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1. Sulphur Cap과 대응전략

발효를 불과 8개월 앞두고 고유황유(HSFO)에서 저유황유(LSFO)로 전환하는 선택지중 대부분의 선사가 전략적 선택을 마쳤다. 전체 약 6만여척의 선박중 약 10% 전후가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할 것이며 2020년 초 기준으로 약 2500척 정도가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탱커와 벌커 10%(Capesize 약 2,000척 가운데 22%), 크루즈선의 40%가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Feb 5, 2019). 대체적으로 일반상선의 경우 저유황유 사용과 스크러버 장착으로 양분되는 가운데 LNG 추진형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비율면에서는 선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이 지배선단의 소수는 스크러버를, 나머지 다수의 선박들은 LSFO를 택해 유가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발효를 8개월여 앞둔 시장의 현실이다. 각사의 선택지는 정답이 없다고 할 만큼 선택지마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고유황유와 저유황유간의 가격차이 즉 Spread다.

2019년 4월 현재 윤곽이 들어난 각사들의 대응전략을 보면, 대부분의 선사들은 스크러버와 LSFO 두가지 방안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선사별로 차이가 있다. LSFO의 경우 장기적 대안으로 선택한 선사도 있지만 Sulphur Cap 발효이후 상황을 좀 더 관망한 후에 대안을 선택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과도기적 조치로 LSFO를 선택한 경우도 있다. 스크러버의 경우는 그 설치비용상 소형선박 보다는 대형선 위주로 채택되고 있으며 타 선택지에 비해 조달이나 안전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될 수 있지만 문제는 유가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척수 기준 10%, 선복량 기준 20% 정도가 스크러버를 장착할 전망이나 그 내용을 보면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각사의 판단이 상이하다. 컨테이너 선사중 스크러버 채용 비율이 가장 높은 선사는 MSC로 180척에 장착할 예정이지만 전체선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90척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기로 한 2위인 EMC 역시 전체선단의 1/3수준이다. 머스크는 700여척의 선단 가운데 50척을 제외한 나머지가 LSFO이며 CMA CGM는 LNG 추진형으로 2만 3,000teu급 9척을 현재 중국에서 건조중이고 지난 3월 25일 시진핑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중국 CSSC와 선사 대표가 서명한 1만 5,000teu급 10척 중 5척은 스크러버, 5척은 LNG 추진형으로 발주됐다.

하파그로이드 역시 일부 선박으로 LNG와 스크러버를 채택 시험하고 있지만 절대 다수는 LSFO이며 일본 3사의 통합선사인 ONE 역시 선단 200여척 가운데 10척에 대해서만 스크러버 설치 시험 예정이다. 선주가 이미 스크러버를 설치한 단기용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LSFO를 택한다고 최근 Jeremy Nixon 사장이 밝혔다(Lloyds list Apr. 9, 2019).

요약하면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는 스크러버에 대해 비호감인 반면 2위 MSC는 스크러버를 다수 선택했고 3위 CMA CGM은 신조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LNG 추진형으로 발주할 만큼 Top3의 선택지는 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COSCO, 하파그로이드, ONE, EMC를 포함 상위 7대 선사 모두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를 채택하더라도 전체 선단의 1/3 이하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헷징 차원에서 일부에 스크러버를 장착했다고 밝혀 대부분의 선사들이 어느 한 선택지에 All-in 하는 경우보다는 LSFO와 스크러버를 혼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물론 사선과 용선 모두를 스크러버를 채용한 일부선사도 있다.

2. 양날의 칼인가?

스크러버를 선택하는 선사들의 경우 톤당 200달러 이상의 Spread를 예상하고 연료비 절감을 통해 마진(margin)을 개선함과 동시에 운임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 시장의 지분(market share)을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목표였다. 전략이 맞아 떨어질 경우 척당 투입된 수백만 달러의 스크러버 설치비용도 2~3년안에 회수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인한 치열한 체력전에서 경쟁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HSFO와 LSFO의 가격차이가 크면 클수록 스크러버의 경제적 가치도 커지기 마련이며 가격차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는 LSFO의 조달 능력여하다. LSFO의 조달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는 가격 급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공급부족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스크러버 전략을 택한 선사들의 경쟁력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반면 LSFO를 택한 선사들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LSFO 가격이 급등할 경우 스크러버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연료비 부담 때문에 운임인상이 불가피하게 되지만 HSFO를 사용하는 선사들과의 운임경쟁 때문에 유가를 전액 운임에 반영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경우 어차피 스크러버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항로, 선형, 선령, 재정 상태를 포함해 미래에 대한 전망이 선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선택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스크러버 전략과 LSFO 선택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LSFO를 채택한 선주의 경우 Sulphur Cap 시행 이후의 상황을 관망하며 환경변화에 따라 스크러버가 더 경제적인 것으로 검증되면 하시라도 스크러버로 전환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으나 스크러버를 채택한 선주의 경우 가격차이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수백만 불을 들여 설치한 스크러버를 포기하고 LSFO로 전환한다는 것은 거액의 손실을 감수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즉 LSFO의 조달 능력과 그 가격의 향배에 따라 스크러버와 LSFO간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3. 해상운임은 누가 주도할 것인가?

