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대룡 前부장, 한중카페리로 박사 학위

취항 30주년을 맞는 한중카페리는 한국과 중국이 50대 50으로 합작사를 설립해 운항하는 것을 오랜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측 자본력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원칙이 깨져 사실상 중국선사가 되버린 한중카페리선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중카페리 지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한국측 주주들이 M&A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자본력을 가진 새로운 국내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돼 화제다.

평택항과 중국 영성항을 연결하는 한중 카페리선사인 대룡해운의 재무부장을 지냈던 이기병씨는 지난 2월 순천향대학교 국제통상학과에서 ‘해운물류산업에서의 카페리 선사 발전방안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운영관리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기병 박사는 비록 현재는 카페리업계를 떠났지만 과거 오랫동안 한중카페리선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중카페리선사 임원 및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결과를 토대로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라는 과학적 분석 기법을 적용해 앞으로 변화할 한·중 해운물류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략들과 우선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를 도출해 냈다.

이기병 박사가 AHP 분석을 통해 도출해낸 한중 카페리업계 발전을 위한 전략 순위를 살펴보면 첫 번째가 전자상거래 물동량 확보, 두 번째가 정책 및 금융지원이다. 이외에도 선박운항 안전성, 운임수익 다변화, 정부 인식변화, 운송 및 화물 허용기준 완화, 여객선 신조시장, 여객서비스 강화, 차량 상호 주행 확대, 해양환경규제 등이다.

이 박사는 한중카페리항로의 최우선 전략으로 전자상거래 물동량 확보가 도출된 것에 대해 한중 FTA 체결로 한중카페리선사들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FTA 체결 3년차를 맞으면서 양국간 관세장벽이 낮아지고 교역량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물량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한중간 전자상거래다.

한중카페리의 최대 강점중 하나가 바로 신속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중간 전자상거래에 최적화된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최근 인천-위해항로에서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전략인 정책 및 금융지원 부문에서는 한중카페리 지분 불균형 문제 해소방안이 제시됐다. 이 박사는 카페리선사의 한중 50대 50 공동투자 원칙은 이미 무너졌는데 정부가 개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실제로 할 수 없는 정책이며 지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제도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주주에 비해 자금조달능력이 떨어져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는 한국 주주들이 M&A를 추진하거나 자본력을 가진 새로운 국내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하는 방안과 같은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이 박사의 생각이다.

또한 이 박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카페리선에 대한 국민들이 여전히 불안한 생각을 갖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카페리선에 대한 선박금융 지원을 주저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중카페리항로가 민간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양국의 산업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휴항하는 항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해 장기간 항로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기병 박사는 비록 해운업계를 떠났지만 LNG 연료 추진선에 관한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는 등 한국 해운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저술활동을 앞으로도 계속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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