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합병과 얼라이언스, 이제 끝인가?

1. Mega ship과 Alliance

① 해운 원가와 서비스

▲ 윤민현 박사

2014년이 얼라이언스의 밑그림을 그리는 한해였다면 2015년은 얼라이언스 체제를 본격 가동하는 시기였다. 규모의 경제론에 입각한 대형화는 저원가 체제를 향한 불가피한 움직임이라 하더라도 1991년 4400teu→1996년 6천teu→2003년 7500teu→2013년 1만 8천teu→2018년 2만 3천teu로 이어지는 대형화 행렬은 선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선사들은 얼라이언스를 통해 자산을 공동 사용함으로써 최소한 원가 절감효과는 있었다. 선박의 대형화와 3대 얼라이언스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는데 까지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선사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초대형선을 채울 수 있는 화물과 최소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운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동안 선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운임 인상을 시도했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한 하주들의 운임경쟁 유도행위(manipulation)로 인해 매번 인상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얼라이언스 체제를 통해 절감된 해운원가가 선사의 경영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그 절감부분은 운임 할인을 통해 고스라니 하주의 주머니로 흡수됐다는 것이 선사들의 시각인 반면 하주들은 전혀 자신들이 해운원가 절감의 수혜자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선사들의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머스크가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과 함께 하주들의 절대 환영 속에 이른바 Daily Conveyor Belt Service라는 것을 도입, 글로벌 해운계를 긴장케 한 적이 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수송기간을 보장하고 지연이 발생하면 적정한 보상을 약속하는 사실상 맞춤형 서비스였다. 선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Premium service에 대한 차별화된 운임을 요구했지만 하주의 반응은 Premium service는 선사의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이유로 추가 운임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결국 머스크의 신상품은 시행도 해보지 못한 체 백지화 됐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Container service도 Dry bulk나 Tanker 비즈니스처럼 점차 평준화(commoditised) 되어가고 있는 시장하에서 Price premium은 없다는 것이 하주의 기본 입장이었다.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이유로 한 추가 운임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선사 입장에서는 필요하다면 서비스의 질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운항비용의 절감에 우선을 둘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② 얼라이언스와 공조

선복의 공동사용을 목적으로 한 VSA(vessel sharing agreement)에 참여한 선사 혹은 선박의 척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와 서비스의 질적 개선 효과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구성원 상호간 어떻게 조화와 공조를 잘 이루는가에 달려있다. 3대 메이저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도 상호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며 소속사의 고객층, 주종화물, 마켓팅 전략, 지역적 지지 기반 등 영업 기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 융합시키느냐가 공동운항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최근 미중간 무역전쟁에서 보듯이 컨테이너 해운의 성격상 해운 외적 변화는 예기치 못한 수요 측의 변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돌발 변수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배선과 운항 스케쥴의 조정이 불가피 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입선복의 조정, 기항지나 기항순서 조정, 혹은 항차 생략(blank sailing) 등은 얼라이언스 선사간 크고 작은 이해의 충돌을 초래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상호 협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참여선사들의 지배구조(Ownership structure), 국적, 문화의 차이는 물론 각사의 사정과 시장에 대한 상황인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가격외적 요인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관리하는가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경우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접을 수 있는 양보와 신속한 의사 결정이라 할 수 있지만 얼라이언스의 경우 이러한 합의 도출에는 단독운항과 달리 시간을 요하기 마련이다. 복수의 선사가 결성한 얼라이언스에서 대부분 명실상부한 확실한 Leader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할 경우 시장의 흐름과 변화에 신속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화와 정서가 크게 다르다거나 참여선사 숫자가 많을 경우 오히려 Handicap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중도에 무산됐지만 2013년 유럽의 3사로 구성된 P3가 통합 Network center란 이름으로 유럽과 싱가포르에 P3 선단의 운항을 관리하기 위해 운항 컨트롤 타워(Operation center)를 두려했던 이유도 바로 그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얼라이언스의 구성을 살펴보면 가격외적 요인측면,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측면에서는 2M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으며 중국 국영선사와 순수 민간회사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의 경우 현 선단의 구성 비율에서 볼 때 COSCO의 발언권이 점차 강해질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4개사로 참여선사가 가장 많고 4사 공히 전문경영인 주도하에 있는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는 ONE와 하파그로이드가 얼라이언스의 분위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③ 얼라이언스에서 더 나아가야!

