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에 접수된 피해 32건…“美 성수기 앞두고 타격 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물류피해가 1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소비시장 성수기를 앞둔 상황이라 물류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진해운 사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수출입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를 가동한 결과, 5일 오전 9시 현재 피해사례가 32건으로, 피해규모는 1138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고센터가 운영된 1일에는 15건이 신고됐고, 2일과 주말에 10건과 7건이 추가됐다.

피해사례는 아시아 16건, 미주 12건, 유럽 10건, 중동 9건 등이다. 유형별로는 해외 선박억류가 9건으로 피해액이 664만 달러였고, 해외 입항거부는 4건, 47만 달러, 해외 반입거부는 2건, 77만 달러, 해외 출항거부는 1건, 1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해상운송 중인 화물에 대한 피해접수도 14건, 341만 달러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한진해운 선박의 억류와 입항 및 반입거부가 수출입업체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 억류로 바이어와 클레임이 발생하고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으며, 현지항만에서 선박이 가압되면서 화물 소재파악도 불가능하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 예정화물은 국내 재작업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선박억류에 따른 환적 진행도 추가비용이 발생해 화주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 경우 대체선사 확보 및 대체터미널 재작업으로 추가비용과 납기지연 피해가 우려된다. 해외 입항거부 및 반입거부로 선박이 공해상에 대기하면서 납기지연,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있고, 신선식품의 경우 부패할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업계별로는 중소기업 피해가 큰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을 때부터 운송물량을 다른 선사로 옮긴터라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상물동량의 40%와 20% 정도를 한진해운에 맡기고 있지만, 가전을 제외한 주요 수출품 상당수가 항공운송으로 처리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타이어업계도 한진해운 이용비중이 높지 않아 수출 차질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몇십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만으로 회사 존위가 위협 받는 상황이다. CIF나 CFR로 거래한 경우에는 그야말로 다급한 상황이며, FOB 계약이라도 거래처 유지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소 수출입기업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예상치 못했던 한진해운이 물량 확보를 위해 최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는데 한진해운을 믿고 화물을 맡긴 것이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왔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문제는 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4분기 미국 소비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수출전략을 구상한 주요 업체들은 대체선사를 물색하고 있지만,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운임이 크게 상승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매번 성수기 운임할증에 실패했던 선사들은 북미항로에서 7%대 점유율을 가진 한진해운이 무너지자, 속속 운임 인상에 나서고 있다. 8월 기준으로 1feu당 1100달러 수준이었던 북미항로 운임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서안의 경우 600달러, 동안의 경우 800달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사들은 2000달러 이상을 요구하면서 2500달러까지 올릴 계획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사들의 요구액의 극히 일부만 반영된 성수기 운임할증이이 이번에는 한진해운 사태로 선사들 요구 그대로 수용된 것이다.

현대상선을 비롯해, CMA CGM, COSCO, OOCL 등이 북미항로에 임시선 투입을 준비하고 있어 운임 폭등은 잠잠해질 전망이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달 중으로 화물 선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화주들은 운임 폭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포워딩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포워딩 업체들은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운송의뢰 화물)과 채무를 동시에 보유한 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포워딩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중국 업체들의 경우 한진해운과 선복 공유 및 부두사용료, 항만서비스 비용, 컨테이너 야드 사용료 등과 관련해 채권ㆍ채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한진해운 선박을 통해 중국에 하역한 화물도 운송비 미지급을 이유로 육상운송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