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무역애로 신고 329건, 1.2억불…신고건수 빠르게 증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피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신고된 건만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신고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접수 피해사례가 323개사 329건으로 나타났다. 신고 화물금액은 1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5일까지 천만 달러 수준이었던 피해신고액은 7일 7천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고, 다음날인 8일에는 3천만 달러가 증가했다.

9일부터는 피해확산 속도가 늦춰졌다. 9일 신고 피해액이 천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에는 300만 달러 정도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고 피해가 줄어드는 것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 한진해운에 화물을 선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역협회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만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되지 않은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고건수는 항로별로 아시아 163건, 유럽 145건, 미주 134건, 중동 82건으로 나타났고, 유형별로는 해외 입항거부가 14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 선박억류는 99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해외 반입거부 13건, 해외 출항거부 10건, 선하증권 발급불가 및 운임환불 불가 등 기타 23건, 해상 운송 중 피해 우려 36건이 신고됐다.

무역협회는 식품분야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물 억류기간이 길어지면서 유통기한이 짧은 수출식품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체인 D사는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김치와 전분 등이 해외 현지 터미널에 억류되거나 선박이 억류돼 피해를 입고 있다. 이로 인해 약 600만 달러 어치의 납기가 지연되고 있고, 25만 달러의 추가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물 하역이 되더라도, 유통기한 임박으로 제품을 폐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대중국 수출물류 분야에서도 식품분야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식품분야 6개 기업의 제품이 선적돼 있는데, 중국 현지 통관 및 검사로만 3주 정도가 소요돼 하역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화물 안전관리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중국-미주노선, 중국-유럽노선의 한진해운 선박 중 260teu에 달하는 폭죽이 선적돼 있기 때문이다. 폭죽 등 위험물은 한진해운을 비롯해 몇몇 선사만 운송이 가능한데, 외항대기나 압류ㆍ억류기간이 길어지면 고열 등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장 뾰쪽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식품, 위험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우 컨테이너당 2만 위안 전후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화주로부터 운송을 위탁 받은 포워더들이 자금난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사업전망의 불투명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납기 일정을 맞추지 못해 추가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거나, 자재 수입이 지연되면서 프로젝트 추진이 늦춰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업체인 S사는 부산-함부르크 항로로 풍력발전용 베어링을 수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화물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이 경유지인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입항이 거부돼 운항이 중단됐다. S사는 납기지연으로 30만 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대체선박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항공을 통해 운송해야 하는데, 이 경우 1억60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함부르크로 보내는 베어링이 초도물량이기 때문에, 납기가 지연될 경우 내년으로 예상하는 양산 수주계약 체결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이란 점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해외에서 기자재를 수입하려는 업체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함부르크에서 부산으로 UV램프를 수입하려던 석유화학업체 H사는 경유지인 중국 옌텐에서 입항이 거부되면서 100만 달러 규모의 화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 H사는 기자재 수입 지연으로 프로젝트 전체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피해 규모가 최대 2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를 승인하면서 일부 선박의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하역비 문제로 기선적 화물이 완전히 하역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내놓고, 유수홀딩스 최은영 회장도 1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하역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물류대란으로 타선사들이 일제히 운임을 높이고 있는 것도 화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진해운의 주력항로인 북미항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운임이 폭등한 상황이다. 부산-LA의 경우 1feu당 1100달러였던 것이 1700달러로 상승했고, 선사들은 추가로 500달러를 인상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사태로 선사들의 입김이 강해진 만큼, 운임인상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운임이 3천 달러 이상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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