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몽겔루조(Bill Mongelluzzo), JOC 수석 기자

▲ 빌 몽겔루조

2020년 새해를 맞이하여 아시아~북미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시장이 견딜 만한 저유황유(LSFO) 할증료 수준과 올 봄 연간 서비스 계약 협상 시 운임의 인상 폭을 결정하는 일이다.(물론 인상을 하게 된다면 말이다.)

미국 최대 무역항로의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선사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어쩌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복량을 줄이는 것일 지 모른다.

실제로 선복량 감축이 선사들의 올해 전략이 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말 CMA CGM/APL, COSCO/OOCL, 에버그린 등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은 2월에 총 9편의 운항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에서 최대 2주 동안 이어지는 설 연휴동안 공장 상당수가 휴업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2월은 2020년 중 물동량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설이 다가오면서 다른 선사들의 추가 결편 소식도 들릴 것으로 보인다.

벙커유의 유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IMO 환경규제가 1월 1일 발효됨에 따라 해운선사가 2020년 요율을 책정하는 데 있어 유류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선사가 더 비싼 저유황유로 전환하거나 고유황유(HSFO)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스크러버를 장착함에 따라 해운업의 연간 유류비는 100억~15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 대부분이 스폿 및 단기 계약 운임에 임시 LSFO 할증료를 부과한 가운데 선박 운항 업체는 2019년 말 LSFO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야기 나눈 화주들에 따르면 임시 요금으로 인해 아시아발 북미서안행 벙커유 할증료는 FEU당 150달러, 북미동안행은 FEU당 250달러가 추가되었다. LSFO의 실제 시장가격이 2020년 초 윤곽을 드러내면 선사들은 주요 벙커링 항만에서의 실제 유류비에 근거해 영구적인 벙커유 할증료로 전환할 것이다.

화물 총액운임(all-in freight rate) 중 해운 수송의 몫을 결정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예년처럼 기본 화물 운임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2019년 하반기 아시아발 수입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2020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GDP 성장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여러 전문가의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발 북미행 수요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수입량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IHS Markit의 피어스(PIERS)에 의하면, 2019년 1~10월 중국발 수입량은 2018년 동기대비 6.9% 감소했으며, 그 주요 원인은 중국산 제품 대부분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발 수입량 중 64%를 차지하기 때문에 아시아발 컨테이너선 수입량의 성장세는 10월까지 0.2%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가을까지 전년 동기대비 수입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알파라이너는 2019년 전체 아시아발 북미행 물동량이 2%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수입량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2020년 무역 동향 전망을 보면 아시아발 수입량은 1~2월 약세를 유지하다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전미소매협회(The National Retail Federation)와 해켓(Hackett Associates)이 매월 발간하는 글로벌 항만 트래커 보고서(The Global Port Tracker Report)는 북미가 아시아에서 들여오는 컨테이너선 수입량이 전년동기 대비 1월 1.2%, 2월 0.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3월과 4월 각각 9.2%와 5.6%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의 초기 수입량은 연간 아시아~북미 서비스 계약을 둘러싼 선주와 화주의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계약은 대부분 5월 1일에 발효되어 2021년 4월 30일까지 유효하다. 만약 올해 처음 몇 달 아시아발 수입량이 부진하면 선사는 2020~2021년 계약에서 기본 운임을 인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선사는 화물 총액운임에서 해운 운임을 줄여야 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LSFO의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벙커유 인상분 전체를 청구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선사들은 LSFO로 인한 고비용을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선사는 LSFO와 HSFO의 가격 차이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벙커유 요금을 명시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아시아발 북미행 수요가 올봄 약세를 유지한다면, 선사는 LSFO의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벙커유 할증료를 유지하기 위해 해운업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데 유연성을 보여야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화주가 주목할 점은 결국 해운 운임 및 벙커유 가격을 포함한 화물 총액운임이 유류비가 덜 비쌌던 2018~2019년 계약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무역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선사는 화물 운임이 폭락하지 않도록 선복량 관리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 씨인텔리전스 컨설팅(SeaIntelligence Consulting)에 따르면, 올해 새로 건조하는 선박 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2만 TEU급 신규 초대형 선박 수는 감소할 것이며, 더불어 아시아~유럽 및 아시아~북미 노선에 대거 포진해 있던 10,000~14,000TEU급 선박 수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선복량 관리의 주요 방법은 예약량이 미진할 경우 임시 결항을 진행하는 것이다. 2019년 가장 바쁠 것으로 예상됐던 10월과 11월, 선사는 집단으로 각각 29편, 8편 결항을 단행했다. 2020년 2월 결편이 미리 발표된 것 외에도 선사는 스폿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면 언제라도 결편을 실행할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2018년 당시, 관세 인상 전 수입을 당겨 하면서 상당 기간 스폿 운임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반면, 2019년 스폿 운임은 정상적인 경기 흐름에 따라 오르내렸다. 새 학기와 연휴 시즌이면 운임은 인상했고, 늘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처음 몇 달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선사는 올해 바쁜 기간에는 선박을 총동원하고 한가한 시기에는 필요에 따라 결편을 단행하는 방식으로 선복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동향 중 올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점은 북미 서안행보다 북미 동안 및 멕시코 연안행 해상운송에 선박을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선사는 가능한 해상 수송으로만 이루어지는(all-water) 화물 예약을 선호하는데, 이는 내륙 철도로 소비 인구의 2/3가 사는 미국 동부로 물품을 수송하는 서안행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북미 동안과 서안으로 향하는 선박의 현재 평균 선복량은 모두 8,000TEU로 비슷하지만, 수익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2016년 파나마운하가 확장 운영되기 전, 올워터 서비스 가능 선박의 최대 규모는 약 5,000TEU로 서안 항만이 거뜬히 처리할 수 있는 선복량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선사는 작년 북미 동안행 선박의 몸집을 키운 반면, 서안행의 총 선복량은 증가시키지 않았다. 또한, 동안행보다 서안행의 결편이 더 많았다.

중국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에도 불구하고 북미 동안 항만을 통해 운송된 아시아발 총수입량은 지난해 1~10월까지 5.2% 증가한 반면, 서안 항만을 통해 운송된 수입량은 3.2% 감소했다고 피어스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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