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블렌딩 비즈니스 확대 추진

SK이노베이션이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 선박용 연료유에 대한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를 기회로 삼아 친환경 선박용 연료유 시장의 아·태지역 강자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을 통해 최근 저유황유 사업 규모를 확대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6년 환경 보호 등을 위해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감축 시키는 규제 안을 확정했는데 이에 따라 2020년 1월 1일부터 국제항해를 400톤 이상 모든 선박은 황산화물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 선박용 경유(MGO),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IMO의 SOx 규제 시행일이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저유황유에 대한 해운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며 규제 시행 시점보다 빠르게 저유황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SKTI는 이러한 시장 움직임을 환경규제 대응과 신규 시장 개척의 적기로 판단하고 저유황유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저유황유 사업 확대를 위해 SKTI는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SKTI는 2010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중유(LSFO)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TI 관계자는 “해상 블렌딩은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어려움이 큰 사업이다.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일부 기업만 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SKTI는 해상 블렌딩을 통해 연간 100만톤 수준의 저유황중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IMO 규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황 함량이 0.1% 이하인 기존 고품질저유황중유보다 질이 낮은 황 함유량 0.5% 이하인 초저유황중유(ULSFO) 마케팅 물량을 지난해 대비 약 2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저유황유 제품의 글로벌 판매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SKTI가 진출해있는 싱가포르 선박 연료유 시장은 저유황중유 생산에 적합한 다양한 블렌딩용 유분이 모여들어 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그만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해상 물동량이 많아 해상유 제품 수요가 꾸준한 매력적인 시장으로 해상 저장탱크, 바지선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에 최적지로 평가 받는다.

SKTI 관계자는 “규제를 사업 확대 기회로 받아들이고 업계에서 어려워하는 해상 블렌딩을 확대하는 등 두 가지 차원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역내 최대 경유 수출자의 지위를 활용해 선박용 경유(MGO)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싱가포르로 시장을 확장함으로써 한국-중국-싱가포르를 잇는 해상유 물류 트레이딩 모델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전사 차원에서 ‘IMO 2020’ 선박용 연료유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리고자 설비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해 말 약 1조원이 투입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설비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디젤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비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설비가 완공되면 국내 1위의 저유황유 공급자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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