얼라이언스가 초래한 변화는 무엇인가? 수급균형이 개선됐거나 운임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는가 ? 한마디로 Nothing at all이다. 얼라이언스 체제에도 불구하고 선사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공급과잉상태는 더 악화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설사 서비스 질이 높고 대하주 협상력이나 대응전략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선사라고 하더라도 과거 폐쇄형 운임동맹(closed conference)시대처럼 하주에게 일방적으로 추가 운임 지불을 요구할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수급 균형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쟁법과 경쟁당국의 감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운임시장의 주도권이 하주에게 넘어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2011년 시작된 ULCs 출현이후 컨테이너 시장은 선복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저성장시대에 진입한 시장의 수요는 선복의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순리상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적정선사의 수(數)를 초과하는 선사들이 있다면 자연 도태되거나 아니면 M&A를 통해 타사와 합병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결과적으로 얼라이언스는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시 조치일 뿐이며 결과는 오히려 공급과잉을 심화시켰다. 최근 3년 동안 선복량은 30% 가량 증가해 2019년 말 기준 선복량은 2400만teu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운임은 거꾸로 매년 1.6~2.8% 정도 하락했다.

현 시장의 구도로 볼 때 저 운임 체제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운항비용의 절감 외에는 대안이 없다. 기존의 얼라이언스는 슬롯 비용(slot cost)을 최적화시키고(Optimising) 네트워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규모의 실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 얼라이언스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협력 혹은 동맹체제가 필요하다. 선사들이 공동으로 운임을 설정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만큼 운임회복이 목적이라면 실질적인 Full-scale consolidation을 실행하거나 아니면 선복의 공동사용 차원을 넘어 운항동맹 수준을 초월한 Profit sharing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 경쟁법하에서 다소 법적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선사들이 추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영역은 자산의 공동구매(Joint procurement), 공동운항(Joint operation), 장비의 공동 사용(Equipment pooling), 공동 R&D(Joint IT development) 뿐만 아니라 배후 사무실의 통합(Back office consolidation)이나 서비스의 분담(Shared service)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공조 내지는 파트너십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이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더라도 3% 정도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고 보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영역도 이제는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④ 메가 얼라이언스 비판

2015년 5월 미서안항에서 항만 혼잡(congestion) 현상이 발생하자 FMC는 사태의 주원인으로 얼라이언스를 지목했다. 당시 4대 얼라이언스로 나누어져 있었던 16개 글로벌 선사들이 LA와 LB에 13개 터미널을 각자 따로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각사가 각각 자기 터미널에서 하역작업을 하려고 동일 얼라이언스라고 하더라도 선박마다 기항하는 터미널이 달랐다. 따라서 본선에서 컨테이너가 양하되면 선사별로 각자의 터미널로 분산 장치하기 위해 trucker들은 A 터미널에서 양하된 적컨테이너를 B 터미널로 이송해 장치시킨 후 공(empty) 컨테이너를 Pick-up하기 위해 C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는 등 항내에서 비생산적이고 필요 이상의 트럭킹 업무를 유발시켰다.

그뿐 아니라 불필요한 터미널간 이동(Inter-terminal movement), On dock congestion & Gate activity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와 같은 항만의 혼잡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물류의 흐름을 통해 하주들에게 편의를 재공하기 위해서는 얼라이언스 단위로 몇 개의 선석을 한 구역으로 묶어서 공동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선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하주들의 편의를 묵살한 채 물류의 병목현상을 초래해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은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를 육성하지 않은 국가이자 하주국이다. 따라서 해운에 관한 한 미국의 정책은 해운산업의 육성보다는 적정 수준의 감시를 통해 자국 하주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동시에 항만과 터미널 그리고 육상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국의 물류 공급망 보호에 우선을 두고 있는 국가다.

미국 해운법(Shipping Act)에도 법의 목적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수송(Efficient & economic transportation)과 무역의 성장과 발전을 증진(Promote the growth and development of US trade)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선박의 대형화와 얼라이언스 체제를 통해 자국의 물류 흐름이 선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규제당국의 입장에서 못 마땅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얼라이언스가 Port congestion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US Port Congestion에 대한 보고서)하는가 하면 얼라이언스에 의한 폐해가 도를 넘을 경우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 M&A는 왜 하는가?

