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홍보 강화로 위기 돌파하겠다”

 
KR 이형철 회장
KR 이형철 회장

신조물량 감소하는 2021년말 이후 “진짜위기”
비선급부문 확대, 차세대 연료기술 개발 추진

23일 개최된 한국선급(KR) 제24대 회장선거는 많은 이들이 예측했듯이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형철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승선생활을 하다가 1988년 KR에 입사한 후 30여년간 KR에서만 일해왔으니 전영기 전회장, 이정기 전회장에 이어 3번째 내부 승진자인 셈이다.

내부승진자이니 KR의 조직 내부 사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수년간 정부검사팀장을 역임해 정부와의 관계가 좋을 뿐만 아니라 사업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국적선사는 물론 해외선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형철 회장만의 강점은 많은 표차 당선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형철 회장은 선거 직후 해운전문지 기자단과 나눈 간담회에서 소통과 홍보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KR이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운업계와의 소통 또는 홍보가 부족하다 보니 등록선 증가율이 둔화되는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통 부족 문제는 조직 내부나 대정부 관계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형철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신조선 물량이 감소하는 2021년 하반기 이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홍보를 강화하고 국내외 선사들과 활발하게 소통해 나간다면 위기를 충분히 돌파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한 비선급 부문 수익 확대, 차세대 연료 기술 개발, 대정부‧홍보 활동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조직구성원과의 소통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이형철 회장과 일문일답.

-당선 축하드립니다. 당선 소감 부탁드립니다.

=선거운동을 하면 느꼈던 것은 회원분들이 한국 해운·조선업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런 회원분들이 저를 선택해주신 만큼 장기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해운·조선업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회장 당선의 기쁨 보다는 중압감이 훨씬 큽니다.

당장 KR로서는 주요 고객인 국적선사들이 장기불황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만큼 등록선 확대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KR을 지속가능한 선급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나간다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KR이 한국 해운·조선산업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저는 그런 KR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등록선 증가율이 점점 둔화되고 있는데…

=KR 등록선대는 지난 10여년간 급성장해 현재 6800만톤 정도입니다. 2005년과 비교하면 2.5배 성장했습니다. 최근 등록선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해운시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측면이 하나 있고 신조선 발주 리드타임이 과거에는 2년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1년 6개월로 크게 단축됐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조선 입급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2021년말부터 2022년까지는 조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등록선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KR의 비정상적인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다각화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타선급의 경우 선급대 비선급 수익구조가 5대 5정도 이지만 KR의 경우는 8대 2로 비선급 분야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KR의 본업인 선급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나가야겠지만 이와 더불어 비선급 분야인 한전 검사업무나 미국 수출용 보일러·압력용기·원자력 기자재 검사 등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악화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 2건의 사고 이후 정부와 국회, 언론 등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KR과 정부의 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걱정하실 정도로 악화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부와 끊임없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채널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회 국정감사를 수감하면서도 느꼈던 것이 정부, 국회 등 대관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진행한 경영혁신 외부컨설팅에서도 경영기획본부를 두 개로 나눠서 대관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대관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할 생각입니다.

-신임 회장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 분야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동안 2건의 사고로 많은 지탄을 받은 만큼 KR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적으로 기울일 생각입니다. 기술적인 분야에서는 먼저 디지털 선급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차세대 연료에 대한 연구도 더욱 박차를 가하려고 합니다.

최근 해운·조선업의 화두는 다들 아시다시피 4차 산업혁명입니다. 선급 분야에도 이미 디지털 검사서가 상용화되는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KR이 신속하게 대응, 국제 경쟁력을 키워 나가려고 합니다.

또한 2050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해야하기 때문에 해운시장에서 기존 화석연료가 사라지는 연료 혁명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KR은 차세대 연료인 수소에 대해 그동안 많은 연구를 해왔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연료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차세대 연료 개발에도 총력을 다 하겠습니다.

-최근 국적선사들이 신조선 입급을 해외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국적선사들이 KR을 선택하고 있지만 일부 국적선사가 일부 선종에 대해 해외선급과 KR에 이중입급하거나 해외선급에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적선사들이 이중선급을 선택하는 게 KR 내부적으로는 자극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국적선사들이 KR을 믿지 못하고 이중선급이나 해외선급을 선택하는 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적선사들이 이중입급 또는 해외선급을 선택하는 게 결국은 KR의 기술력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동안 KR이 국적선사들을 찾아뵙고 KR 단독 선급으로 선택해 줄 것을 부탁드리기는 했지만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결국 문제는 KR에 대한 국적선사의 신뢰가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가령 A선사는 KR 단독 입급으로 8만 4천cbm급 VLGC(대형 LPG운반선)를 신조 발주했지만 B선사는 A선사와 동일한 선형임에도 KR을 믿지 못하고 이중선급으로 발주했습니다. A선사의 경우 KR의 기술력이 이정도인지 몰랐다며 앞으로 LNG선도 KR 단독 입급으로 발주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적선사들과 더욱 자주 만나 KR의 기술력과 타선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홍보해 나가려고 합니다.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셨지만 내부에서는 회장님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저와 관련돼 내부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근속년수가 오래되면 장단점이 잘 보이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KR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내부 조직이 제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제 단점이 회장이 됐을 때 우려된다는 비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구성원들과 충분히 대화해 문제를 풀어나가겠습니다.

요즘 대화, 소통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내부 조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구성원들과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갖고 대화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를 많이 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합니다.

내부가 분열되면 앞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습니다. 특히 정부 검사권이 개방된 현시점에서 KR 내부에서의 분열은 대단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검사권 시장이 개방됐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2017년 정부검사권 시장이 개방됐는데 현존선중에서 이중선급으로 입급된 선박 일부가 빠져나갔고 외국 메이저 화주에 장기용선된 선박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타 선급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적선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도 이 시장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국적선사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급 결정시 고려해야 될 부분이 검사 수수료 등 비용적인 측면이 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은 바로 선급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최근 KR과 이중선급으로 등록된 한 국적선사의 대형선박이 파나마 운하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KR의 한국검사원과 타선급의 외국검사원이 모두 배에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타선급의 외국검사원의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KR은 국적선박이 기항하는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한국인 검사원을 파견해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누구보다 신속하게 기술서비스를, 우리말로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KR입니다.

-공직유관단체 지정 해지 문제는 진전이 있습니까?

=공직유관단체 문제는 해양수산부와 인사혁신처, 2개 관문을 뚫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앞으로 대관업무를 강화해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려고 합니다.

KR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한 것은 경쟁이 치열한 국제 선급시장에서 손발을 묶어놓고 뛰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선급중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된 선급은 KR이 유일합니다.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어려운 점이 많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직원 채용 문제입니다. KR이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다 보니 필요한 인력을 신속하게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가령 내년에 신조선 물량이 많기 때문에 신조 감리를 위한 인력을 채용했다가 신조 물량이 줄어들면 고용을 해지하면 좋겠지만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어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고용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선급과의 인건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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