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대 계약만료 1년 남았는데 협의 없어
자성대 부두 폐쇄시 북항 시설부족 우려

1천명의 일자리가 촌각에 달렸는데 정부는 3개월째 손을 놓고 있다? 직간접 고용인원 600여명에 연관 산업 종사자까지 약 1천여명이 일하고 있는 부산항 자성대부두의 이야기다.

부산항 자성대부두는 정규직 350여명, 비정규직 항운노조원 280여명 등 총 630여명의 직간접 고용인력이 일하고 있고 여기에 줄잡이, 강취방 등 자성대 부두에서 생업을 영위하고 있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약 1천여명이 넘는 종사자들의 일터다.

그런 자성대부두가 앞으로 1년 뒤 문을 닫을지 말지 안개 속에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사정은 이렀다. 자성대부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은 부산항만공사(BPA)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 1년뒤인 2019년 6월에 만료될 예정이고 지난 3월 임대기간을 20년 연장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허치슨이 연장 신청서를 제출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자성대부두 임대 연장을 위한 협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임대 계약 주체인 BPA도, 전국 항만운영과 재개발 등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자성대부두 임대 연장 건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임대차 계약 종료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BPA와 정부는 임대 연장을 해준다는 건지, 대체 시설을 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건지 협의는 고사하고 명확한 입장 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허치슨과 BPA간 체결된 임대 계약상 계약 종료 6개월전에 연장을 요청하도록 돼 있으므로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게 그나마 BPA와 해수부가 내놓은 입장이다.

이러한 BPA와 해수부의 태도에 대해 사업자와 종사자, 해당부두를 이용하는 선사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부두 임대차 계약이 아파트 전세 계약도 아니고 최소한 계약종료 1년전에는 계약 연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줘야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BPA와 해수부가 이처럼 자성대 부두 임대 연장 건에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북항 재개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부산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을 2022년까지 완료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2단계 사업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재개발 2단계 사업 예정지로 지정된 자성대부두를 현재 부산북항의 여건상 폐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자니 자성대부두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말고 폐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자성대부두를 무작정 폐쇄하자니 부산항 터미널 시설 부족과 1천여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BPA는 부산신항에 새로운 선석이 완공돼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까지 북항을 연간 700만teu를 처리하는 근해선사 중심항만으로서 터미널 기능을 유지시킨다는 계획인데 자성대 부두를 폐쇄시킬 경우 BPA의 계획 이행은 요원해 진다.

자성대부두는 연간 200만teu를 처리해 신선대에 이어 북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데 자성대부두를 폐쇄할 경우 북항에서 2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을 가진 터미널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설사 존재한다하더라도 주로 주말에 집중적으로 부산항에 기항하는 근해선사들의 특성상 극심한 체선 발생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자성대부두의 물량을 신항으로 이전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신항은 이미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는데다가 장비와 운영체제가 대형선에 맞추어져 있어 근해선사들이 운용하는 4천teu급 이하 중소형선박 처리는 비효율이 발생해 운영사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신항이 북항에 비해 하역요율이 20~30% 이상 높기 때문에 북항 이용하는 근해선사들이 신항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자성대부두를 폐쇄하게 될 경우 사라지는 1천여명의 일자리는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새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멀쩡한 1천여명의 일자리를 폐쇄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자성대 부두를 폐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와의 계약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부산항의 브랜드 가치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허치슨은 2002년 당시 현대상선으로부터 자성대 부두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2019년 6월 30일까지 계약기간으로 하되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계약 위반, 법령 위반 등 중대한 위반사실이 없는 한 임대계약을 최대 30년(20+10년)까지 연장하기로 약속을 받고 3천억원 가까운 거액을 지불하고 1천억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해왔다.

허치슨은 그동안 한차례의 임대료 연체도 없이 계약 사항을 이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연장돼지 못해 부산항을 떠나야할 경우 항만 및 관련업종 등 해양산업은 물론 국내산업 전반에 대한 외국계 투자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허브항만으로서 부산항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글로벌 허브항만을 지향하는 부산항이 안정적인 하역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최소한 신항에 충분한 선석이 마련될 때까지 자성대 부두의 기능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해수부나 BPA는 물론 업계에서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수부와 BPA가 자성대 부두의 유지 혹은 폐지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 보내면서 사업자와 종사자들, 선사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산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수부와 BPA는 부산항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조속히 자성대 부두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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