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한국해운의 맏형격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국해운업계는 문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대한해운공사 시절까지 올라가면 무려 7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최대 선사이자 세계 톱클래스의 원양정기선사였던 한진해운을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 원칙이라는 이유를 들어 파산하도록 내버려뒀으니 어떻게 맨정신일 수 있겠는가?

멘붕에 빠져 있던 한국해운업계를 다독이며 조기에 해운산업을 재건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새로 출범한 정권이 바로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 체제에서의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한국해운산업 재건계획을 발표하며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 왔고 한국해운업계는 다시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과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정치권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빠르게 펴져 나가면서 해운업계는 현정부와 한진해운을 파산시켰던 과거 정부가 과연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해양수산부 산하단체 임원중에는 해양산업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소위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적지 않게 배치됐었다. 그들이 해양산업 진흥이라는 의무감이나 소명감을 갖고 일 해줄 것이라는 바람은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해운산업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현정권조차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여기서 해운업계가 느끼는 절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미 공모 절차를 마치고 3배수로 압축돼 청와대 인사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은 VIP의 고등학교 동문인 부경대 전교수가 가장 유력한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후보군에 포함된 2명은 해운, 조선, 금융 전문가들로 해양진흥공사를 이끌어갈 최소한의 자격 조건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부경대 전교수는 과연 3배수로 추려질 만큼 한국해운재건을 책임질 적격한 자격을 갖춰는 지에 대해 업계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해양진흥공사가 출범 초기 자리를 잡으려면 공사 사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VIP 동문인 부경대 전교수가 적절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해운업계 인사들은 해운, 조선,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수장이 과연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 해운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는 해양진흥공사의 기틀이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공모절차가 한창 진행 중인 부산항만공사 차기 사장도 벌써부터 정치권 낙하산 인사 내정설이 돌고 있다. 과거 VIP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교수가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라거나 힘 있는 정치권 인사가 이미 내정됐다는 갖가지 소문들이 무성하다.

항만업계는 항만에 대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지 못한 정치권 인사가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항만재개발 및 신항 터미널 개발, 운영사 통합 등 공사의 긴급한 현안들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도 마찬가지지만 부산항만공사의 수장 역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선임되면 급변하는 세계 해운항만시장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 해운항만의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시민 촛불혁명을 기폭제로 과거 적폐를 몰아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집권한 것이 현정권이라면 전문성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해양산업계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내리 꼽는 적폐를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

해양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충분한 경험을 가진 인물을 찾아서 적절한 자리에 수장으로 앉혀야만 무너진 한국해운산업의 재건이라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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