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매각, 내용은 담보대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에 4개 재무투자자가 본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마감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본입찰 접수 결과 큐캐피탈파트너스, IBK투자증권, SC프라이빗에쿼티,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적격인수후보에 포함됐던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어피니티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동부익스프레스의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 당초 예상했던 만큼 업계의 주목을 끌지 못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재무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참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오랜만에 시장에 떠오른 대형 매물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상당수 사모투자펀드들이 입찰에 주저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매각되는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은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0.1%와 가이아디벡스제일차유한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49.9%로 전체 100%이다. 동부그룹에서는 이번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을 통해서 동부건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 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인수 후보군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배제하고 사모펀트 운용사만으로 제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동부 그룹이 지분매각에 경영권과 지분 재인수 옵션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데, 동부익스프레스가 가지고 있는 그룹 내 입지를 감안해 지분 매각 이후에도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존의 구조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동부익스프레스의 지분 매각은 형식적으로 매각이라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담보대출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동부그룹에서는 동부익스프레스의 지분 100%를 매각하지만 옵션에 경영권과 콜 옵션을 조건으로 걸고 있고, 또한 인수그룹군을 재무투자자로 한정했다는 것은 결국 결국 동부그룹이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최소화 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와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동부건설의 물류부분을 기반으로 성장한 동부익스프레스는 아직까지 동부그룹 내에서 물류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크지는 않지만 3자물류 시장에서도 대형 플레이어로 활동 중이다. 만약 동부익스프레스가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했다면 대한통운 이후 가장 큰 매물로 떠올랐겠지만 지금의 매각 방식은 물류업계나 동부그룹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동부익스프레스가 시장에 나왔을때는 대형 매물로 주목받았다. 거래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동부의 기존 물량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우량 물류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2012년 기준 동부익스프레스는 8089억원의 매출액과 399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한 바 있으며, 투자은행업계에서는 100% 지분의 가치를 7000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었다. 4000억원 수준의 부채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3000억원 규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매각 이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주인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실질 내용이 담보대출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해도 ‘매각’의 형식인 만큼 향후 진행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동부익스프레스의 이번 매각방식은 현재 상황만으로 봐서는 대형 물류기업이 시장에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그룹 오너도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고 있고, 동부그룹도 매각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분석에도 매각조건을 바꾸지 않고 지분 재인수를 매각의 기본 조건으로 깔고 간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매각이라는 절차를 통과하는 만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물류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투자은행 쪽에서는 이번 매각과 관련 지난해 진행됐던 금호고속 매각과 비슷한 형태로 보고 있다. 워크아웃 상태였던 금호산업은 금호고속을 매각하면서 3년 후 우선매수권과 이사회 구성 권한을 확보하면서 지분을 매각하면서도 경영권을 지킨 사례와 흡사하다는 것.

금호산업이나 동부그룹이 향후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금호고속과 동부익스프레스를 재인수 한다면 당초 계획대로 당장의 재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재반 상황에 변화에 따라 우선매수권 포기-SI 매각의 절차를 밟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에서도 PEF와의 계약에서 재매입이나 재매각권을 명시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도 향후 동부익스프레스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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