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 자동화 항만 발전 주제 좌담회 개최
관련 수요 공급 및 연관 기업 육성 필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부원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부원장

전 세계적으로 항만 자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항만 자동화 수준이 해외 선두 항만에 비해 10년가량 정체됐으며,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수요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해운신문이 창간 32주년을 맞아 지난 3월 4일 ‘자동화 항만, 현황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특집 좌담회에 참석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부원장은 그간 국내 자동화 항만 시장 관련 수요가 턱없이 부족했으며, 이에 정부나 항만당국이 적절한 수요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희 부원장은 먼저 국내 자동화 항만의 현황 및 수준이 해외와는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1의 무역항인 부산항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야드 부분에서만큼은 자동화를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완전 무인자동화시스템과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 현실이며, 그마저도 현재 10여년 가량 도입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상희 부원장은 “항만은 종합적인 최첨단 산업인데 이와 관련한 국내 기업의 저변과 역량이 너무 취약하며, 이는 그간 정부나 항만당국이 국내 시장 수요확대에 너무 소홀했던 결과”라고 밝히고 “향후 국내 자동화 항만 개발 및 관련 국내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광양항 3-2단계 테스트베드와 같은 수요처를 정부가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호전기 김승남 대표 역시 국내 자동화 항만 관련 수요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김승남 대표는 “서호전기도 2009년 이후 국내보다는 해외 의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처럼 국내 수요만 가지고는 업체가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2000년대 초반 정부 주도 R&D를 통해 항만 자동화 관련 장비들을 개발해놓고도 상용화하지 못한 탓에 관련 기술 개발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자동화 항만 관련 시스템 및 장비 개발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성호용 상무는 “국내 자동화 터미널 장비 제어 시스템의 경우 대부분 외국산을 쓰지만 운영 시스템은 주로 국산을 쓰고 있고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비 자동제어 시스템의 경우 오류가 발생해도 터미널 자체적으로 손조차 댈 수 없는 등 오히려 유지보수에 많은 불편함이 초래되기도 한다”며 자동화 터미널 장비제어 시스템의 국산화 및 기술 고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국내 자동화 항만의 빠른 도입을 위해서는 수요공급을 통한 연관 산업 개발도 중요하지만 관련된 인력 양성도 필수라고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항만 자동화를 도입하는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가 바로 인력 부족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항만의 성공적인 자동화를 위해서는 물류뿐만 아니라 IT를 융복합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가 절실하다는 것.

여수광양항만공사 최상헌 본부장은 “사실 항만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일자리 감소와 관련해서는 자동화 터미널이 아무리 완전 무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해야 할 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유지보수 쪽 파트는 상당한 기술을 가진 IT 인력들이 필요한데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고 밝혔다. 김승남 대표 역시 “항만 쪽은 3D 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임금을 더 주고 오라고 해도 안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만큼 맨파워가 딸리기 때문에 이를 어떤 식으로 키우고 극복해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해양수산부 남재헌 항만정책과장은 국내 자동화 항만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게 된 이유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정의하고, 광양항 테스트베드를 통해 자동화 항만 기술을 우선 적용하고, 이후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진해 신항에 적용함으로써 한국형 자동화 항만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향후 국내 항만이 자동화 터미널로 가야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며, 정부에서도 이를 추진함에 있어 사람과 기술, 이 두 가지에 대해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또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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