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출 규모 하반기에 더 낮아질 것”
이은창 연구원 “국내외 여건변화가 수주환경 개선시킬 것”

국내 조선업계가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량으로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내수감소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자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량 증가에 힘입어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증가하는 수주량과 달리 선박 수출은 대폭 감소했다. 상반기 선박 수출은 107억5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급감했다. 인도가 연기된 해양플랜트가 지난해 인도되면서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던 기저효과와 2016년 수주절벽의 영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주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2016년 수주절벽의 영향으로 선박 수출 규모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욱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긍정적인 것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가 조선산업 수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시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KIET) 이은창 연구원은 최근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여건 변화가 조선산업 수출에 미치는 영향 대해 소개했다.

이은창 연구원은 “유가상승, 보호무역과 환경규제 강화, 세계 경제 성장에 따른 글로벌 수요 변화 등 주요 여건 변화는 조선업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인 수주여건 개선으로 2~3년 후의 수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수요 증가 전망

구체적으로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면, 국제유가 상승은 결과적으로 조선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선박시장에 저장용 탱커 시장 감소와 연료유가 상승으로 인한 선사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유류수요 감소, 세계 경기 둔화로 물동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유가 상승으로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재개에 따른 해양 부문 수주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교역 축소에 따른 해상 물동량 감소와 선사의 발주심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세계가 완전경쟁 시장인 해운·조선 시황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며 “2020년 내외로 대폭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른 노후선박의 해체와 대체 발주로 수주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원자재 운송보다는 컨테이너 물동량 회복이 기대된다. 이 연구원은 세계 경제 성장에 따른 글로벌 수요 변화로 완제품 교역이 확대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높은 수주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LNG선도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경제와 LNG 시황 회복으로 LNG 관련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상선 부문은 주요 국가별 수출비중이나 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영향이 사실성 미미하지만, 해양플랜트 수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해양플랜트는 현지 생산(Local Contents)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인 가운데, 특히 노르웨이의 경우 까다롭다는 해양산업표준(NORSOK)이나 안전 등을 이유로 자국에 발주하려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對노르웨이 해양플랜트 수출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 업계 부정적 영향

국내 여건변화도 조선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국내 여건 변화는 국내 조선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산업의 임금구조는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구성돼 있고, 상여금, 퇴직금 등은 기본급과 고정수당에 연동돼 있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될 경우 대형조선사라고 하더라도 임금구조나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조정이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대형조선사보다 중견조선사나 하청업체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인건비 상승은 저임금을 무기로 국내 조선업계와 경쟁하는 중국, 싱가포르 조선사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조선사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국 내 양대 조선그룹인 CSSC와 CSIC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e), 케펠 O&M 등은 시추설비 시장의 회복지연으로 생산설비 수주까지 뛰어들고 있어 시장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업계 최대 이슈였던 근로시간 단축도 생산량 저하가 우려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수주 물량은 근로시간 단축 이전의 기준으로 생산계획이 잡혀 있을 수 있고 규정 준수가 어려운 특수직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시운전은 1회에 최소 2박 3일이 소요되는데 선박 검사 과정에서 안전, 공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추가 인원 승선도 제약이 있다. 특히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주문생산으로 납기가 정해져 있어 선주의 요구에 의한 긴급 작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조선업계는 이미 생산량 감소로 가동률이 저하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수직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신조수주 회복세 지속

올해 지속되고 있는 신조수주 회복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선가상승과 국내 조선사 수주증가에 따른 선사들의 발주 검토와 친환경선박 수요로 수주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후판가 상승으로 선가가 인상되고 있으며, 현대상선과 조선 3사는 최대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시간이나 건조 자금에 여유가 있는 선사가 국내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할 것이란 예상이다.

상선뿐만 아니라 지난해 싱가포르와 중국에 내준 해양프로젝트 수주 가능성도 있다. 유가 회복으로 발주가 지연된 해양프로젝트가 재추진되면서 북해 로즈뱅크 FPSO, 베트남 Block B Fixed Platform, Barrossa Platform, Marjan 플랫폼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조선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는 지난 2016년 수주절벽의 영향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기저효과도 지속돼 수출 규모는 상반기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가 회복된 2017년 물량은 올해 4분기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때문에 수주절벽의 영향은 올해 하반기까지 가장 크게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생산은 수출과 마찬가지로 하반기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9.1% 감소한 369만cgt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기동안 400만cgt 정도를 생산하는 것은 지난 200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고부가가치선이 많은 만큼 수출액은 2004년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주요 건조 선종은 2014~2015년에 수주한 LNG선과 FSRU, 2015년에 수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15~2017년에 수주한 탱커, 제품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인도될 전망이다.

최악의 생산력, 재도약 기반 마련해야

이 연구원은 하반기를 버틸 기반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는 생산측면에서 최악의 기간이다. 이 시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수요 위축 대안으로 추진되던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 연구원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LNG벙커링 사업 ▲관공선 및 민간선의 LNG연료추진선 발주 및 개조 사업 지원을 위한 에코쉽 펀드조성 ▲관공선과 군함·해경 등 공공발주 ▲국내 주요 항만 배출가스제한구역(ECA) 설정 등을 꼽았다. 국내 선사의 노후 상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 지원하여 중견조선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중견조선사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스마트 제조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박 부문 수출촉진을 위해서는 조선·해운·금융 연계 및 지원을 강화하고, 에너지 관련 투자와 협력, 환경규제 대응 생태계 조성,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그는 “러시아 노바텍의 Arctic LNG 2 프로젝트와 같이 해외에너지개발 시 투자를 통한 조선산업의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동남아시아에서 검토하고 있는 부유식 LNG터미널(FSRU) 및 부유식 발전설비 프로젝트에 협력을 통한 사업기회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원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신조·개조시장 공략을 위해 기자재와 중소조선 업체 지원, 대형 조선사와 기자재·수리조선사의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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