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 속속 희망봉 경유 우회로 선택
군사연합체 결성에도 걱정은 줄지 않아

홍해에서 예멘 후티반군에 피랍된 자동차 운반선
홍해에서 예멘 후티반군에 피랍된 자동차 운반선

예멘 후티반군이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수에즈운하 통과를 단념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홍해지역을 거쳐 수에즈운하로 가는 무역루트가 완전히 폐쇄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후티반군의 드론 공격이 컨테이너선, 탱커선 등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면서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로 선택이 향후 유가의 급상승과 해상운임의 급등을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군은 이러한 안보위기 해결하기 위해 영국, 프랑스, 카나다, 이탈리아 등 서방국가들과 바레인 등 중동국가가 참여하는 ‘번영 수호 작전’이라는 군사연합체를 결성하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위기를 느낀 대부분의 대형선사들이 희망봉 우회를 속속 결정함으로써 당분간 동서를 연결하는 기간항로에는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이 홍해항로를 공격한 횟수는 10월 이후 지금까지 20여차례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2위 머스크의 컨테이너선이 공격을 받았으며 대형 유조선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MSC는 지난 16일  자사선 'MSC Palatium 3'호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홍해의 항행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수에즈운하로 항행하지 않고 당분간 희망봉 경유 서비스로 변경한다"고 고객들에게 통지했다.  머스크의 경우도 15일 홍해를 운항하던 컨테이너선이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되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후티반군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탄도미사일과 드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이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힌 11월 14일 이후에 홍해를 항해하던 선박 최소 10여척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후티반군의 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인해 홍해를 지나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주요 컨테이너선사들 대부분이 홍해지역으로의 진입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쪽으로 우회 운항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홍해지역 운항을 중단하고 우회로를 택하겠다고 선언한 선사는 머스크, MSC, CMA-CGM, 하파그로이드, 양밍라인 등 세계 10위권 컨테이너선사 대부분이며 우리나라의 HMM도 12월 18일 희망봉으로 우회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여기에 머스크탱커 등 대형 탱커선사들도 속속 홍해 운항 중단을 선언했으며 영국계 석유메이저 BP도 12월 18일 홍해지역 통항 중단을 선언했다.

한편, 미군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한 홍해와 아덴만지역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번영 수호 작전’이라는 다국적 군사연합체를 창설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서방국가들과 UAE, 바레인, 이집트, 카타르 등 중둥국가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2월 18일 군사연합체 창설과 관련하여 “최근 예멘 후티반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자유로운 교역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트림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반국가 행위자들의 도발에 맞서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 해군은 지난 12월 16일 홍해를 비행하는 후티반군의 드론 15대를 격추하는 등 최근에만 약 30대의 드론을 격추하여 군사작전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사들은 여전히 홍해지역의 안전을 완전하게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홍해지역 통과 대신 우회로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후티반군의 공격이 심해지면서 지금까지 수에즈운하로 향하던 상선 55척이 희망봉으로 우회했다는 것이다.

홍해 통항과 수에즈 운하 통과가 점차 어렵게 됨에 따라 유가의 급상승과 해상 운임의 급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교역량의 12%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는 통계가 있을만큼 국제 무역로상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수에즈 운하가 사실상 봉쇄되는 사태로 까지 발전한다면 희망봉 우회로 선택에 따른 비용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용부담은 결국 화주들에게 운임형태로 청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 때처럼 물류망 병목 현상에 따른 운임 급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가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 유가의 급등도 우려가 된다. BP의 홍해 항해 중단 선언처럼 대형 탱커선들이 희망봉 우회로를 선택하거나 아예 배선을 하지 않을 경우, 유가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위험성이 있으며 이는 연료유를 많이 사용하는 선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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