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의 월드와이드화, 꿈이 아니다”

작년 흑자 전환 성공하며 턴어라운드
서해 중부권 대표하는 자립 터미널 목표

만성적인 물동량 부족에 허덕이던 군산항이 최근 들어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인 2017년 군산항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924만1000톤을 기록하며 2000만톤에 육박했으며 이중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5만6564teu) 대비 21% 가량 증가한 6만8506만teu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까지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약 20% 가량 증가한 약 3만7625teu를 기록함으로써 올 한해도 지난해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산지역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든 현대중공업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군산공장 폐쇄 여파가 아니었다면 더욱 큰 증가율이 예상됐었겠지만 부산항, 인천항 등과 같이 뛰어난 항만 인프라와 이를 뒷받침하는 배후권역 경제권이 부족한 지역 항만인 군산항으로서는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심에는 군산항 유일의 컨테이너터미널인 군산컨테이너터미널(GCT)을 6년째 이끌고 있는 김철성 대표이사가 있다. 김철성 대표이사는 국토해양부 서기관 출신으로 해운물류 및 해양정책국에서 다양한 해양 관련 정책수립을 수행한 해운항만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GCT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던 지난 2012년 말 GCT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래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2018년 현재까지 GCT를 이끌고 있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GCT는 실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이사 취임 당시 GCT의 컨테이너선항로는 상해항로 단 1개로 1주일에 1척이 기항하는 터미널은 명맥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었고 그간 폐업 위기에 놓이는 등 심한 부침을 겪었다. 김철성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GCT의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추가 항로개설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한편, 터미널 임대료 감면 등 GCT를 살리기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04년 출범 이후 2011년 한해를 제외하고 계속 적자를 기록하던 GCT는 지난해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자와 만난 김철성 대표이사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아직도 할일이 많다며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GCT의 경영정상화를 뛰어 넘어 완전한 자립형 터미널로 우뚝 서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군산항이 월드 와이드 서비스(World Wide Service)가 가능한 글로벌 항만이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해운신문은 올해의 인물 항만산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GCT 김철성 대표이사를 만나 어려운 경영 및 주변 여건에도 GCT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향후 GCT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1. 군산컨테이너터미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군산컨테이너터미널은 서해안 중부권을 대표하는 컨테이너 전용터미널로 전라북도의 유일한 국제 무역항이자 해양관문이다. 2004년 7월 CJ대한통운, 세방, 선광 민간 3사와 전라북도, 군산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컨소시엄으로 법인을 설립해 터미널을 개장했다. 2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동시접안 가능한 2선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역능력은 연간 30만4천teu에 달한다.

현재 군산항 컨테이너선항로로는 정기직항로 5개, 환적항로 1개가 있는데 직항로는 주로 중국, 일본 쪽과 연결되어 있고, 환적항로는 인트라아시아 쪽과 연결되어 있다.

2. 올해 GCT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량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는지?

지난해인 2017년에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3만1300teu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물동량 증가율인 47% 증가한 4만6000여teu를 전망했었지만 최근 한국GM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올해 예상 컨테이너 물동량은 당초 전망치보다 많이 하락한 3만6000teu의 물동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3. 개장 이후 지지부진하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최근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지속되던 적자도 지난해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지?

취임 이후 GCT 활성화를 위한 영업 전략으로 100여개의 주요 기업들을 타깃으로 항로별, 지역별 물동량을 전수 조사해서 영업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 했고, 이를 화물유치와 신규항로 개설에도 유용하게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 또한 민관 합동 포트세일즈 활동을 통해 화물유치 성과를 거둔 점도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취임 첫해인 2012년 항로 1개, 운항선박 1척에 불과했었지만 2017년 기준으로 항로 6개, 운항선박 6척 등 신규항로 개설에 큰 성과를 거둠으로써 항로 다변화와 해상수송능력을 대폭 확충했다.

또한 컨테이너화물 하역만으로는 부두운영이 어려워 2개 선석 중 1개 선석은 항만관리청의 승인을 받아 컨테이너화물과 중량화물 중심의 일반화물도 같이 취급하는 다목적부두로 운영하고 있다. 컨테이너화물에서 부족한 수입의 상당부분을 다목적부두 운영수입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처럼 영업적인 노력도 분명 큰 힘이 됐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갈등과 패배감에 젖어 있던 우리 직원들이 언제부터인가 가지게 된 희망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GCT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동안 대표와 직원, 직원과 직원 사이에 존재했던 갈등과 패배감이 긍정과 신뢰, 희망으로 바뀌게 됨으로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이것이 회사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 격언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비록 이제 시작이지만 GCT가 이 같은 위치에 이르기까지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 했었을 것이다. 저나 GCT의 직원 뿐 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선사나 화주 등 모두와 함께 상생하려는 마음으로 노력했던 것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는 게 아닌가도 생각한다.

▲ GCT 김철성 대표이사

4. 최근 항로 추가 개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지?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근해항로는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군산항이 명실상부한 국제무역항이 되려면 글로벌 항만으로 도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원양선사 유치가 필수적이다.

현재 동남아직항로 개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늦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항로가 성사되면 이를 원양항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그 계획이 성사되면 근해항로의 피더선만 오가는 군산항이 월드 와이드 서비스가 가능한 글로벌 항만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항로 개설과 관련하여 선사들과 협의 중인 국적선사도 있고 외국적선사도 있는데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5. 앞서 언급한 동남아직항로 개설과 관련해 대만의 에버그린사와 카오슝항 항로개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진행 중인지?

