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한국 해양개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유망산업이자 정부가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해양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위해서는 해양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24일 ‘한국 해양개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밝히고 정부가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해양개발산업은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LNG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석유가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2009년 현재 전체 에너지원 중 33%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는 2035년에도 27%로 석탄(24%)과 천연가스(23%)를 제치고 핵심 에너지원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배 연구원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 해양을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개발지가 심해와 극지방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해에는 석유 315억 배럴, 천연가스 75조8530억㎥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막대한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되면서, 쉐브론은 2003년 수심 3000m의 초심해 유전개발에 성공했고, 2008년에는 총 12㎞까지 작업이 가능한 시추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양개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해양유전 개발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총 2200억 달러 규모로, 향후 10년간 연간 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기업은 시추 및 생산 설비시장에 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시장도 2010년 145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에는 5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대형산업으로 발전할 해양개발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글로벌 산업동향과 한국의 역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배 연구원은 주장한다.

최근 해양개발 산업에서 최대 이슈는 ‘안전’이다. 지난 1989년 엑슨모빌은 ‘엑슨발데즈호 사고’로 직접 배상 25억 달러와 소송비 20억 달러 등 총 45억 달러를 부담해야 했다. 탱커선사들은 이 사고 이후 유조선을 이중선체로 교체해야 했다.

2010년 멕시코만 해상에서 일어난 딥워터호라이즌호 폭발사고로 BP사는 직접배상 73억 달러를 비롯해 총 112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멕시코만 사고는 활발했던 멕시코만 일대의 시추작업에 제동을 걸었고, 사건 1년 이후에야 작업이 재개될 정도로 관련 산업에 엄청난 여파를 남겼다.

이런 대형사고가 아니더라도, 해양유전개발은 늘 사고와 환경오염의 위험을 달고 있다. 수심 3000m 이상의 심해 시추 시 원유의 압력은 700~1500기압으로 폭발 위험이 상존한다. 2005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대 원유 시추선인 ‘썬더호스 PDQ’호는 298명의 승무원이 해안에서 200㎞ 떨어진 해상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사고 발생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 뿐 아니라, ‘통합과 협력’도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해양개발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우주개발에 준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 사업 단계별로 특화된 전문기업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규모 확장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기업관 인수ㆍ합병ㆍ투자제휴 등이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세계 에너지사업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국영석유기업들이 턴키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해양사업의 통합 추진 역량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대형조선소를 중심으로 생산 설비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시추선ㆍ드릴십ㆍFPSO 등 부유식해상 설비 제작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개념ㆍ기본설계(FEED) 역량이 부족하고 기자재 자급률이 20%에 불과해 산업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두산중공업이 진출을 선언한 바 있는 Subsea 시장에는 아직까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배 연구원은 사업 경험과 해양개발 전문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해양개발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전문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육성 체계도 부재했다. 해상 플랫폼 건조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이 주관하는 해양개발 프로젝트들도 선진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 FEED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 연구원은 결국 해양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가 우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경험이 풍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링과 기본설계 등 필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해양산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는 부가가치가 최대 10% 수준이지만 전체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사업경험 확보를 위해 경험과 명성이 있는 해양 전문기업의 인수 및 제휴를 검토할 필요가 밝혔다. 인수 또는 제휴를 통해 사업경험을 확보한 다음 내부 R&D와 전문인력 육성을 통해 기술 역량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가치사슬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ㆍ플랜트 엔지니어링ㆍ철강ㆍIT 등과 협업을 추진해 시너지를 발생시켜야 한다는 것이 배 연구원의 주장이다. 국내 건설과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해양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이 높은 해양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배 연구원은 한국 해양개발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해양개발산업의 장기적 육성 차원에서 해양에 특화된 인력의 육성과 기술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산업의 연장선상에서 해양개발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배 연구원의 지적이다. 조선산업과 해양개발산업은 상이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해양물리ㆍ화학ㆍ생물ㆍ지질 등 기초 해양과학과 기계ㆍ전자ㆍ토목ㆍ조선ㆍ기상ㆍ잠수의학 등 응용과학 지식의 융ㆍ복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직접 해양개발 사업을 추진해 한국기업에게 사업경험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해양 유전개발 차원을 넘어 식량ㆍ에너지ㆍ광물자원 등 해양자원 전반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개발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배 연구원은 정부ㆍ학계ㆍ산업계가 함께 해양자원 개발에 필요한 기반 역량과 관련기술을 협의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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