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행 / 호주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 참가기

지상낙원에서 보낸 꿈같은 4박 5일

▲ 골드코스트마라톤 대회가 지난 7월 7일 열렸다. 풀코스 출발 장면.
지상낙원에는 반드시 우거진 나무숲 그늘이 있어야 하고 새 울음소리도 들려야 한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강렬한 햇빛도 필요하다. 여기저기 동물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인다면 더욱 환상적일 것이다.

골드코스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바로 이런 지상낙원이었다. 골드코스트 외곽에는 ‘생큐리코브’라는 작은 만(灣)이 있는데, 해마다 5월에 여기서 인터내셔날 보트 쇼가 열린다. 기자는 1996년 그 ‘생큐리코브 보트쇼’에 초대를 받아왔었다.

그 때 난생처음으로 ‘지상낙원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상낙원이라고 믿었던 골드코스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마라톤까지 하게 된다고 하니 가슴이 설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둠 뚫고 달린 하프코스 기쁨의 완주

7월 7일 일요일 새벽 4시 일어나 간단하게 목욕을 하고 저녁에 사놓았던 빵과 스시로 아침을 먹었다. 한방을 쓰는 이 관세사님도 나와 함께 일어나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에 가이드가 가져온 콘프레이크와 쥬스 등의 먹거리도 함께 챙겨 먹었다. 든든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순서대로 알뜰살뜰 배를 채웠던 것이다. 한국 대표단 7명 중에 기자와 또 한사람 이렇게 2명만 하프코스를 신청하여 4시 20분까지 프론트로 내려오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서둘러야만 했다.

골드코스트마라톤 하프코스는 해가 뜨기도 전인 오전 6시에 스타트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때문에 서둘러 일어났고, 가이드의 안내로 시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대회 집결장소로 찾아갔다. 대회가 시작되려면 1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도 집결지에는 이미 참가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집결지의 잔디광장에는 이미 대형전광판에서 이 대회를 중개하는 티브이의 중개화면이 비쳐지고 있었다.

▲ 하프는 동이 트기도 전인 6시 정각에 출발했다. 하프 출발 직전의 모습.
옷과 마라톤용품들을 보관용 백에 넣어서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스타트라인으로 이동한 것은 하프코스 출발 20분전쯤이었다. 미리 배번호를 붙여뒀던 마라톤 슈트를 위에 입고 밑에는 내가 즐겨 입는 검은색 트렁크를 입었다. 이미 선크림도 바르고 바셀린도 여기저기 바른 상태이므로 준비는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불안이 가슴 한쪽 구석에 남아있었다. 하루 전에 다친 왼쪽 다리의 장딴지가 잘 버텨줄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하루 전인 7월 6일 아침 연습을 좀 한다고 경사진 해변가를 달리다가 왼쪽으로 하중이 쏠렸기 때문인지 왼쪽 장딴지에 부상을 당한 것 같았다. 갑자기 걷기도 불편할 정도로 아파왔는데, 마침 일행 중에 근육이완제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그것을 얻어서 오늘 아침까지 4알을 다 먹은 상태였다. 잘 버텨줘야 할텐데… 몇 번 이미 부상을 당했던 왼쪽 장딴지라 더욱 걱정이었다. 도리 없이 아주 천천히 달리다가 그래도 안되겠으면 기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직 동이트기 전인 오전 6시에 하프코스가 출발했다. 출발을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던 세계인들(골든헤어, 검은 피부, 옐로우 페이스, 갈색머리, 큰 키, 작은 키 혼잡하게 섞여 있었다)은 일제히 함성 같은 것을 내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곧 이어서 출발한 기자는 너무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모두들 고수인 듯 한사람 두사람씩 기자를 추월해 나가는 것이었다. 먼동이 서서히 터오기 시작하여 거리는 이미 훤해져 있었기 때문에 달리기에 불편은 없었다. 뒤에서 추월하는 사람이 많아서 기자는 맨 가장자리로 피하여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각종 인종들과 어울려 환상의 골드코스트 해변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조금 졸린 것도 사실이었다. 바닷가 저편에서는 서서히 동이 터오고 길게 뻗어 있는 붉은 빛을 천천히 거둬내면서 밝은 불같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주변 사방에 쭉쭉 빠진 미녀들이 가볍게 달리고 있는 모습과 붉게 채색된 아름다운 해변가 정경이 겹쳐지면서, 기자의 달리기에도 속도가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왼쪽 장딴지 걱정에 무리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다짐했다.

