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조직쇄신 위한 혁신안 발표…“중후장대→경박단소”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선ㆍ플랜트 등 중후장대 산업에 집중된 여신 비중을 대폭 낮추고 서비스업과 신기술 분야 등 경박단소 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수은은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리스크관리 강화 및 철저한 자구노력 이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수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남주하 수은 경영혁신위원장(서강대 교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혁신안은 리스크관리와 여신심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편해 견제와 균형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금융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자금 공급을 해마다 확대하면서도 자본건전성 확보와 리스크관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수은 혁신안에서 주목할 점은 조선ㆍ플랜트에 집중돼 있는 여신을 인프라와 신성장산업 분야로 옮겨 여신 편중리스크를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총 41%에 달하는 조선ㆍ플랜트 비중을 2020년까지 34%(조선 19%, 플랜트 15%)로 낮추고, 13%에 불과한 인프라ㆍ신성장산업 비중을 26%(인프라 14%, 신성장산업 12%)로 2배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매년 여신규모가 늘어나고 있고, 조선사 수주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여신비중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조선업 여신 규모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수은이 조선ㆍ플랜트 분야 여신지원을 줄이기로 한 것은 올해 말 기준으로 부실여신 비율이 3.72%(4조6659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부실여신의 대부분(74.2%)은 중소조선사가 차지하고 있다. 특정 조선사에 여신이 집중되다보니 조선사가 부실에 빠졌을 때 수은의 리스크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2020년까지 부실여신 비율을 2%로 낮추기 위해 조선사 구조조정 방향도 제시했다. 대형 조선사에 대해서는 수익성에 기반한 보증서 발급을 통해, 업계 자발적 수익성 강화 노력를 촉진하고, 다운사이징을 독려하기로 했다. 중소조선사에 대해서는 장기불황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성동조선해양은 3248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이행과 삼성중공업과의 경영협력을 지속하고, 대선조선은 657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이행 및 소형선 시장의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은은 추가적인 부실여신 재발방지를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 강화 및 여신 심사체계 정비(심사 전문조직 강화, 사전 심사제도 도입)와 신용공여한도 축소(동일인/동일차주 앞 여신한도 자기자본 대비 각각 40%, 50%로 축소) 등 다각적인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기존 2명이던 사외이사는 외부에 의한 견제기능 강화 차원에서 총 3명으로 늘릴 예정인 반면, 상임이사는 기존 2명에서 2018년 1명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수은의 이사회 의결(의결 정족수는 2/3)시 수은측 구성 인원(3명)과 사외이사 구성 인원(3명)이 동일해져 수은측 인원만으로는 의결이 불가능하도록 개선될 전망이다.

자체 자구노력 강도도 높였다. 고통분담 차원의 수은 자구노력에는 6월 발표된 ‘수은 혁신 및 기능강화 추진방향’에 더해 부행장 8명 축소(전무이사와 상임이사를 제외한 부행장을 본부장으로 변경), 해외사무소 10% 축소, 팀장급 이상 관리자수 10% 감축, 내년 예산 3% 감축 등이 포함됐다. 수은은 6월 자구계획을 통해 정원 5% 감축, 지점 30% 축소, 경상경비 10% 감축 등을 추진해 왔다.

수출부진 타개를 위한 정책금융 기능 제고 방안도 담았다. 수은은 수출금융과 EDCF, 개발금융을 금융패키지로 묶어 대규모 투자가 기대되는 신흥 10개국을 선정, 중점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출금융과 EDCF로 분리된 사업개발 담당 부서를 통합해 ‘신시장개척단’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수출산업 구조변화를 수은이 먼저 이끌어내기 위해 수출확대가 유망한 서비스, 에너지신산업 등을 ‘수출형 신성장산업’으로 선정ㆍ육성할 방침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번 혁신안은 그동안 수은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면서 “외부의 객관적 시각에 의한 혁신을 위해 경영혁신 컨설팅과 외부 혁신위원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했으며, 추가적인 부실을 방지하고 건전한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 발표에 따라 수은은 향후 해외사무소 축소, 상임이사 감축 등 추가 자구계획을 포함한 세부 혁신과제들을 과제별 추진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이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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