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kit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국제 해운업의 경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체로 확실했다. 컨테이너 선사는 해상 운송에만 전념하고, 도매 운송은 물류회사가, 소매 운송은 대형 화주가 맡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었다. 이에 따라 물류 업체는 구매 주문 관리, 원산지 혼재 작업, 물류 가시성(visibility), 통관 수속, 트럭수송, 창고 관리 등 부가가치 서비스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선사들도 어느 정도 물류사업에 참여하고자 하였으나, 자회사 포워딩 업체를 매각하거나 기업 그룹 내에서 분리하는 등 물류사업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선사와 포워더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고, 자산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어하여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 어떠한 유의미한 성과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4월 1일 일본 해운 3사가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cean Network Express ; ONE)로 통합됐다. 이에 따라 NYK 그룹의 유센로지스틱(Yusen Logistics)는 ONE 소유 업체 중 한 곳의 부속이 되면서 좀 더 먼 친척뻘이 되었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 NOL 그룹은 2015년 APL로지스틱(APL Logistics)를 일본의 KWE(Kintetsu World Express)에 매각한 바 있다. 머스크의 물류자회사인 담코(Damco)는 경매에 부쳐지는 것을 목표로 체질 개선에 나섰을 정도로 수익 창출을 위해 고군분투한 바 있다. 머스크 로지스틱를 담코로 새롭게 선보이며, 담코 본사를 코펜하겐에서 헤이그로 이전한 조처는 머스크가 선사, 물류 업체, 터미널 운영업체를 상당 부분 독립적인 사업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는 선사가 물류와 운송을 분리하기 위해 어디까지 조처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여전히 회자된다.

전통적인 컨테이너 해운업의 영역 내에서조차 선사들은 내륙 운송 서비스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내륙 수송 비용(특히 공컨테이너 재배치)을 화주로부터 만회하거나 기회포착형 화물(opportunistic cargoes)로 상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항만 간 수송에만 만족한 듯 보인다.

머스크의 움직임

오랫동안 선사와 포워더 간의 업무 구분이 확실했으나, 이러한 지형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지난 1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가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 통합선사"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3~5년 이내에 해상화물의 FedEX 혹은 UPS와 비슷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합" 선사는 운송의 처음과 끝을 모두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지난 4월 20일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인 CMA CGM의 루돌프 사드(Rodolphe Saade) CEO가 물류는 "해운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물류 기업 CEVA 로지스틱의 25%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해상운송을 넘어선 서비스"의 통합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CMA CGM은 독립된 물류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런던 게이트웨이항에 냉동·냉장설비를 개발 및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부 포워딩 업체가 선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자신의 입지를 위협한다고 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선박의 통제권은 선사에게 있으며 선박 없이는 포워딩 업체가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포워딩에 참여해온 한 기업은 선사들이 직접 예약이 가능한 디지털 채널을 구축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머스크의 노력을 "화물 포워더나 무선박운송인(NVOCC)을 운송업에서 쫓아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았다.

선사들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소규모 소비자 시장에 진입할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류시장 질서의 획기적인 재편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선사들은 물류사업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방법을 여전히 궁리 중이며, 실행 가능한 모델이 구축될 때까지 이러한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형 선사들이 화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스를 없애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머스크는 2월 20일 '자본시장의 날(Capital Markets Day)'에서 통합 선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세계 최대 포워딩 업체 퀴네 앤드 나겔(Kuehne + Nagel)의 오토 샤흐트(Otto Schacht ) 해상물류 부사장을 초대해 이 점을 확실히 밝히기도 했다.

개연성이 더 높은 시나리오는 선사, 포워더 및 플랫폼(알리바바, JD.com, 아마존 등)이 서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규모, 우선사항, 소비자층에 따른 구매 선호도 면에서 점차 다변화하는 시장에 다양한 운송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 채널에서는 선사와 포워더가 플랫폼과 점차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며, 다양한 플랫폼과 웹사이트에서 서로의 상품을 교차 판매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투명성 제고로 이어져, 공급 체인의 모든 당사자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에 매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물류 기업 DB쉥커(DB Schenker)의 요헨 테베즈(Jochen Thewes) CEO는 3월 개최된 TPM 기조연설에서 물류 시장의 복잡한 양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우리는 저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를 위한 신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역량은 무엇인가, 역량 개발과 그러한 역량을 시장에 접목하기 위해, 그리고 더욱 신속하게 접목하기 위해 누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하는가 등 여러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물류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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