▲ 골드코스트 해변가는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모래사장을 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5km가 채 못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구부러지는 변곡점이 나왔다. 그런데 이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왼쪽 장딴지는 약효 때문인지 아픈지 모르겠는데, 엉뚱하게 배가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길거리에서 응원을 하던 사람들을 붙잡고 ‘화장실이 어디인가’를 계속 물어도 한사람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배가 아픈 이유는 앞서서 마셨던 이온음료 때문인듯 싶었다. 이 대회에서 제공하는 이온음료는 우리나라의 숭늉과 같은 빛깔에 한번에 먹기가 곤란한 밋밋한 맛이었다. 이것이 들어가니까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는 느낌이 왔다.

5km을 지난 지점에서 화장실을 하나 발견하긴 했지만 이미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참고 뛰기로 하고 달렸다. 그러나 역시 무리였다. 얼마 못가서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뒤가 무거워져 왔다. 하프를 뛰면서 화장실 때문에 이렇게 고민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너무 많이 챙겨먹은 것이 원인일지도 몰랐다. 여하튼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데도 보이는 곳은 없었다.

10km 지점을 거의 다가서 반대편 쪽에 이동식 화장실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돌아오는 달림이들을 피하면서 화장실로 무조건 달려들어서 마침 비어 있는 칸으로 돌진했다. 화장실 안은 이동식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차려져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가 여러통 쓰기 좋게 진열되어 있고, 용변 후에 물을 누르자 항공기에서 처럼 검청색의 액체가 휘몰아치며 오물을 쓸고 들어갔다. 역시 선진 문물은 화장실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을 했다.

반환점을 지나 12km 지점부터 기자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다리 걱정에 화장실 고민까지 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왼쪽 장딴지는 문제가 없었고 화장실 문제도 잘 해결되어 몸이 아주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서히 시동이 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사람 두사람 젖혀가면서 앞으로 나갔다. 힘들어 하는 동양인을 만나면 가지고 있던 과자(젤리)를 한두개씩 나누어 주면서 힘내라고 응원을 했다.

18km지점부터 스타트하여 가속했다. 이제는 왼쪽 다리에 문제가 생겨도 참고서 완주하겠다고 결심했다. 지쳐 있는 사람들을 제치면서 앞으로 나가는 기분은 또한 상쾌하기 까지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짜 마라토너가 된 기분이었고, 잠시나마 한국인이라는데 긍지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20km 지점부터 더 가속하려던 계획은 차질이 왔다. 2km를 너무 빨리 뛴 나머지 체력이 바닥이 나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 피니시라인의 모습. 풀코스 참가자들이 기진맥진한 상태로 골인점을 통과하고 있다.

하프코스의 결승점이 보여왔다. 이 대회의 피니시라인은 참으로 특이했다. 완전히 대형 보드판으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여 선수들만 협곡에 갇혀 결승점으로 골인하는 모양새로 만들어 놓았다. 그 피니시라인을 땀에 흠뻑 젖은 모자를 벗어 한쪽 손에 들고 만세를 부르며 뛰어들었다. 부상 속에서도 무사히 마친 것이 너무 기뻤다. 후반에 가속을 하여 제대로 뛰었다는 점에서도 뿌듯했다.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으로 달린 시간이 2시간 20분이 좀 넘었을 것 같았다. 처음에 걱정했던 다리 부상과 배탈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기록이었다.

서포터들이 걸어주는 완주 기념 메달과 기념 티셔츠를 받고 완전히 빠져나오자 처음에 물품보관을 했던 대형 전광판이 있는 잔디광장이었다. 물품보관백을 찾아서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던 장소로 가서 마라톤대회 기념 조형물 밑에서 완주를 기념하기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소규모지만 꿈에 부풀었던 한국 원정대

기자를 포함한 한국의 골드코스트 마라톤 원정대가 아시아나항공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 7월 3일 오후 6시 30분이었다. 해외마라톤 전문가를 포함하여 7명 밖에 되지 않는 원정대였지만 모두들 골드코스트 마라톤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 같았다. 일행중 남자 대학생 2명은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하는 패기있는 젊은이들이었다.

인천공항 출발 10시간만인 7월 4일 오전 7시 40분쯤에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시드니 공항에서 거의 3시간 정도를 대기했다가 호주 콴타스항공 국내선 항공기로 갈아탄 다음 다시 2시간 정도를 날아가서 브리스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브리스번 공항에서 목적지인 골드코스까지는 차로 1시간 남짓을 이동했다. 우리들이 도착한 호텔은 해변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 지역에 있는 아일랜더 리조트호텔(Islander Resort Hotel)이었다.