에버그린과는 지난해 11월부터 공식적으로 1년이 넘게 협의를 해오고 있다. 원래는 금년 11월 중순에 카오슝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항로를 개설하기로 했었지만 염려했던 항로 수심문제가 불거지면서 10월 중순경 재검토 끝에 항로개설이 보류된 상태이다.

현재 GCT는 2000teu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로 건설되었지만 지리적 특성상 토사가 반복적으로 쌓이다보니 이 같은 크기의 선박이 통항할 수 있는 항로 수심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버그린과 협의를 진행하면서도 이것이 가장 큰 난제였는데 당초 GCT가 컨테이너선의 정시운항에 지장이 없도록 하역을 약속했고 서로 양해가 됐지만 역시 운항 선박의 규모에 비해 수심이 낮은 것이 진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에버그린 측에서 GCT와 항로를 개설할 수 있는 다른 적정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고 군산지방해양수산청도 금년 말까지 항로 전체 수심을 9m, 내년 상반기까지 10.5m까지 준설해줄 것을 확정했다. 따라서 에버그린과의 1차 계획은 수반되는 과제가 있어 보류되었지만 2차 계획은 이를 경험삼아 여건에 부합하는 항로를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는 좋은 소식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 이밖에도 최근 중국 강소성 염성시에 위치한 대풍항과 MOU를 체결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4년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중간 경제협력단지 조성에 대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의 ‘새만금산업단지’와 중국의 강소성 염성시에 있는 ‘염성중한산업합작시범단지’간에 경제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난 11월 12일에는 염성시 대풍항의 고위관계자들이 GCT를 방문하여 양 항만간 항로개설 방안을 논의했고, 14일에는 서울에서 대풍항과 GCT간 항로개설을 지원하는 MOU를 체결하게 된 것이다. 대풍항 측이 상당히 적극적이어서 향후 중국과의 물류네트워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절강거화주식유한회사가 새만금산업단지에 약900만불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이것이 허가가 날 경우 절강거화그룹이 새만금산업단지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비롯해 원료, 공장 기자재 등의 하역 및 운송 일체를 GCT에서 담당하기로 MOU를 맺은 바 있다. 아직 각 기관간 협의가 끝나지 않아 허가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이것이 성사 된다면 이를 통해 창출되는 물동량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GCT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 군산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지리적 특성상 반복적인 토사의 퇴적으로 항로 확보 문제가 가장 큰 해결 과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항로 수심 문제는 군산항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원만하지 못한 항로 수심 문제가 항로개설과 선박입출항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진행 중인 항로 준설 작업으로 금년 말까지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 내년 상반기 말쯤에는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여 우선 급한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군산항은 토사가 반복적으로 쌓이기 때문에 항로유지준설도 매년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미시적 틀에서 벗어나 거시적이고 항구적인 특단의 ‘항로수심관리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사회의 경제상황에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지역균형 발전과 국가경제 한 축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선, 군산항의 준설문제는 군산지방해양수산청과 농어촌공사로 업무소관이 이원화되어 있어 여러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군산항의 준설업무를 항만관리청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항로 준설을 위한 예산 확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 중 하나이다.

8. 최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군산 지역 경기뿐만 아니라 GM 물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던 GCT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금년 5월 단행된 한국GM군산공장의 폐쇄 영향으로 GCT 전체 화물의 약 1/3이 감소했다. 이 여파로 2004년 GCT 설립 때부터 중국 상해항로를 지키던 장금상선이 금년 10월에 운항을 중단했으며, 수송화물 중 한국GM군산공장의 수출자동차부품이 90% 이상이던 중국 연운항항로의 홍콩국적선사 SOFAST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산항의 또 다른 해결과제는 전라북도의 취약한 배후경제, 전북권역의 수출과 수입화물의 심한 불균형에 있다. 군산항의 경우 수입화물의 비율이 수출화물에 비해 월등히 높은 현실인데 이는 인근에 조성된 국가·지방산업단지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어야 균형이 맞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군산항도 함께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인근 새만금산업단지에 외국 기업들의 투자 검토를 위한 방문이 잇따르고 있고 새만금산업단지를 찾는 국내외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GCT를 방문해 물류체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는 곧 군산항이 서해안중부권역의 거점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며 현재가 군산항의 거점화를 위해 선점을 노릴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잠재력 있는 군산항 진출이 어떤 면에서는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9. 향후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 만성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GCT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말 그대로 자립형 터미널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부두 임대료 일부 감면 등으로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고, 전라북도 및 군산시의 지원 또한 적지 않지만 GCT가 이러한 도움 없이 순전히 자력으로 터미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 6만teu 정도의 물동량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버그린과의 항로 개설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산항과 카오슝항과의 항로 개설이 성사만 된다면 GCT가 곧바로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버그린과의 항로 개설로 인해 동남아시아 지역 쪽만 연간 2만6000teu, 원양 쪽까지 합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컨테이너를 취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GCT가 처리하던 물동량에 이것이 더해진다면 GCT의 자력정상화를 위한 컨테이너 물동량 목표치인 6만teu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에버그린과의 항로개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한가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 절강거화주식유한회사의 새만금산업단지 사업계획서가 허가가 난다면 추가로 상당한 물량이 유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역시 에버그린과의 항로 개설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현안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된다면 자립 터미널이라는 목표와 근해를 뛰어넘어 원양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항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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