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인력난 해소 위해 처우개선, 규제 개혁 나서

미국과 일본 물류업계의 고질병인 화물차 운전자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경기회복으로 물류 수요는 늘고 있지만, 운전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물류대란을 걱정할 수준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미국트럭협회(ATA)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부족한 트럭 운전자는 4만8000명에 달한다. 화물 수요 증가로 향후 10년 간 매년 8만9000여명의 운전자가 더 필요할 전망이지만, 은퇴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신규인력 유입은 더뎌 운전자 부족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트럭 운전자 평균 연령은 55세에 달하고, 45세 이상의 비율도 56%에 달한다.

운송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FTR어소시에이츠는 현재 업계 전체의 운전자 정원을 350만 명으로 봤을 때 이미 10만 명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며, 운전자를 채용해도 3명 중 2명 꼴로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철도화물협회에 따르면, 전체 운전자 정원은 2020년 92만4000명으로 예상되지만, 운전자 수요는 103만명에 달해 10만명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에 일본 국토교통성은 올해 트럭 운전자 부족이 14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과 일본의 화물차 운전자 부족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처우가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20년이 넘는 운전경력을 요구하고 있어 2~30대 운전자가 많지 않다. 여기에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감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지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상황에 더해 낮은 임금도 운전자 부족에 한 몫하고 있다. 산업 평균 대비 긴 노동시간이라는 근무여건의 열악함은 물론이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트럭 운전자의 월 평균 수입은 29만4000엔으로 전체 산업 평균인 31만5000엔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트럭업계에서 29세 이하의 직원 비율은 9%로 전 산업 평균인 16%에 비해 크게 낮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과 일본 정부는 트럭 운전자 인력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인력난을 야기한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미국 정부는 트럭 운전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트럭 운전자 평균 연봉은 5만7000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2% 상승했다. 미국트럭운전자협회에서는 월마트의 경우 7만3000달러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업체들은 1년 근속시 2만5000달러를 보너스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운전자 모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럭 운전자의 평균 연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높은 임금이 인력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미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 교통부는 트럭 운전자들의 강제 휴식시간을 설정하는 등 운전자 관리제도를 강화하고, 운송상황의 온라인 추적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루 최대 14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을 1일 11시간 이하, 주당 7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34시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하는 것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약물검사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책은 범정부적이다. 국토교통성을 중심으로 후생노동성, 경찰청, 방위성과 협력체제를 구축하며 인력난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성, 고령자, 대학 미진학자, 자위대원 등으로 채용 범위를 넓히는 것과 임금상승을 포함한 처우개선이다.

채용 범위 확대를 위해 일본 정부는 고교 졸업자를 운전자로 채용하는 기업에게는 최대 34만3800엔을 실습비용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면허 미보유자를 고용하는 경우 훈련비용으로 94만1600엔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18세부터 7.5톤 미만의 트럭을 운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면허제도를 도입해 2017년 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개발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 트럭이 시범 운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두 대의 트럭을 한 네트워크로 묶어 선두 트럭의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 뒷트럭이 자동으로 1초의 간격을 두고 따라가게 하는 트럭 플래투닝(Truck Platooning)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율주행차는 인력난 해소를 위한 확실한 대안이 될 뿐 아니라, 사고 감소, 연료 효율성 증대 및 운영비 절감, 탄소배출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향후 10년 이내에는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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