 추가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통해 대형선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야 하고,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과 연계해 패키지 형식의 수주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2분기 영업손실 1910억 전망

최 연구원은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조선사별 2분기 실적 전망치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년간 해양 부문 신조수주가 없었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매출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도 회복되지 않고 있어 이익개선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의 2분기 매출은 2조9890억원, 영업손실 1910억원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은 LNG선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진이 높은 LNG선이 매출 비중에서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최 연구원은 “2분기에 잠시 수주가 뜸해지는가 했으나 현대상선으로부터 컨테이너선 7척을 수주했다. 지금 상황이 유지되면 가장 먼저 매출절벽을 탈출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며 “대우조선의 2분기 매출은 2조3780억원, 영업이익은 880억원”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안정적인 수주실적으로 하반기에 매출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만한 여건을 조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수주만으로 연간 수주목표치의 38%를 달성하며 해양플랜트 부문의 일감 공백을 채우는 모습이다. 최 연구원은 신조수주가 좀더 있을 경우 해양 부문 일감 부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2분기 매출은 1조1810억원, 영업손실은 700억원으로 전망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수주 호조에 따른 매출 증가세 전환이 예상되면서 2분기 매출은 6850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으로 전망됐다. 다만, 신조수주 실적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반기 수주실적은 6.9억달러로 연간 수주목표치 대비 23%에 불과하다. 수주실적 부진이 향후 수주잔고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