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꿈 접고 정치학과 선택

▲ 박종규 회장
난 고등학교 때 이과 반을 택했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위인들의 전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곤 했다. 전기를 읽으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흥분하게 되었고, 내가 못 살아본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 참으로 좋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릴 때는 전기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페스탈로치 전기를 읽고 선생님이 돼야겠다는 꿈을 꾸었고, 중학교 때는 수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읽고 그와 같이 훌륭한 의사가 되어서 병든 사람들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이 결국 고등학교에서 이과 반을 택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그런데 의과대학은 6년 동안이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누님 집에 얹혀 살았고, 학비도 자형이 대주는 신세였다. 어머님은 시골에 계시는데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나를 서울에서 공부 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시절 참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나마 잘 사는 누님(나 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았다) 덕분에 큰 걱정 없이 학교는 다닐 수가 있었던 것이다. 누님의 신세를 톡톡히 진 셈이다.

모든 것을 자형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의과대학을 가겠다고 하니까 자형이 6년 동안이나 학비를 대주기는 어렵다면서 4년제 대학을 가라고 강권하는 것이었다. 이 때 나의 슈바이처 꿈은 확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자형은 고시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 좋겠다며 고시 공부를 할 수 있는 법대를 갈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나는 딱딱한 법만 공부한다는 것이 싫었다. 결국 나는 정치학과를 가도 고시를 볼 수는 있으니 정치학과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것이 내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택하여 들어가게 된 이유다.

나는 원래 정치 같은 것에는 뜻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치학과를 다니는 것도 정말로 재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고시공부를 할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정치학과에 입학해 학교를 다닌다고 다녔지만 내내 고민과 방황만 하면서 세월을 보낸 것 같다.

그러다가 2학년이 되자 입대를 해버렸다. 그리고 제대하고 다시 복학을 했는데 4·19 혁명이 벌어지는 바람에 거기에 참가도 하고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다. 4·19 때 청와대 앞까지 진출했다가 총을 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쳤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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