이와 같은 얼라이언스의 폐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하주를 위시해 다수의 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향후 관련 당국의 규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공급과잉과 그로인한 장기침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선박의 대형화와 얼라이언스 구축은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는 것이 선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수 대형화를 통해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3대 얼라이언스 소속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현재 80%를 초과하고 있으며(2005년 55%) 2021년이 되면 Top5 선사가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의 60% 이상을 점할 것(2005년 37%)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소수에 의한 시장 지배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합병 제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만일 2차 M&A 파동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은 살아남은 대형선사들에 의한 독과점 상태가 되어 하주는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물론 하주나 규제당국에서는 시장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지만 현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모두가 공존하기에는 수요의 규모가 미흡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누가 주도하고 어느 선사가 타깃이 될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바꾸어 말해서 향후 선사들은 M&A를 주도하거나, 독자 생존하거나 아니면 M&A의 타깃이 될 정도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세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수 없는 시기가 불원 도래할 것으로 본다.

여기서 참고로 선사들이 M&A를 주도하거나 M&A의 대상이 되는 배경 즉 핵심 동기(key motivating factors for M&A)를 살펴보면 경영실적과 자사의 재정건전도, 시장에 대한 상황인식과 전망 여하에 따라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M&A가 추진되지만 그 목적은 다음의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조치(activity enhances value) : 흑자시현을 통해 주주의 가치를 높이거나 시간을 요하는 자체 성장(Organic growth)보다 빠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미개척 혹은 미지의 시장으로 다변화나 지리적 다각화(diversify)를 추구하는 경우.

ⓑ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 경쟁자보다 가격(운임)의 효율(Price efficiency)을 더 높이거나 자원의 통합을 통해 원가 효율(cost effective)을 개선하기 위해.

ⓒ 시장의 점유율 확대(gain market share) : 특히 시장의 다각화나 영역의 확대를 추구하는 경우로 2016년 CMA CGM이 APL을 흡수해 점유율을 12%로 확대한 예나 머스크가 함부르크수드를 통합해 남미 시장을 확장한 사례.

ⓓ 자본 조달 조건의 강화(better options when raising capital) : 해운을 기본적으로 고 위험군(highly risky business)으로 보고 있는 현 금융시장에서 금융에 대한 담보 확보차원에서 선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소규모 선사 대비 상대적으로 금융비가 낮은 것이 현실이며 선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투자단(혹은 Pooling)의 구성이 더 용이.

중소규모 선사(Small and Medium Enterprises ; SMEs)의 경우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확인된 사실은 회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bigger better). 그러나 SME의 경우 대다수 선사가 선박의 척수나 톤수면에서 상대적으로 적고 가족 중심 경영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그리스처럼) 공격적인 M&A를 원치 않거나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물론 SME도 시장의 재편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력과 채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통합이 피할 수 없는 유력한 대안중 하나이며 향후 SMEs간 M&A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나 그 시기는 시장이 침체에서 반등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Risk 없는 M&A는 없다.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려 할 경우 신조 혹은 S&P를 통해 선박을 매입하거나 선사를 통째 매입하는 경우(흡수)가 있겠으나 각각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S&P를 통한 선박의 확보는 시간적으로, 절차상으로 용이하고 리스크가 적은 반면 M&A에는 오랜 시간과 경쟁당국들의 승인 등 복잡한 절차를 수반한다.

머스크가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기까지 실사과정을 포함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지만 M&A의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박 등 자산의 물리적 통합보다는 조직, 인력의 통합이라는 것이 과거 M&A를 경험한 선사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실제 대한선주(KSC)와 한진컨테이너(HJCL)가 법적으로는 1987년 통합됐지만 인적통합은 통합 후 10년이 지나도 합병 초기의 간극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해운시장의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한 신조선 발주보다 해운시장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M&A가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비상장 가족경영회사의 경우는 M&A 그 자체의 시너지 효과에 앞서 경영권 포기가 더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M&A가 이루어 질 경우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지대하다. 하파그로이드는 CSAV를 인수해 5억 달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으며 CMA CGM 역시 APL을 인수해 역시 5억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정도의 시너지 효과라면 어려운 시황 하에서 알찬 수확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통합론자들의 예고