선사들의 대응전략에 비춰 볼 때 Sulphur Cap 시행 이후 시장의 운임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LSFO 선사 혹은 Non-스크러버 선사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연료비의 차이가 운임전쟁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고 스크러버 선사들이 기대한 것처럼 Spread가 톤당 200달러를 초과할 경우 하루 100톤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의 경우 유럽항로에서 편도 40일을 기준으로 하면 Head-haul의 연료비 차액만 80만 달러에 달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작년말 하파그로이드는 Price recovery mechanism이란 이름하에 톤당 유가, 선박별 소모량을 반영해 유럽항로에서 Spread가 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 공개한 바 있다. 동사는 항해중과 정박중, 그리고 Head-haul과 Back-haul로 구분 산출한 후(표준형 1만 4,200teu, 소석율 70% 기준) 왕복항해를 통산한 결과 운임에 미치는 영향은 유가가 톤당 400달러일 경우 teu당 196달러, 톤당 650달러일 경우(Spread 250달러 가정) teu당 288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즉 가격차가 톤당 250달러일 경우 하파그로이드의 연간 연료비 증가는 10억 달러에 이르러 회사 자체에서 감당할 한계를 넘는 것으로 전액 운임 전가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도 Spread의 차이에 따라 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한 바 있으나 그 결과는 하파그로이드와 유사했으며 연료비 증가액만 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4. Sulphur Cap 관련 제기된 현안들

그리스 선주협회장은 2018년 연차 총회에서 Sulphur Cap이 결국 해운계를 소수의 스크러버 지지자와 다수의 LSFO 선호자로 양분해 갈등만 부추겼다며 스크러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본 취지는 육상에서 끝내야 할 탈황작업에 대해 IMO가 Sulphur cap의 대안 중 하나로 스크러버를 허용한 것 자체가 근본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배출수의 해중투기는 공기오염을 해수오염으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며 스크러버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부족했다고 IMO의 준비부족을 비판했다. 동시에 관련 당사자들의 우려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EU당국(EC)은 좀 더 빨리 안전문제, 해양환경 문제 등에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그리스 해운계가 사실상 개방형 스크러버의 사용에 대해 비판하며 공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Llist Feb 7, 2019). 그리스 선주협회 회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Brussel(EU 본부)이 IMO에게 스크러버 운용 관련 규칙을 엄격히 제정하라고 요구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스크러버 사용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Sulphur Cap을 채택한 이후 전개된 시장의 우려와 관심사를 살펴보면 미묘한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초기에는 Cap이 시행된 이후 선사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LSFO 공급 가능성 즉 조달(Availability)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선사들은 연료의 소비자일 뿐 조달은 생산자인 정유사의 소관이기 때문에 조달에 관한 우려는 정유사들에 의해 해소돼야 할 과제이지만 정유업계 역시 장래의 수요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LSFO 생산을 위한 거액의 투자에 선뜻 나설 수도 없는 것이 상사적 현실이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도 정유업계의 책임있는 언급이 없지만 우회적으로 공급상의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음은 아직까지 선박용 연료로 사용할 LSFO에 관한 국제기준(ISO Standard)이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유과정에 따라 유황함유도가 정유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차이가 경우에 따라 엔진에 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기술적 우려 즉 Compatibility 문제가 제기됐다.