▲ 골드코스트는 3일전부터 등록을 받고 배번호를 나누어줬다. 배번호를 받기 위해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
우리는 호텔에 들어가기에 앞서 일요일에 펼쳐지는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 참가 배번호를 사무국 측으로부터 받았다.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는 대회 개최 3일전부터 배번호를 배부하고 참가자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골드코스트 컨벤션센터’에 배번호를 교부하는 부스를 만들어 놓고 일일이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인하여 미리 만들어진 배번호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기자도 배번호를 받아갖고 스포츠용품 회사들의 홍보부스쪽으로 나왔다. 배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반드시 이번 대회를 후원하는 아식스 부스를 비롯하여 많은 마라톤 관계사들의 부스를 거쳐서 나오도록 전시장 안을 꾸며놓았다. 이들 비즈니스부스에는 마라톤 관련 용품을 파는 곳도 있고 일부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작은 먹거리나 기념품, 물통, 바셀린 같은 것을 무료로 제공하고 곳도 있었다.

기자는 공짜로 제공하는 것들을 모두 챙기고 마라톤 대회 기념 모자도 하나 돈을 주고 샀다. 가만히 보니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아식스사에서 파는 마라톤화, 티셔츠 등을 하나씩 구입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철저한 비즈니스 정신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비즈니스 부스를 완전히 빠져나오자 안내수 있는 복도쪽에 엄청난 숫자의 현지 학생들(중고등학교생 쯤 돼보이는)이 마라톤 대회 참가 배번호를 받기 위해 별도로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여 있다.

아일랜더 호텔에서는 마라톤 풀코스 참가자인 이상관 관세사(전 부산세관장)와 한방을 쓰게 됐다. 이상관 관세사는 뉴욕마라톤, 보스톤 마라톤, 런던 마라톤, 베르린 마라톤 등 세계 유수의 마라톤 대회를 이미 섭렵한 그야말로 매니아였다. 70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기자보다도 훨씬 빠른 4시간대를 기록하는 것 같았다. 둘은 7월 4일 호주 도착한 첫날 잠자리에 들기전에 마라톤 대회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밤 늦게서야 잠 들 수 있었다.

7월 5일 금요일에는 해변가로 나가 보았다. 명성을 듣기는 했지만 골드코스트 해변가는 그야말로 낭만이 넘치는 파라다이스였다. 태평양으로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크게 일렁일 따마다 그것을 보드로 타고 넘는 서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골드코스트의 이름처럼 금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관광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기상이변으로 지난해 해일이 밀어닥쳐 모래사장의 상당부분이 떨어져나가 뱃사장의 길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가이드의 말한 것처럼 그 해변 뱃사장에서 조깅을 하는 마라톤족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점심 때는 수륙양용 버스를 타고 골드코스트 여기저기를 관광했다. 시내도로에서는 버스처럼 달리다가 바닷물로 들어가면 바로 선박으로 변하여 보트처럼 바다위를 달릴 수 있는 수륙 양용 버스가 이채로웠다. 이 버스로 골드코스트의 마리나 시설도 둘러보았고 해변가의 고가 주택이 있는 명소도 둘러보았다. 해변가의 고급 주택들은 대략 700만 호주달러 정도를 한다고 하니 우리 돈으로 70억 정도의 엄청난 가격이었다.

7월 6일 토요일에는 아침도 먹기전에 한방을 쓰는 이상관 관세사님과 함께 골드코스트 해변으로 나가서 조깅을 했다. 기자는 전날 보았던 대로 해변가를 뛰자고 제의하여 이상관 관세사와 함께 해변가 모래사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 먼동이 터오면서 노을이 지는 것처럼 수평선 저쪽이 시뻘겋게 물들여지는 가운데 어느 순간 노란 빛의 해가 쑥 고개를 밀고 나왔다. 낭만적인 해변에서 동틀녘에 달리는 기분이라니…

하지만 기자는 어느 순간에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왼쪽 다리, 정확히 얘기하면 장딴지가 힘줄이 끊어진듯 아팠기 때문이다. 걷기조차 거북할 정도로 되어 갑자기 절뚝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해변 모래사장이 경사가 져서 왼쪽으로 쏠리는데도 무리하게 뛴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훈련을 중단하고 해변가 뚝방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 관세사님만 풀코스 대비 훈련을 하기 위해 더 달려 나가셨다.

