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최근 4년간 한국 겨냥 장벽 2배 증가”

최근 세계전체의 비관세장벽은 그대로인데 비해 한국을 특정해 겨냥한 세계 각국의 비관세장벽은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발표한 ‘최근 비관세장벽 강화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만을 타깃으로 한 비관세조치(non-tariff measures)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4년간(2008~2012년) 65건에서 최근 4년간(2012~2016년) 13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전세계 비관세조치 건수는 4836건에서 4652건으로 오히려 3.8% 줄었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기술표준과 위생검역이라는 이름으로 후발국들이 충족시키기 어려운 비관세장벽을 쌓고, 신흥국들은 일방적으로 수입을 금지ㆍ제한하거나 통관절차, 필요서류, 심사 등을 복잡하게 설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FTA 산하 비관세장벽위원회 등을 활용해 협정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수출애로의 효과적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비관세장벽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제품통관시 위생검역(SPS)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0건이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5건, 최근 4년간 19건으로 급증했다. 반덤핑 관세는 금융위기 직후 4년간 57건에서 최근 4년간 105건으로 84.2% 증가했다. 상계관세 역시 3건에서 10건으로 늘었다.

한국에 대한 비관세조치를 한 나라는 미국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도(16건), 호주(14건), 브라질(12건), 캐나다(8건) 순이었다. 주요 교역상대국인 중국은 3건, EU와 일본은 각각 2건이었다.

반덤핑 제소는 덤핑 판정에 오랜 시일이 걸리는데다 판정기간 동안 수출에 주는 타격이 커 수입국들이 선호하는 수단이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에 집중표적이 되고 있는 만큼 반덤핑ㆍ상계관세 조치를 많이 당하는 철강금속, 화학업종을 중심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국제사회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것이고, 특히 WTO 제소가 어려운 비관세장벽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며 “2년 연속 수출 감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국내 업체가 제출한 자료는 인정하지 않고 가장 불리한 정보를 근거로 고율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도 2014년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던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추가 부과 목적으로 재조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미ㆍEUㆍ일이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부여 거부에 따른 영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중국의 국내가격이 아닌 시장경제지위를 지닌 다른 나라의 가격과 비용을 기준으로 반덤핑 조사와 판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비중이 26%에 달하는 국내 기업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73.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비관세장벽 강화가 국내 수출기업들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중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비관세조치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에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중국은 한류산업을 규제하고 화학제품,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산업까지 비관세조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7월 자국 모든 위성방송사들이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는 외국 판권 구입 프로그램을 1년에 2편으로 제한했고, 10월에는 저가관광 자제를 빌미로 한국 등으로 가는 단체관광객을 20% 줄였고, 쇼핑횟수 하루 1회로 제한했다. 11월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인증 기준을 갑자기 40배나 높여 국내기업을 배제시켰다.

대비책으로는 자국의 기술인증이나 규격 충족을 의무화하는 무역기술장벽(TBT)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TBT는 제품베이스로 부과돼 우리나라 등 특정국가가 아닌 모든 나라에 공통 적용되지만 비관세장벽 중 비중이 가장 크고 증가속도도 빨라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TBT 조치 건수는 2000년대 초 4년간 2511건에서 최근 4년간 6373건으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주요 교역 대상국인 미국, 중국 등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TBT 대표적 수단인 ‘강제인증’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시험인증산업’ 육성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술표준원에서 발표한 ‘2015 국가 기술표준백서’에 의하면, 세계 시험인증시장은 연평균 6.1%씩 성장하며, 2020년에는 시장규모가 2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전체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9.5조로 세계시장의 5.7%에 불과하며, 세계1위 인증기관인 SGS(스위스) 매출액의 1.39배, 종사자수는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상의는 “우리나라가 ICT 기술에 강점이 있어 국제 기술표준과 규격, 평가 등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며 “국내 인증기관이 글로벌화되고 우리나라 기준만으로도 세계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비관세조치에 개별기업이 일일이 대응해 나가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와 협업을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개별기업은 수출 전 해당국에 대한 비관세조치 및 통관정보 등을 정부로부터 제공받고 수출 중 겪은 불합리한 사례를 현지 관세관 및 영사에 바로 통보해 즉시 해결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축적을 통해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조치를 강구해 나가는 등 팀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수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FTA 확산 뿐 아니라 기존에 체결한 FTA의 고도화도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FTA 체결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협정내용을 파악해 유리한 사항이 있으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수준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거나 FTA 재협상시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한 조치가 협정문에 담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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