이는 곧 선박과 선원의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2018년 하반기에 들어 한때 그리스 등을 중심으로 Sulphur Cap은 계획대로 시행하되 여러 가지 불확실 요인들을 검증한다는 차원에서 과도기적 기간(Experience Building Period ; EBP)을 두자는 제안이 힘을 얻었으나 의도적인 지연 전략이라는 반대에 부딪쳐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EBP 문제가 채택되지 못한 것은 당시 거론됐던 우려들이 해소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평형수 협약에 이어 또 다시 발효를 목전에 둔 Sulphur Cap까지 발효시기를 연장할 경우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IMO의 입장과 스크러버 지지자들의 반대가 공감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5. 스크러버의 문제점

설치 비용이 들더라도 스크러버를 통해 고유가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면 모든 선사들이 주저없이 스크러버를 설치했을 것이다. 그러나 Sulphur Cap 이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장래 어떤 연료가 HSFO를 대체할지, LSFO로 전환되는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격이 어떻게 변동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료비 자체만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면에서 HSFO를 능가할 수 있는 대안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HSFO의 경제성을 위해서는 2020년까지 최소 스크러버 장착 선박이 3800척 이상은 돼야 하나 2019년 3월 현재 700척 정도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스크러버 설치는 2020년 이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이고 그 속도는 LSFO의 공급량과 가격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다만 스크러버에 대한 지지도가 10% 전후에 그칠 정도로 시장의 지지도가 아직 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2020년 3월 1일부로 스크러버를 장착하지 않은 선박이 HSFO를 선내에 싣고 다니는 것을 금지하기로 돼있기 때문에 3월 1일 이후부터 모든 선박은 스크러버를 장착했거나 아니면 LSFO만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스크러버를 당장 주문해도 2020년까지는 적정수량의 확보가 어렵다는 전망이고 보면 HSFO의 수요를 파악해야 할 정유업계의 입장에서는 HSFO 생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6. 스크러버에 대한 부정적 기류

지구환경 개선이라는 거대한 목표 하에서 대기오염을 해상오염으로 바꾸는 스크러버를 허용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환경단체와 그리스 해운계의 주장에 대해 Clean Shipping Alliance, Carnibal 등 스크러버 지지자들은 배출수가 해양을 오염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황산화물은 쉽게 물에 용해되기 때문에 우려할 것이 없다치더라도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시 배출수에는 황산화물뿐만 아니라 Arsenic, Barium, Cadmium, Chromium, Copper, Mercury 등 다른 유해물질도 함께 배출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중에 배출수를 투기해도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상사적, 기술적 측면과는 별개로 변덕스러운 정치권이 친환경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스크러버 배출수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충돌하고 있지만 유해성 여부에 대해 2020년 1월 1일 이전에 교통정리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UK를 포함 각항구들은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는가 하면 IMO는 아직 결론이 나온 것은 없으며 결론이 나오더라도 채택 여부는 개별 국가의 몫이라며 한발 물러서고 있다( Feb 22, 2019).

스크러버 지지자들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3대 Bunkering port 중 두 곳인 싱가포르와 푸자이라, 유럽일부, 중국 영해내, 미국 캘리포니아와 메사추세츠주, 독일 라인강 등을 포함한 전체 약 35개 항으로부터 항내에서 스크러버 배출수 유출을 금한다는 발표가 있었다(ICS circular Jan 15, 2019). 노르웨이 피요르드(Fjords) 해역, 호주의 Great Barrier reef 등 청정해역에서도 유사한 금지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발표가 이어지면서(Lloyds List Mar 21, 2019), 시장에서는 개방형 스크러버의 운용상 문제에 대해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중해 연안국인 스페인이 지중해 전역을 ECA로 지정해줄 것을 IMO에 건의했다. 과거에도 부분적인 지중해 ECA 설치 건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지중해 전역을 대상으로 해 연안국뿐 아니라 EU 전체의 참여를 희망한 것이다(Mar 18, 2019). 일부에서는 지역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럴 경우 지중해내 ECA를 회피하기 위해 지그재그형 항로를 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중해 전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친환경정서에 비춰볼 때 지중해 전역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유럽에 취항하는 선박의 스크러버 강점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게 된다.

이처럼 발효를 목전에 두고 스크러버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와 조짐들이 나타나자 IMO의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vailability, Compatibility, Safety, EBP 기간 존치와 스크러버 배출수 유해론 등은 대부분 기술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나 최근에 부상되고 있는 이슈는 유가 변동의 불확실성에 따른 스크러버의 경제성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7. 스크러버에 대한 우려 시각들

금년 하반기부터는 선사들이 LSFO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작년 말 까지만 해도 LSFO의 조달문제를 놓고 말을 아끼며 관망 자세를 취해 왔던 정유업계가 최근 메이저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LSFO 조달에 관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LSFO를 정유하는 비용이 톤당 200~300달러까지 소요되지는 않기 때문에 HSFO와 LSFO의 가격차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정유사들이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에 이미 착수했기 때문에 LSFO의 수급 조정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read도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며 설사 시행초기에 폭등하더라도 발효 후 6개월을 정점으로 단계적으로 가격차가 좁혀질 것인 바 조정기간의 평균 가격차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고유가 기간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Lloyds list Mar 5, 2019).

