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회적합의 이행상황 현장 점검
택배업계 ‘공감’ vs 택배노조 ‘유감’ 팽팽

지난해 2월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사회적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모습
지난해 2월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사회적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모습

연일 지속되고 있는 파업으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택배 분류작업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사회적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택배업계는 정부의 현장점검 결과에 공감하며 하루 빨리 파업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택배노조 측은 정부가 택배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장관 노형욱)는 지난해 6월 체결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가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1월 첫 주부터 불시 현장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1월 둘째 주에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택배현장의 심층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점검의 내용은 사회적 합의 핵심사항인 ‘분류 전담인력 투입 또는 택배기사가 분류작업 수행 시 별도 대가 지급’ 여부이며, 이 외에 고용·산재보험 가입, 심야배송 제한 준수 여부도 함께 점검했다.

“점검결과, 사회적합의 정상 이행 중”

점검 결과 국토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현장점검을 수행한 터미널 모두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했거나 또는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경우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점검지 25개소 중 분류인력이 전부 투입되어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개소(28%)였으며, 분류인력 투입되었으나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개소(48%), 구인난 등으로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만을 지급하는 곳은 6개소(24%)였다.

또한 또한 택배기사 현장인터뷰 결과 사회적 합의 시행 후 전반적으로 작업강도가 낮아진 것은 확인되었으며, 분류비용을 별도로 지급받는 택배기사의 월 평균 추가 수입도 약 50만원 상당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22시 이후 심야배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또 사회보험 가입 등 사회적 합의 사항도 정상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터미널 내 분류 전담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분류인력의 숙련도가 높지 않거나 터미널 규모 등의 시설적 한계로 택배기사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분류 전담인력이 분류작업을 정상 수행한 경우라도 택배기사의 배송경로에 따라 물품을 재배치하는 등 추가적 작업시간이 소요되는 등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되어 작업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게 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정부의 점검 결과에 택배사 측은 공감을 표시하며 택배노조가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조건없이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택배업계를 대표해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한 한국통합물류협회(이하 통물협)는 “국토부가 설명한대로 사회적 합의의 핵심 사안은 택배기사의 과도한 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해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현실적인 이유로 별도인력 투입이 어려운 경우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되, 전체 작업시간을 주 60시간 이내로 조정하는 것”이라며 “통물협은 그간 택배업계가 사회적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으며, 국토부가 지적한 분류전담 인력의 숙련도 제고 및 휠소터 등 자동화 설비 확대 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 발표에 따라 택배노조에서 주장하는 사회적합의 불이행이라는 파업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판단하며, 택배노조는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국토부, 택배사들에게 면죄부 주는 격”

정부의 이 같은 점검 결과가 공개되자 택배노조는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합의의 원래 취지인 노동시간 단축효과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며, 국토부가 이 문제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인 것처럼 택배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는 “국토부가 애써 긍정적으로 발표하려 했음에도, 점검지 25개소 중 72%의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분류 전담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오전 9시 이전 출근하는 기사가 다수였음을 밝히고 있듯이, 이번 이행점검 결과 사회적 합의 전면 시행일이 지났음에도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토부가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이 줄어드는 데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 데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인 것처럼 택배기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작년 6월 사회적 합의 이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분류작업 배제가 제대로 안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택배사들을 질책하기는 커녕 면죄부를 주고 있다. 국토부는 택배사들의 택배기사 분류작업 배제 불이행에 대해 응당한 제재와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월요일에 분류인력이 투입되고 있지 않아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문제, 분류인력의 출근시간이 대부분 8~9시여서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문제, 간선차가 오후에 들어와서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문제, 그리고 이 경우들에 분류비용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점검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마치 택배사들이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하고 있고, 일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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