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 중장거리 노선 개발 필요"

한국기업평가 서강민 책임연구원은 10일 ‘LCC, 성장을 위한 투자와 재무구조의 변곡점’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성장 추세에 대해 소개했다.

서 연구원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LCC들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거리 노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와 같은 사업전략에는 반드시 재무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운신문은 서 연구원이 발표한 ‘LCC, 성장을 위한 투자와 재무구조의 변곡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내 LCC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살펴봤다.

LCC, 글로벌 항공운송업계 주축

글로벌 시장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7년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저비용항공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세계 항공 시장이 변화·성장하기 시작했다. 항공 시장의 기존 노선 공급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경쟁을 위해 가격도 낮아졌다. 항공 운임이 낮아지자 곧 여객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항공사는 매출이 증가해 좋은 실적을 거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후 지난 50년간 LCC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전 세계 운항 중인 저비용항공사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36개이며, 운항좌석 기준 시장점유율은 27%로, 10년전 19% 대비 8% 증가한 수치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LCC의 단거리 항공시장 점유율이 40%를 초과했으며 동남아시아는 ASEAN의 항공자유화 협정으로 50%를 넘어섰고 그 외 지역에서도 LCC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LCC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환경 변화의 영향이 적은 국내선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내선이 전체 항공여객시장의 무려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또한 국가간 항공 협정을 통해 노선을 확보해야 하는 국제선과 달리 국내선은 노선 개설과 운영의 제약이 크지 않다.

불필요한 서비스 최소화 전략

불필요한 서비스를 최소화한 전략도 성장에 기여했다. 기내의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단일 항공기를 구성해 항공기 운용과 관련된 예비부품, 정비, 훈련, 인건비 등을 줄이는 대신 항공기 이용률(Utilization)을 높였다. 저비용(Low-Cost) 구조를 바탕으로 저운임(Low-Fare)의 항공권을 제공한 것이다.

미국보다 서비스를 더욱 줄인 항공사도 있다. 유럽의 최대 여객항공사를 지향하는 라이언에어는 사우스웨스트보다 적극적인 비용절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편도항공권 기준으로 좌석을 판매하기 때문에 여행지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고 보잉사의 B737 단일 기종을 대규모 발주해 보다 우호적인 도입 가격을 이끌어 냈다.

이어 아시아시장에서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는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를 꼽을 수 있다. 1993년 설립된 후 2001년 저비용항공사로 사업 전략을 변경해 국내선 사업을 시작했다. 에어아시아는 일반적인 저비용항공사로서 다른 항공사와 유사한 사업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나 동남아시아의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보다 낮은 운임을 제시하고 있으며 ASEAN내 항공시장 자유화에 따라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강민 연구원은 “해외 저비용항공사의 전략을 통해 알 수 있듯이 LCC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 모델이다. 저비용 구조를 통한 낮은 가격의 항공권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가격탄력성이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은 노선을 확대해 박리다매로 수익을 증가시키는 있는데 현재도 기내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비용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하이브리드 LCC 탄생

최소한의 서비스 전략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 해외 LCC와 달리 국내 LCC는 대형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는 LCC 도입 초기에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이용객의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형항공사와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 LCC와 다른 하이브리드 LCC 모델을 탄생시켰다. 부가서비스가 없는 순수한 형태의 LCC가 아닌 무료 수화물, 기내식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하이브리드 LCC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도 해외 LCC와 같은 저비용항공사 모델을 지향하면서 항공 운임을 차별화하고 기내식이나 수화물 등의 서비스를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해외 LCC에 비해서는 저비용항공사 모델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좁은 국토로 내륙 항공여객도 많지 않다. 북미는 넓은 국토와 3.3억명의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어 국내선 항공여객이 많지만 한국 LCC의 영업 기반은 내국인의 아웃바운드 수요이다. 한국은 비행기 외에도 KTX 등 대체 교통편이 있어 내륙 항공여객 수요가 많지 않으며 항공자유화 협정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LCC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자본력이나 사업 규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서 연구원의 평가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이용객의 인식 변화로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중장거리 노선 개발 필요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할 것은 중장거리 노선 개발이다. 저비용항공 시장이 성장하면서 저비용 장거리(LCLH, Low Cost Long Haul) 비즈니스 모델이 떠올랐다. 말레이시아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X가 추구하는 사업 전략으로 저비용 중장거리 서비스를 제공해 비용부담을 줄여 새로운 여객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장거리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 장거리 운항을 위한 대형항공기 및 네트워크 구축은 곧 비용을 필요로 하고 준수해야 하는 규정도 늘어나 운영상 복잡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운항 시간이 길어지면 저비용항공사가 육상 회전 시간을 줄여 항공기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에어아시아 X는 모회사인 에어아시아와 티켓팅 서비스, 경영관리 등의 자원을 공유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은 내국인 여행 수요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나 성장 잠재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에어아시아도 유럽, ASEAN의 항공시장 자유화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항공자유화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유화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우선 대만, 중국 등 인접국과의 항공 자유화를 통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항공 자유화는 새로운 수요가 기대되는 동시에 경계해야 하는 위협요인이기도 하다. 국내 LCC가 해외 진출이 자유로워진다면 해외 항공사들도 국내 항공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내 경쟁이 심해지면서 결국 항공사간 가격경쟁은 치열해지고 이로 인한 승자독식이 우려된다.

서 연구원은 “중국이나 동남아 항공사들과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저비용항공사의 본질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며 “한국식 하이브리드 LCC가 아닌 진정한 LCC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진취적 사업전략 재무관리와 동반

이러한 사업 전략을 추구할 때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도 뒷받침돼야 한다. 서 연구원은 재무관리가 부재한 성장전략이 과도한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항공운송업 특성상 외생변수와 이벤트 리스크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적 변동에 대비한 철저한 위험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미 신규 항공기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국내 LCC들은 올해 안에 24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보유 항공기 121대 대비 20%가 넘는 규모로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항공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에도 유가상승에 대비해 효율성이 높고 운항거리(Range)가 긴 신규 항공기 도입을 추진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국내 LCC 중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항공사가 없다. 시장 진출 초기에는 실적이 저조해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았고 사업이 성장한 후에도 운용리수 위주의 항공기 도입으로 신용등급의 필요성이 크기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구조와 신용도 관리는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여 성장할 수 있다며 신용평가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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