LSFO 쪽으로 기울어진 해운계의 대응방안, 한동안 지속됐던 정유업계의 관망자세 등을 감안할 때 Sulphur Cap 발효 초기에는 LSFO의 생산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정유사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LSFO의 생산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정유사들의 입장에서는 고가품의 판매를 더 선호할 것인 바 HSFO보다는 수요가 훨씬 크고 가격이 비싼 LSFO 생산에 주력할 것이며 선사들이 관망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LSFO쪽으로 이동할 경우 상황에 따라 오히려 HSFO의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스크러버 전략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면서 스크러버 지지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Lloyds List에 의하면 2018년 10월 톤당 219.26달러에서 2019년 1월 160달러로 가격차이가 줄어 들었으며(Jan 11, 2019) 2019년 1/4분기 평균 Spread는 140~150달러 수준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AlixPartners, Lloyds list Apr. 16, 2019). 이는 LSFO의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HSFO와 LSFO의 가격차이가 톤당 200달러를 초과할 경우 스크러버 설치를 원하는 선박은 증가할 것이나 그 반대의 경우 설치가 둔화되거나 정지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흐름상 Spread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의 입장에서 LSFO를 생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업그레이드를 위한 거액의 설비투자다. 그런데 그러한 업그레이드 투자 없이도 HSFO를 2020 compliant fuel로 전환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Fuel & Technology company Genoil은 Hydroconversion upgrader(일명 GHU)를 사용해 추가 투자없이 현행 기술로 1.72% 유황유를 0.38% 수준의 compliant fuel로 바꿀 수 있다는 발표에 대해 Lloyds Register가 이를 확인(confirmed)했다고 했다.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LR이 비록 전 과정에 입회하지 않았지만 사실을 확인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Lloyds List Mar 29, 2019).

Precious Shipping MD Khalid Hashim씨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Compliant fuel 유가가 HSFO보다 엄청 비쌀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르헨티나에서 판매하는 일반 HSFO는 싱가포르 대비 약간 비싸지만 시험결과 유황성분은 0.2% 정도라고 말했다.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는 정유사들이 통상 Sweet, Light crudes라 부르는 저점도(low viscosity), 저유황원유(lower sulphur raw product)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차이가 톤당 200달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며(rubbish) 톤당 30~70달러 정도로 세계 도처에서 필요한 양의 저유황유를 조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Lloyds list Apr. 7, 2019). 이 사람의 주장대로 현재 남미에서 판매중인 HSFO의 유황함유도가 0.2% 정도로 낮다면 이는 시장에 적지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8. 감속운항

스크러버 없이 LSFO를 사용하는 선박의 경우 설사 Spread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상승하더라도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이후 고유가(LSFO)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스크러버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필요할 경우 감속운항을 통해 연료 소모량을 줄일 수도 있다. 실제 이미 유럽항로에서 얼라이언스들은 일부 String에 대해 기존의 11주 왕복항해 배선을 13주로 연장하는 감속운항을 시행중에 있다. 현재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String당 10척 배선에서 10% 감속시 11척, 20% 감속시 13척 배선체제가 되기 때문에 이는 20% 가까운 공급과잉 개선효과(2/11척)를 기대할 수 있으며 개략적으로 1 knots 감속시 5~7%의 공급 감소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경우 20%만 감속해도 케이프사이즈 300~400척 퇴출 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감속하면 유류오염사고도 50%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Petro Papas-Star Bulk 대표).

감속운항→항해기간 연장→공급흡수 효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스크러버와 비교할 때 LSFO를 지지한 선사들의 경우는 유가 변수에도 불구하고 제2, 제3의 보완책을 통해 Sulphur Cap과 대비할 때 운신의 폭을 갖고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9. LSFO 생산과 정유업계

해운산업과 마찬가지로 석유산업도 매우 경쟁적인 산업이므로 공정경쟁과 투명성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그렇다고 미래의 연료에 대한 유가와 연료의 양(quantity)을 공개하는 것은 법으로 제한돼 있다.

