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 “중국 내륙시장 주목해야”

세계 최대의 컴퓨터 메인보드업체 중 하나이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최 강자인 애플社의 파트너인 폭스콘(FOXCONN)사는 2007년 청두시에 산업기지 건설을 천명한다. 2년후인 2009년에 충칭에 과학기술 충청기지 설립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한 폭스콘은 2010년에 우한 생산공장의 생산능력을 화장하고, 같은 해 9월에 장저우 과학기술단지 시공을 위해 9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한다. 글로벌 컴퓨터 메이커는 충칭에 노트북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일본의 혼다와 독일의 폭스바겐은 우한과 청두에 자동차 생산기지와 부품생산설비를 확충한다.

중국 최대의 전자제품 메이커인 하이얼은 2007년부터 충칭에 생산기지를 설립하고 있으며, 경쟁사인 TCL도 작년부터 서안에 서안R&D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중국의 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서부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의 최인접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동안 연구기관이나 학계,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중국 서부지방 진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중국 서부지역 진출에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낙후한 서부지역 인건비 저렴한가?”
엘지 경제연구소는 최근 LOERI 리포트를 통해서 중국 서부 내륙시장의 가능성을 전했다. 엘지경제연이 발표한 ‘달리봐야 할 중국의 내륙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륙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주대토 식의 서부진출 전략을 고수한다면 시장 선점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지경제연은 우선 ‘저렴한 인건비’가 서부 진출의 가장 큰 메리트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0년 충칭의 평균임금은 베이징의 53.8%, 상해나 텐진과 같은 연해지역 3개 직할시에 비해 51.3%에 불과하다는 수치가 ‘저렴한 인건비’를 증명하는 것 같지만 실제 제조업 생산기지로 활용되는 연해지역까지 확대했을 경우 92% 수준으로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역전되어 있다고 엘지경제연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충칭시의 평균임금은 3만 5300위안으로 연해지역인 산동성(3만 4300위안)이나 푸젠성(3만 2600위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금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임금상승 수준인데, 중국 중서부의 평균임금 연간 증가율(CAGR)은 17.1%로 연해직할시는 물론 기타 연해지역 직할시보다 높은 상황이다.

▲비용절감 아닌 내지시장 개척 차원
이처럼 연안지역 대비 인건비 메리트가 부족함에도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서부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엘지경제연은 비용절감 효과보다 내지시장 개척, 연해지역 리스크 회피 등의 다목적 포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고객사인 HP와 DELL 등의 컴퓨터 메이커들이 청두에 공장을 설립하자 동반진출을 결정한 내지고객 대응형 전략을 구사했다면, 광동시에서 우한시로 에어컨 건설공장을 이전한 TCL은 2, 3선 도시의 급증하는 에어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다는 것.

기조 생산거점을 분산시켜 노무관리 리스크를 줄이고, 지방정부의 지원을 얻어 신규 유통사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복안하에 기업들이 서부로 진출하고 있다고 엘지경제연은 분석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기업들이 구매력에 낮은 낙후지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서부지역은 2009년 내륙 9개 거점 도시의 GDP 1인당 소비액은 연해 평균 수준 이상이며, 유통매점의 수를 비교해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엘지경제연은 “외자기업들이 중국 연해시장에 친출을 시작한 90년대에 베이징과 상하이는 현재의 서부 내륙처러럼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여 있던 ‘미숙아’시장이었다”며 “그때의 베이징, 상하이보다 지금의 주요 내륙 도시들의 경제위상과 소비수준이 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류시장 주목해야
물류 인프라의 약진도 눈에 띈다. 충칭시는 2010년부터 ‘철도-수로 대톨로’를 구축하고 철도로 컨테이너를 심천에 이송한뒤 심천에서 전 세계로 운송하는 물류 시스템을 운용중인데, 이 시스템의 경우 상해-유럽 보다 평균 2~3일 빠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국제철도의 경우 신장을 경유해 독일까지 12일의 운송시간을 기록하면서 원활한 물류 흐름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정부가 지난 10여년 동안 내륙 인프라 건설의 투자를 확대해온 결과로서부지역의 1인당 물동량은 이미 전국의 평균 수준을 넘어섰으며, 2012년 이후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철도망이 구축될 경우 중국 서부에서 중국 전역 어디든 8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하루 생활권이 구축된다.

서부 지역의 각 지방정부도 내륙 물류허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류 청사진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서부지역의 물류산업은 막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엘지경제연은 분석했다.

▲제조·물류업 동반 진출, 최대한 빨리
그동안 중국 서부 진출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됐다. 국내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과 규모를 갖추고 있는 제조기업들은 중국 서부 진출을 추진하거나 관련 연구를 수행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성장을 표방하고 있는 국내 물류기업들은 아직 서부권역을 가시권에 두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12·5 계획 기간동안 우리 물류기업의 중국 물류시장, 특히 내륙물류시장 진출 전략을 재점검하여 ‘중국 물류시장의 강자’ 혹은 ‘글로벌 TOP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기회라고 분석한바 있다.

KMI 김은수 연구원은 아직까지 다국적 물류기업은 물론 중국내 로컬 물류기업조차 중국 내륙물류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춘추전국’의 상황이라고 비유하며, 현재 수많은 다국적 혹은 로컬 물류기업의 구조조정 및 M&A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3~5년 이내 시장집중도가 증가해 경쟁 제한 혹은 독과점화 현상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적어도 3년 이내, 즉 중국 물류시장의 시장 집중도가 증가해 집중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성장기반을 확보해 중국내륙물류시장의 Major Player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중국 서부 진출을 위해서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공격적인 진출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후진적인 구조를 면하고 있지 못하는 우리 물류기업들이 본격 진출하기엔 여러움이 있는 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3PL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물류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한다고 해도 현실적인 장벽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제조업과 동반진출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