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조사 통해 태풍‘나리’특성 분석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양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태풍이 예상 경로를 따라 우리나라로 접근해 올 때, 그 세력이 더욱 강화될 것인지 아니면 약화되어 소멸될 것인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예측능력이 보다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연구원(원장 염기대)의 강석구 박사팀은 공공기술연구회가 지원하고 기상연구소,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협동과제인 “지구온난화환경에서 강화되는 태풍해일 예측기술 개선 연구”를 통해 바다가 태풍의 ‘강화’ 혹은 ‘약화’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여 진행 중이다.

강석구 박사팀은 금년 하계 연구조사를 통해 제주도에 큰 피해를 야기한 태풍 ‘나리’가 제주도 남동쪽의 차가운 해양특성으로 해양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여 그나마 위력이 크게 약화된 점을 발견했으며, ‘나리’가 보다 동쪽으로 치우쳤다면 태풍의 약화 정도는 덜하여 보다 강한 위력을 지니게 돼 경남 해안에 큰 피해를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같은 분석은 강 박사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태풍이 내습하는 환경에서 수집된 수온, 염분 조사 등의 자료를 배경으로 얻어진 것이다. 연구팀은 태풍이 통과할 때 해양-기상뜰개를 활용하여 자료를 확보하고, 해류특성 관측을 위하여 제주도 남측 약 250km 해상 해저면 수심 90m, 125m 위치에 각각 3차원 도플러 유속관측기기를 계류시켜 성공적으로 회수하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확보된 자료의 일차분석 결과, 태풍이 뜰개의 약 60km 서측지점을 통과할 당시 표층수온은 3.7°C 정도 급강하하여 10일 이상 그 특성이 유지됐으며, 태풍이 유속관측기 좌측으로 통과한 전후 15시간가량 해수 흐름의 연직 교란이 크게 나타나고, 클 때는 바다 저층 가까이까지도 교란이 나타났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구를 통해 확인된 태풍 ‘나리’의 발달 과정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주변해역은 태풍이 강화되는 해역과 변화가 적거나 약화되는 해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오키나와가 속하는 류큐 열도 인근과 남측의 북서태평양 난수성 와류발생 해역이 태풍이 강화되는 해역이고, 동중국해상에서는 약화되거나 전파되는 태풍 강도가 대체로 유지되는 해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처럼 단기간에 태풍이 바다에서 에너지를 얻어 강화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정확한 예측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서태평양 해상에서의 연구와 함께 태풍이 내습하는 수일 전후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와 같이 항공기를 활용한 관측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국해양연구원 강석구 박사는 ‘지구온난화 환경에서 태풍의 강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강화되는 태풍으로 인한 해일의 발생에 따라 단기적인 해수면의 진동폭 역시 증대될 것’이라 말하고 ‘앞으로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해양-기상(태풍) 예측기술 향상을 위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 연구결과는 내년 4월 유럽 지구물리학회(EGU) 등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해양연구원은 1973년 설립된 이래, 국내 유일의 종합해양연구기관으로서 국가 해양정책의 수립과 해양개발 추진에 필요한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중추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경기 안산에 본원을 두고,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 경남 거제에 남해연구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부설기관으로 극지연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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