선주들은 석유업계나 공급업체들에게 공급 가능한 물량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좌우하는 석유에너지의 장래 동향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설사 예측이 가능하더라도 미래의 유가와 관련된 수요와 공급 동향은 자신들의 경영전략과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정유사 역시 한동안 관망자(Observer)의 입장에서 Cap의 진전 상황에 따라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정유사가 알아서 먼저 Compliant fuel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정유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LSFO 생산을 위한 업그레이드를 위해 1억~10억 달러 정도의 투자를 요한다고 한다. 정유업계의 입장에서 해운계의 수요에 맞는 연료만을 위한 투자는 별 실익이 없다. Sulphur Cap에 대비해 정유업계가 먼저 탈황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결국 상업적 이득이 있어야 한다.

2018년말 정유사를 상대로 실시한 Reuters survey 결과 대부분이 HSFO를 계속 생산할 것이나 전체 33개 정유사 가운데 60%가 양은 점차 줄일 것이라고 했다. 대다수의 선박이 LSFO를 선택할 경우 이는 당연한 결과다. 정유사들의 입장에서는 고가 제품 생산에 더 치중할 것이고 LSFO 사용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경우 이번에는 HSFO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만일 HSFO 조달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크러버의 경제성을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SFO의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는 이유다.

스크러버 장착 비율이 10~20%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보니 LSFO 생산 투자가 활성화되면 LSFO 공급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고 수급관계가 균형을 이룰 경우 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다.

10. 규제 위반 가능성

기술적 이유나 조달문제, 안전문제 등을 감안할 때 2020년 1월 1일부로 모든 선박이 100% 규제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JP Morgan은 규제이행 비율이 2020년 70%, 2021년 80%, 2022년은 돼야 90%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지난 2월 예측한데 이어(Feb 5, 2019) 최근 IEA(Int’l Energy Agency)는 수급사정의 개선과 함께 2020년이 되면 위반율이 16%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Llist Apr. 17.2019). 조달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LSFO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해운시장의 대변환은 없을 것(No major disruption)이라는 것이다.

11. 스크러버 투자에 이상 없는지?

스크러버를 채택한 선주들은 HSFO와 LSFO의 가격 Spread가 톤당 200달러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수백만불을 투자하더라도 운항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값비싼 LSFO를 쓰는 경쟁사보다 운임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비용 역시 1~2년내 회수 가능할 것으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문제는 HSFO와 LSFO의 수요와 공급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는 누구도 유가의 가격 차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스크러버를 택한 것은 결과가 어찌될지도 모른 상태에서 추측만 가지고 투자하는 것(betting on the unknown)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pread가 높을수록 운항원가를 절감하는 현명한 조치가 될 수 있겠지만 잘못되면 투자 회수가 무망해질 뿐 아니라 효용성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Apr. 9, 2019). 정유사들이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하게 되면 LSFO 가격은 하락할 것이고 스크러버에 대한 투자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최근 Exxon, BP, Shell, Total 등 oil major들이 연이어 정유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계획과 함께 LSFO의 질이나 조달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발표처럼 LSFO의 공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Spread의 크기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2020년이 가까워지면 가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지만 가격차이가 톤당 40~100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과연 기대처럼 Spread가 톤당 200달러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LSFO 유가가 급등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Alphaliner-Apr. 11, 2019).

IEA는 최근 2020년이 되면 선박 연료 수요 중 HFO 비중은 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데 이어 덴마크 급유 회사 Monjasa 책임자는 수익성 차원에서 HSFO를 저평가하며 대량 수요가 있는 곳 즉 급유허브와 항만에서만 HSFO를 공급할 계획이며 소형 항구(niche port)에서는 급유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Lloyds list Apr. 17, 2019).

12. 결언

환경문제는 해운만의 과제는 아니고 문제의 근원인 선박 연료는 선주가 아니라 정유업계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각국의 처한 사정과 정치 환경이 다르고 선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2020년 1월 1일 새벽이 되면 선사들이 원하는 연료가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준비돼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며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지도 알 수 없다. 규제강화 움직임과 함께 Sulphur Cap과 관련된 기술적, 경제적 불투명성 때문에 일부 선사가 발주를 주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Multi fuel 시대로 가지만 Sulphur Cap의 대안에는 No one obvious solution이자 One fit for all 대안은 없다고 하는가 하면 Uncertainty will be the only certainty!, No best answer, only the lesser evil, a shot in the dark 혹은 Critical choice라고 하지 않는가?

불확실성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가운데 문자 그대로 해운계는 미지의 바다로 항해하고 있는지 모른다(Voyage into the unknown). 과연 스크러버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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