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이정기 회장 “근거없는 얘기, 당혹”
“상선분야 기술력, 해외에 밀리지 않아”

▲ KR 이정기 회장(왼쪽)과 이형철 본부장.
“한국선급(KR) 입급으로 배 지으면 중고선 가격이 떨어진다고요? KR 입급 선박중 30%에 해당하는 2천만톤 가량이 해외선주들이 보유한 선박입니다. KR 입급시 중고선가가 떨어진다면 이들 해외선주들이 왜 우리에게 선박을 맡기겠습니까?”

한국선급 이정기 회장은 24일 개최된 2018년 하반기 기자간담회에서 KR 입급 선박이 중고선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소문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KR 입급 선박의 중고선가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현대상선의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 프로젝트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현대상선과 정부 관계자가 메가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KR을 단독 선급으로 지정하지 않고 대부분 해외선급들과 KR의 공동 입급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KR 입급시 중고선가 하락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 고위급 인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나 현대상선이 일부러 KR 대신 해외선급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이번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 프로젝트는 중고 선가, 안전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KR이 메가 컨선 건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현대상선이 최대한 배려해 KR 단독 입급 선박을 확대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R이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 경험이 부족해 안전성 우려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중고선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대상선의 메카 컨테이너선 신조는 해외선급과 KR의 공동 입급으로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KR 이정기 회장은 “현대상선의 영업적, 전략적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KR 입급 선박이 해외 선급 입급 선박에 비해 중고선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KR 이형철 사업본부장은 “해외 메이저 선급에 비해 KR의 역사가 일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 어디에서나 KR이 발행한 증서를 인정하고 있다. IG클럽 소속의 P&I보험사는 물론 세계적인 선박금융기관, 까다롭기로 유명한 쉘, 엑손모빌, 쉐브론 등 오일메이저들까지 KR을 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KR에 입급된 선박의 중고 선가가 디스카운트 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형철 본부장은 만약 KR 입급 선박의 중고선가가 디스카운트되는 일이 벌어졌다면 독일의 버나드슐테(Bernhard Schulte), 그리스 다나오스, 미국의 다이몬드쉬핑 등 해외선사들이 KR 싱글 입급으로 대량의 선박을 신조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형철 본부장은 “기술력만 놓고 봤을 때 상선 분야에서 다른 어떤 해외선급과 비교해도 KR의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드릴쉽을 비롯한 오프쇼어 부문은 경험이 워낙 부족해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정기 회장은 해운 및 조선업 불황으로 KR이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적어도 국내에서만이라도 상생의 묘를 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해운불황을 타개하려면 반드시 선하주 공생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 화주들이 국적선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동반성장해야한다는 얘기다. 공생, 동반성장은 선화주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조선, 선급, 보험 등 해운연관산업에도 꼭 필요하다. 국내 화주가 국적선사에게 화물을 주고 국적선사는 이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국내 조선소에서, 국내 선급으로, 국내 기자재를 써서 배를 지어야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2만 4천teu급 12척, 1만 4천teu급 8척 등 메가 컨테이너선 20척 신조를 추지진중이며 KR 싱글 입급은 2만 4천teu급 3척, 1만 4천teu급 4척 등 총 7척, 나머지 13척은 로이즈선급, DNV·GL, ABS 등과 KR의 공동 입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진행하는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는 신조지원프로그램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사실상 정부 프로젝트로 해운 및 조선산업, 연관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입급도 당연히 한국선급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해외선급이 대부분의 입급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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