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선원일자리 혁신 노사합의서 체결
승선 4개월로 축소·유급휴가 2일 추가

왼쪽부터 해운협회 정태순 회장, 해수부 조승환 장관, 선원노련 박성용 위원장.
왼쪽부터 해운협회 정태순 회장, 해수부 조승환 장관, 선원노련 박성용 위원장.

한국 외항해운 노사가 15년만의 대타협을 통해 해운선진국형 선원휴가제도를 도입키로 최종 확정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성용)과 한국해운협회(회장 정태순)는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와 함께 11월 6일 여의도 해운빌딩 대회의실에서 ‘한국인 선원 일자리 혁신과 국가 경제 안보 유지’를 위한 노사합의서 및 노사정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개최했다.

이번 서명식은 지난 2007년 ‘한국인선원의 고용안정과 적정규모 유지를 위한 노사합의’와 2008년 ‘한국인 선원의 고용 안정과 일류 해운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 이후 15년 만에 승선기간 단축·휴가 확대, 한국인선원 의무 승선제 등 선원 일자리 보호 및 국가 핵심 산업인 해운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손을 맞잡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노사 합의와 공동선언은 앞서 7월 12일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근간으로 하여 미래 지향적 노사 상생 협력을 모토로 5개월여의 노사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이뤄낸 값진 결실이다.

이번에 체결된 노사 합의는 2024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주요 노사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유급휴가 권리 발생을 위한 승선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되고 유급휴가 일수가 2일 늘어난다.

또한 국적선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조성한 ‘선원기금’은 한국인 선원 양성, 고용확대 및 선박내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 등에 사용된다. 한국인 의무승선제도가 도입돼 국가필수선박, 지정국제선박에 대해 척당 의무 승선해야 하는 한국인 선원 수를 정하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일반국제선박에 외국인 선장, 기관장을 시범적으로 고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일과 삶에 대한 청년층의 가치관이 급변했고 선원들의 니즈도 다양화되고 있는 반면, 현재 선원의 승선제도는 과거 15년 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아 선원직 기피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선박은 증가하는데 선원이 없어 출항이 안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바다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해야 하는 선원들의 승선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그만큼 휴가는 늘려 ‘4개월 근무 후 2개월 휴가(4on 2off)’를 목표로 했다. 다만 교대 승선근무자(예비원)가 적정 수준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만큼 휴가 일수는 선사별 특성을 고려해 현재 시행하는 휴가 일수보다 ‘2일’을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또 외국인선원에 잠식되어 왔던 선원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외국인 선원 고용을 제한했던 국가필수선박과 지정국제선박에 한국인 선원 의무승선제를 시행키로 했다. 내년 1월부터 필수선박은 한국인 선원을 최소 11명 승선시키야 하고 2025년부터 최소 10명 승선시켜야 한다. 지정선박은 척당 8명의 한국인 선원을 승선시켜야 한다.

그동안 한국인 선기장을 제외하고 모든 선원을 외국인으로 승선시킬 수 있었던 일반국제선박은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외국인 선기장을 승선시킬 경우 한국인 선원 2명을 승선시키도록 했다. 일반선박의 외국인 선기장 시범사업은 필수선박 및 지정선박을 운용하는 선사들의 일반선박에 한해 제한적으로 진행된다.

노사는 또 한국인 선원의 지속적인 양성과 고용 확대를 위해 1천억원 규모로 선원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했다. 국적선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하는 선원기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돼 해운분야 한국인 선원의 적극적인 양성과 교육·훈련, 고용 촉진 및 안정화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노사는 그동안 해운분야에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한국인 선원 양성 정책의 부재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필요하다면 추가로 기금을 조성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선원노련 박성용 위원장은 “20여 차례에 걸친 집중 교섭의 성과물로, 그간 무거운 책임감으로 교섭에 임해준 노사 위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노사 및 노사정 합의로 인해 한국인 선원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근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바다를 떠났던 선원들이 다시 선박으로 돌아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선원 유지 해운강국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선원기금이 한국인선원을 양성하고 고용을 확대하는데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외 해운국의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은 “앞으로도 해운산업계는 국가 수출입 물류 99.7%를 담당하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 평시는 물론 유사시 국가 경제 안보 유지에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성실히 그 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지와 떨어져 망망대해의 최일선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우리 선원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조승환 장관은 “노사 양측의 과감한 결단으로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이 잘 이행될 수 있었기에 양측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정부 역시 15년 만에 이루어진 뜻깊은 합의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선원 일자리 혁신과 국가 경제 안보 유지를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문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의 99.7%를 책임지고 있으며, 특히 대량의 필수물자(원유, 액화가스, 석탄, 철광석 등)를 국내로 안전하게 수송함으로써 물가 안정 등 민생과 경제 안보 유지에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특히 우리 해운산업은 지난 2017년 한진해운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되찾았으며,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에서 국가 공급망을 공고하게 지켜내었다. 그 결과 2022년 해운산업이 역대 최대의 연간 매출액을 달성하는 등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고국을 떠나 망망대해에서 격리된 생활을 감내하면서 책임과 역할에 충실히 임한 우리 선원들의 희생과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원들은 고된 근로환경으로 인해 배를 떠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해운산업은 어렵게 되찾은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며, 이는 곧 민생과 국가 경제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아래,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하 ‘노’라 한다), 한국해운협회(이하 ‘사’라 한다), 그리고 해양수산부(이하 ‘정부’라 한다)는 지난 2008년 노·사·정 공동선언 이후 15년 만에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한국인 선원 일자리 혁신과 국가 경제 안보 유지를 위하여 아래의 사항을 함께 이행할 것을 합의한다.

1. 노·사는 지난 2007년 12월 28일 서명한 ‘한국인 선원의 고용안정과 적정규모 유지를 위한 노사합의서’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계승하며 「국제선박등록법」에 따른 국제선박(이하 ‘국제선박’이라 한다)에 최소한 한국인 선원(예비원 포함) 5,000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

2. 노·사는 정부가 지난 7월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반영하여 한국인 선원의 일과 삶균형 회복을 위해 승선 후 4개월부터 유급휴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에 승선주기, 유급휴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3. 노·사는 국가필수선박 및 지정국제선박에 ‘한국인 선원 의무승선제’를 도입하며, 일반국제선박으로 한정하여 외국인 선장 및 기관장을 시범적으로 고용하는 데 합의하였다.

4. 정부는 노·사 간 합의가 한국인 선원의 의무 고용을 보장하고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며, 노·사 간의 합의가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데 필요한 제도적 방안의 마련에 최선을 다한다. 또한, 정부는 한국인 선원의 근로조건 개선 및 복지 증진과 국적 선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선박등록법」, 「선원법」, ‘톤세제도’ 등을 중심으로 정책적·재정적 지원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

5. 정부는 국적 선사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선원기금’ 조성 결정을 환영하며, 노·사·정부는 동 기금이 선박 내 인터넷 환경 개선 등 한국인 선원의 양성·고용 확대 등에 사용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데 적극 협력한다.

2023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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