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S 프로젝트 급증, 선복수요 변화 주시
30년, 액화CO2운반선 250척 필요 주장도

해운업계가 새로운 화물인 이산화탄소(CO2)에 주목하고 있다. 탈탄소화 사회로 가기 위한 비장의 카드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CCS(CO2 포집·저장) 프로젝트들로 인해 해상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해운회사들은 LNG나 LPG 등 액화가스 수송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CO2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CCS 밸류체인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이바지 하고 있는 셈이다.

“CCS가 없다면 탄소중립도 실현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CCS는 탄소중립의 실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CCS는 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의 약자로 발전소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CO2를 다른 가스와 분리, 포집해 땅속 깊숙이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분리 포집된 CO2를 사용하는 것을 CCUS라고 부른다.

UN 회원국들은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즉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저탄소화, 탈탄소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CO2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CO2를 포집하고 땅속 깊숙이 묻어버리는 CCS 기술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산업계, 정부, 학계 대표들로 구성된 ‘CCS 장기 로드맵 연구회’는 CCS에 대해 CO2 배출량을 줄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산업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회는 또한 ”상용화 단계로 나갈 필요가 있다“며 CCS 프로젝트를 조기에 실현시키자고 제안했다.

CCS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이후 CCS 프로젝트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국제적인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호주의 글로벌 CCS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세계 CCS 프로젝트 건수는 2023년 7월 시점에 총 392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이후에만 198건의 프로젝트가 새로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젝트가 증가한 국가는 주로 미국과 캐나다이고 영국, 중국, 노르웨이 등의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92건 중에 이미 41건이 시운전을 마친 상태인데 이들은 대부분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이후 CCS 프로젝트가 급증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덕분이다. 지난해 8월 22일 미국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기후변화 대책에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이 확보되어 전례없는 CCS 붐을 일으켰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CCS가 2050 넷제로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탈탄소화에 앞장을 서고 있는 유럽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를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고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사실로 확인됐다.

한편, 지구 온난화 대책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EOR(Enhanced Oil Recovery) 기술이 이미 확립되어 있고 고갈된 유전이나 가스전 등 CO2를 저장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CCS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CCS 프로젝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됨에 따라 해사 관계자들은 CO2를 해상으로 수송하는 선박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O2를 포집할 수 있는 곳은 발전소, 제철소, 화학공장, 시멘트 공장, 제지 공장 등을 들 수 있다. 포집한 CO2는 파이프라인이나 트럭, 선박 등으로 저장 장소까지 운반하게 된다. 포집원과 저장 장소가 200km 이상 떨어져 있을 경우 해상으로 수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조사회사인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CO2 해상물동량은 2020년대 말까지 9천만톤이 넘을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것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액화CO2운반선 55척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30년대에 CCS를 사용한 CO2 절감은 총 배출량의 약 1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O2 저장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약 10억톤에 달하고 그 중 해상운송될 것이 10~20%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경우 선복 수요는 약 150척에서 250척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해운전문가는 “액화CO2운반선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CO2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그 자체가 가치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구체화 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선복 수요는 선형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점에도 영향을 받는다.

EU-ETS(EU의 배출권거래제도)가 강화되어 CO2 배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CCS 프로젝트의 구체화는 점점 더 힘을 받게 된다. 또한 보조금이나 기타 형태의 지원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선복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포인트라고 해운관계자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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