▲ 대회 참가자들이 대형 중개화면에서 풀코스 선수들의 경기 중개방송을 편한상태에서 시청하고 있다.
뚝방 따라 난 도로에는 일본에서 온 참가자들이 큰 무리를 지어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100여명이 넘는 것 같았는데 함께 다음날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 같았다. 뚝방도로는 평평하고 달리기 좋게 되어 있었다. 아침에 다들 뚝방 도로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괜스레 우리들만 해변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뛰는 바람에 부상까지 입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뚝방도로에서 절룩이며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며 30분 정도를더 연습하고 일본인 단체들의 마무리 운동을 따라한 다음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어서는 왼쪽 다리가 점점더 아파오는 듯 했다. 골드코스트 마라톤 원정대 가운데 유일한 홍일점, 여성 참가자 한분이 근육이 뭉친 탓이라며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만든 ‘근육이완제’ 네 알을 주었다. 그것을 자기전까지 세알을 모두 먹고 다음날 달리기전에 마지막으로 먹기로 하고 불안한 가운데 일찍 잠을 청했다. 기자가 참가하는 하프코스는 7월 7일 일요일 오전 6시에 조기 출발하므로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 일찍 자지 않으면 안됐다.


일본인 참가자 1000명, 우리도 인원 늘려야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여기 기자라고 표현된 사람은 바로 한국해운신문의 사장이면서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 산파역할을 맡았던  본인 이철원국장이다. 본인으로 말하자면 어린 시절(초등ㆍ중등학교 시절) ‘오래 달리기’를 곧잘 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잘은 못 뛰지만 항상 마라토너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실제로 풀코스 45회를 완주하기도 했다. 2002년도에 마라톤을 본격 시작하여 경력은 이제 12년째인 것 같다.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었지만, 실제로 살은 빼지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족저근막염과 왼쪽다리의 근육통 등만 얻는 결과가 되었다. 한동안 마라톤을 할 수가 없어서(족저근막염 때문) 무거운 몸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풀코스도 5시간 이내에 뛰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번에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에 하프만 뛴 것도 풀코스를 뛸 경우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에서 마라톤 대회 운영자로서 배운 것 몇가지를 나열하고 이 글을 맺고 싶다. 우선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의 철저한 비즈니스 정신을 들고 싶다. 배번호를 미리 받게 하고 스폰서들의 용품들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데, 우리도 이러한 체제를 검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생각한다. 셔틀버스나 이동식 화장실, 의료팀, 구급팀의 운영, 현지 중개방송 등 시설과 장비 면에서는 역시 배울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침 동이 터오는 시간에 해변가 도로를 뛰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동이 터올 때 환상적인 해변가를 소리를 지르며 내달리는 기분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한다. 골드코스트 시민들의 성원과 응원도 이 대회를 빛내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시내를 뛰는 마라톤 대회가 자동차를 몰고 나가려는 시민들과 항상 시비가 붙어서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이런 점이 너무나 부러웠다.

▲ 하프코스를 완주한 후 골드코스트 앰블럼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기자(한국해운신문 이철원 국장).
또하나 부러웠던 것은 일본인 참가자들이 1000명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다.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 전체 참가자 2만 7675명 가운데 일본인 참가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5432명이 참가한 풀코스(42.195km)에 참가한 것이니, 풀코스의 경우 이것이 일본대회인지 호주 대회인지 모를 정도였다. 풀코스 남녀 일등이 모두 일본인들이었고 하프마라톤의 등위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한국 원정대 7명을 비롯하여 10명 정도가 뛴 한국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들의 참가자들도 많았는데 유독 한국의 참가자들만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외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의 저변을 넓혀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했다.   

7월 8일 월요일 새벽에는 3시 30분부터 일어나 골드코스트를 출발하지 않으면 안됐다. 브리스베인 공항을 6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이날 저녁 7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안됐다.

여하튼 골드코스트에서 보낸 4박 5일은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무런 걱정 없이 오로지 관광하고 마라톤 하는 것만 생각하며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고 환성적인 골드코스트의 해변을 달릴 수 있어서 기뻤다.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 운영자인 나에게 뜻밖에도 골드코스트 마라톤 대회에 초빙을 해준 호주관광청과 마라톤 전문여행사 ‘에코원디스커버리의 관계자들과 함께 호주마라톤 대회에 동행해 준 원정대원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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