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바닥나 조직축소·희망퇴직 실시
노조, 27~29일까지 부분파업 예고

현대중공업이 20일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서 해양부문 일감이 바닥났다. 결국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김숙현 대표는 이를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해양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김숙현 대표는 23일 담화문을 통해 “마지막 모듈을 성공적으로 출항시켰다는 기쁨보다는 이제 더 이상 해양야드에 일감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미 많은 인원이 업계를 떠나고 남은 사람들도 예측 불가능한 시장환경 및 급격히 축소된 물량을 서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힘들어 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는 신규 공사 수주를 위해 영업, 견적, 설계, 생산기획, 공사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노력했으나, 싱가포르와 중국업체에 신조수주를 내주고 말았다.

시장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김 대표는 “이런 결과는 우리 주위의 환경이 얼마나 더 빠르고 냉혹하게 변했는가를 절실하게 느낀다”며 “변화하는 시장의 추이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저를 포함한 해양임원들에게 책임이 있다. 또한 기존 공사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엄청난 공수초과, 납기지연, 품질하자 문제 등으로 인해 조 단위 손실을 초래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숙현 대표는 해양사업부 일감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나스르 공사의 아부다비 해상작업과 과다 공사비 문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하겠다. 해양사업 본부의 미래를 위해 융단을 내려주시는 분들을 위해 사업대표로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양사업부 조직 축소과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해양부문 일감이 전혀 없는 만큼, 조직을 대폭 축소하며, 인력감축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비능률, 비효율 요소도 과감히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희망퇴직 신청은 오는 27일부터 9월 14일까지이며 해양사업부 5년차 이상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해양사업부 근로자 2600명 가운데 1220명을 대상으로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을 신청했다. 이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9개월동안 연차수당, 휴가비 등을 제외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사측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23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철회하고 노동자 생계를 외면하는 무급 휴업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며,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지난 2월 일감나누기, 시간나누기 등의 방식과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 고용을 유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라며 “유휴인력, 전환배치, 정부 지원 숙련향상 교육 등의 방안을 제안했으나, 회사는 또 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라고 지적했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23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희망퇴직 무급·휴업조치 중단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