선사간 통합 가능성에 대한 예고는 금융위기 이후 유럽선사들과 금융권 위주로 꾸준하게 제기되어왔다. 대표적인 NOO(Non-Operating Owner)인 Betram Rickmers씨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7월 한국조선소에서 건조된 1만 31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현 시장 여건하에서 Major line 18개사는 너무 많기 때문에 12개사 정도로 통폐합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선주들이 은행으로부터 돈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 질 것이다. 지난 위기로부터 은행은 은행대로, 선주는 선주대로, 대형선사는 대형선사대로 각자 나름의 비싼 교훈을 얻었다’라고 언급했다. 같은 해 8월 머스크 사장도 ‘정기선 업계의 M&A는 계속될 것이나 그 시기는 운임시장이 정상화된 이후가 될 것이며 단 시간 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지는 선사간 M&A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나 소형선사들, 특히 경쟁력이 취약한 선사들은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 질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M&A설이 많았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배경은 해운계 모두가 다 어려웠기 때문이며 향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즉 과거와 달리 금융업계의 벽이 높아져 금융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자체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대를 늘리거나 M&A를 주도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이미 Delmas, MacAndrews, US Lines, CNC Line 등 피더선사들을 인수했던 CMA CGM 회장(Jacque Saade)은 ‘현재 너무 많은 선사들이 경쟁하고 있는 유럽항로의 경우 줄을 이은 초대형선의 투입으로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 바 규모가 작은 선박은 손실을 감수하며 항로에 남아있는 것 보다 철수하는 것이 양책’이라며 공개적으로 소규모 선사들을 향해 항로 철수를 주장했다. 같은 시기에 머스크 역시 시장 지분(M/S)도 작고 금융도 어려운 선사들이 초대형선을 발주하는 것을 보고 비현실적 야망(Unrealistic ambitions of small player)이라며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2011년 9월, 글로벌 해운계가 연속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기관인 Moodys가 NYK와 MOL의 신용등급을 Stable에서 Negative로 하향 조정한다. 일본 컨테이너 3사가 모두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2011년 들어 글로벌 Top3 컨테이너선사들이 본격적인 선복확충에 나서자 일본선사들은 선복확충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고심 끝에 한 대표선사(MOL사장 Koichi Muto)가 고충을 토로한다. 즉 대형선 위주 선복확충이 단지 시장에 남아있기 위해서라면 중급선사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투자임을 강조하고 일본 3사의 컨테이너부문을 통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could be one option)는 취지의 발언에 이어 타 선사 대표(NYK)도 협의해보지는 않았지만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취지로 공감을 표한다. 개별 점유율 3% 미만인 일본 3사가 계속 일본에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이 외부의 시각이었지만 당시 일본 3사의 모기업들(parents group)은 3사의 정기선 부문의 통합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사 모두 적자경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문제는 3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었기 때문에 현장 경영 책임자의 이와 같은 발언과 공감은 곧 선사간 입장이 조율되는 시발점이 됐다. 위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만일 일본 3사의 통합이 실현된다면 이는 2005년 머스크가 P&O Nedlloyd를, 하파그로이드가 CP Ships를 인수한 이래 최초의 초대형 합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중국이 당시 국영선사 두 개(COSCO, CSCL)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결심한 것이 일본 3사의 모기업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결과론적이지만 2016년 8월 한진해운 사태가 일본 3사의 통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물론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합병이 거론된 이후 6년이란 오랜 세월이 소요됐다.

덴마크의 해운 컨설팅사인 SeaIntel Maritime Intelligence사 대표는 2012년 3월 개최된 JOC's Trans Pacific Maritime conference에서 향후 10년내 Global carrier들의 수(數)가 10개 이하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Macquarie Capital측 인사는 2011년 하반기에 다수의 선사가 현찰을 소진했지만 가까운 장래에 재편의 제2라운드가 전개될 가능성은 낮으며 그 이유는 합병을 통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으로 현 불황이 2~3년 더 지속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종합하면 금융위기 직후 각국의 부양정책에 힘입어 2010년 들어 잠시 반짝했던 해운경기가 과잉선복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체 다시 침체상태로 전환되자 선사간 재편의 분위기가 도래할 것임을 예측한 것이다.

실제 시장의 장기침체기보다 침체기에서 반등조짐을 보일 때 합병의 동기가 조성되는 것이 과거 사례였으며 본격적인 합병이 시작된 것은 금융위기 이후 5년이 경과한 2014년부터였다. 이처럼 전문컨설팅 기관과 해운업계 리더들 다수가 통합의 불가피론을 주창했고 결과론적이지만 시장은 2014년 이후 소수 대형화를 향한 본격적인 재편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시장의 장래를 전망하는 측면에서는 다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해운계 리더들이나 컨설턴트들의 상황인식은 대동소이했고 시장은 예측대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정기해운시장에서 항로, 선사, 소속국가와 체제가 다르더라도 이와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선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음호에 계속>

※다음호 : 재편 제 1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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