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 인상, 경영여건상 감내할 수 없어”

어려운 경영위기로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구조조정과 노사협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조선업계가 경영여건상 후판가 인상을 감내하기 힘들어 철강업계에 후판가 인상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16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건조량 1400만cgt보다 턱없이 낮은 780만cgt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한 신조선가는 최근 들어 회복되고 있으나, 호황기였던 2008년 대비 33% 하락하여 매출액 감소와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선종인 VLCC 선가는 회복이 더디고,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여전히 1년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선가 상승이 원자재가격 인상분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어 조선사의 수익성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 주요 조선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실적은 연간 목표대비 30~4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완전한 시장회복기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따라서 협회는 “조선사로서는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가 가중되어 금년도에는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철강사는 후판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철강사 역시 통상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으나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환경규제, 수요증가 등의 시황 호조 영향으로, 전 철강사가 큰 폭의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으며, 적자 품목이었던 후판 제품도 4반기 연속 가격 인상을 통해 이미 채산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 조선사의 후판소요량은 420만톤으로 예상된 가운데 후판가격이 상반기에 톤당 5만원 인상에 이어 또다시 5만원을 인상한다면 산술적으로 올해에만 3000억원의 원가부담이 추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이상의 후판가 인상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협회는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산업 특성상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분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조선사는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철강업계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후판 가격 인상을 수용했으나, 현 시점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최근의 경영여건상 감내할 수 없어 조선산업 전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업계는 후판가 인상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철강사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실적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사 경영이 회복되어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유보하여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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