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반의 준비로 강력 태풍에도 끄떡없어
사령탑은 모두 한국해양대학교 졸업생
뒤늦게 소식들은 총동창회 표창 검토중

이광진 부산해경서장(가운데)이 관할 해역을 점검하고 있다.
이광진 부산해경서장(가운데)이 관할 해역을 점검하고 있다.

최근 한 선주단체의 부산지부장은 연말을 앞두고 회원사들의 보험관계를 정산하다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올해의 경우 유독 부산항에서 해상사고로 인한 보험 청구건수가 제로 상태였고 그로 인해 회원사들이 내야할 보험료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차례 태풍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부산해역에서 한건의 해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부산 경남지역을 관장하는 남해지방해양경찰청과 부산해양경찰서가 중심이 되어 부산지역 기관·단체들과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동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들에게 상을 줄 것을 관계당국과 해운관련 언론사에 탄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 9월 여러차례의 태풍이 부산 경남지역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단 한건의 해상 피해 사고도 접수되지 않았던 것은, 부산지역 해양경찰의 철저한 준비와 남다른 노력 덕분이었다. 태풍 피해를 막고 해상사고 예방에 앞장섰던 것은 바로 부산지역을 관장하는 부산해양경찰서였다.

2020년 새해 들어서자마자 취임한 이광진 부산해양경찰서장은 매년 부산지역에 태풍의 엄습함으로써 선박 침몰 및 파손, 안벽 훼손, 도로 침수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해양오염사고 발생 위험성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안 찾기에 골몰했다. 이에 따라 그가 제일 먼저 추진한 일은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부산지역 주요 기관·단체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상위기관인 남해지방해양경찰청(청장 구자영)의 지도 아래 태풍이 올라오기 훨씬 전인 지난 6월 26일 부산지역의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운협회, 한국해기사협회, 부산예부선선주협회, 한국해양구조협의 등 9개 기관 및 단체들과 다자간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마련과 개선, 해양사고 대비 대응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 협력, 각 기관이나 단체 보유 기반시설 상호 이용 확대, 해양안전 컨텐츠 및 정보교류 활성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며, 주요목적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었다.

올들어 부산지역에는 태풍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4차례나 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8월 10일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장미를 시발로 9월 7일 울산광역시 쪽으로 관통한 태풍 ‘하이선’까지 4차례의 태풍으로 육상에서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네차례의 강력한 태풍에도 불구하고 선박이나 항만 시설물의 피해는 하나도 없어서 손실률 ‘제로’를 달성했던 것이다.

이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부산해양경찰서를 중심으로 9개 관계기관이 똘똘 뭉쳐 일사분란하게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예방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들 부산지역 9개 기관과 단체들은 다자간 MOU를 체결 할때 상호 소통 채널인 ‘선박대피협의회’도 함께 만듦으로써 상시 소통할 수가 있었다. 또한 부산해양경찰서는 선박 좌초사고가 빈발하는 해상구역에는 사전에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등부표를 고정 설치함으로써 사고 예방 조치를 취했다.

해상과 항만관련 시설에서 태풍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풍 피해 방지 노력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태풍이 불어올 경우 보통은 선박을 고박하고 사람들은 현장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의 경우는 태풍에 적극 대처한다는 해양경찰의 지침에 따라 태풍이 부는 동안 선박(바지선)이 떠내려가지 않게 터그보트를 동원하여 태풍 반대방향으로 선박을 밀어 올리는 능동적인 대처를 했던 것이다. 이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선박을 바둑판식으로 배열하여 서로를 연결해야만 했다. 또한 예인선 동원에는 경비가 들어가는 일이었으므로, 소요 경비를 피해예방에 따른 수혜 업체나 관련 단체가 나누어 내도록 하는 상호 협조도 필요한 사항이었다.

태풍이 불어올 때 예선 여러척을 동원하여 바둑판식으로 연결된 바지선 뗏목을 밀어붙임으로써 선박의 침몰 파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보자는 것은 부산해양경찰서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치를 위해 실제로 9호 태풍 마이삭 때는 모두 23척의 예인선이, 10호 태풍 ‘하이선’ 때는 31척의 예인선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이 강하게 불어올 때 1-2시간을 예선을 동원하여 능동적인 예방조치를 취했으니 선박의 유실, 손괴 등의 사고는 발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편, 소형 어선들의 경우는 피항시키거나 양륙하여 육상에 고박했는데, 올해의 경우 피항을 한 어선은 모두 1417척, 양륙한 어선은 217척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부산해양경찰서를 중심으로 태풍 대비에 철저하여 선박과 시설물 피해 ‘제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해양경찰서와 상급기관인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의 사령탑이 모두 한국해양대학교 졸업생으로, 해양에 대한 전문지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해양사고율 제로 달성에 대한 소신이 강력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회장 박신환)에서는 태풍 대비에 철저하여 피해율 제로라는 성과를 일궈낸 해양대학교 동문 두사람에게 표창을 하는 방안을 정식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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